갈 길 먼 한식 세계화 -‘2015 밀라노 국제 엑스포’를 다녀와서 | 유정규 좋은경제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 작성일2020/03/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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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한식 세계화 -‘2015 밀라노 국제 엑스포’를 다녀와서
| 유정규 좋은경제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지난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전 세계 145개국과 3개의 국제기구가 참가한 ‘2015 밀라노 국제 엑스포’가 열렸다. 이번 엑스포의 주제는 ‘생명 에너지, 지구 식량공급’(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이었는데, 농업과 먹거리를 주제로 엑스포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EU·FAO·WHO는 이번 엑스포의 주제에 맞춰 세계 식량의 날(10월15일)에 맞춰 전 세계 100여개 도시가 참여한 ‘밀라노 도시 푸드정책 협약(Milan Urban Food Policy Pact)’을 채택하고 이를 UN에 제출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대구 등이 서명에 참여하였다.
‘식량안보·지속가능한 개발’ 선언
이번에 채택된 세계도시 푸드정책 협약 선언문은 총 7개 항으로 되어 있는데 첫째, 기본적인 인권의 관점에서 건강하면서도 적절한 푸드 제공과 생명다양성 보전을 위한 푸드시스템 발전 도모 둘째, 통합적인 도시푸드정책의 추진을 위한 관련 주체간의 협력 강화 셋째, 지역단위 푸드정책과 지방정부, 국가, 국제정책과의 일관성 추구 넷째, 푸드 관련 정책, 프로그램, 계획의 시행과 평가에서 참여 확대 다섯째,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기존의 도시정책, 계획, 규정의 재검토 여섯째, 도시 푸드시스템 실행을 위한 기본틀 (framework for action)의 사용 일곱째, 이번 푸드정책에 다른 도시의 참여 권장 등이다. 이번 ‘세계 도시 푸드정책 협약’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노력해 온 전 세계 도시의 대표가 사회정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푸드시스템의 개발과 실천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편, 이번 밀라노 엑스포에 참여한 각국은 저마다 자기나라의 음식과 식문화를 소개하고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개최국인 이탈리아는 말할 것도 없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과 노력이 대단해 보였다. 특히 중국은 국가관(館) 뿐만 아니라 기업관(館)도 개설하여 커진 국력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엄청난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고 있었으며, 일본이나 우리나라도 홍보관의 규모면이나 방문객들의 인기면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조금도 뒤질 것이 없어 보였다.
김치·항아리 뿐인 한국관 아쉬워
한국관(館)은 하얀 외벽으로 순백의 한복 이미지를 형상화한 듯 보였으며, ‘어떻게 먹을 것인가(How to eat)’와 ‘무엇을 먹을 것인가(What to eat)’를 주제로 한식세계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한국의 발달한 IT기술을 활용하여 먹거리의 소중함과 영양문제, 비만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면서 대안으로 한식의 우수함을 입체적으로 홍보하고 있었으며, 필자가 방문한 시간이 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홍보관 내의 한식당(BIBIGO)에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밀라노 엑스포를 통해 방문객 특히 많은 유럽인들에게 한식의 역사와 우리 식문화의 우수함을 얼마나 인식시켰을까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우선 넓은 공간에 비해 콘텐츠가 너무나 빈약했다. 주제는 김치(발효) 하나에 집중되어 있었고, 보이는 것이라곤 ‘항아리’가 전부였다. 한국에 방문해 본 적이 없고 한국의 식문화를 접해 본 적도 없는 외국인들이 항아리가 주는 의미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해설을 하는 사람도 이탈리아어로 하고, 부착되어 있는 설명문도 대부분이 이탈리아어로만 되어 있어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사람은 귀머거리나 눈 뜬 장님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이탈리아 방문객이 많기 때문이라고 이해되지만, 통역기 등을 활용해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면 그 효과가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적어도 영어로 된 설명문과 해설은 필요했다고 생각된다.
문화·사람 연계해야 설득력 얻어
먹거리는 그 나라의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의 ‘한식’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번 엑스포의 한국관에는 문화와 사람(주체)이 없었다. 한식은 한국의 식문화 속에서 나온 것이며, 그러한 식문화를 만든 것은 한국인이다. 따라서 한식의 홍보도 이러한 우리의 문화와 연계되어야 설득력이 커질 것이다. 김치의 식재료인 배추를 생산하기 위한 한국 농민의 이야기와 동네행사로 이루어지는 김장행사, 그 속에서 형성되어 온 우리의 공동체 문화 등에 대한 설명 없이 우리의 한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번 밀라노 엑스포에서는 항아리와 김치가 곧 한식이었다. 이렇게 해서야 한식의 세계화는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를 준비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노력했겠지만 한국의 사람(농민)과 공동체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진정한 한식세계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한다.
*한국농어민신문 2015. 11. 20. 게재 글입니다.
| 유정규 좋은경제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지난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전 세계 145개국과 3개의 국제기구가 참가한 ‘2015 밀라노 국제 엑스포’가 열렸다. 이번 엑스포의 주제는 ‘생명 에너지, 지구 식량공급’(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이었는데, 농업과 먹거리를 주제로 엑스포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EU·FAO·WHO는 이번 엑스포의 주제에 맞춰 세계 식량의 날(10월15일)에 맞춰 전 세계 100여개 도시가 참여한 ‘밀라노 도시 푸드정책 협약(Milan Urban Food Policy Pact)’을 채택하고 이를 UN에 제출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대구 등이 서명에 참여하였다.
‘식량안보·지속가능한 개발’ 선언
이번에 채택된 세계도시 푸드정책 협약 선언문은 총 7개 항으로 되어 있는데 첫째, 기본적인 인권의 관점에서 건강하면서도 적절한 푸드 제공과 생명다양성 보전을 위한 푸드시스템 발전 도모 둘째, 통합적인 도시푸드정책의 추진을 위한 관련 주체간의 협력 강화 셋째, 지역단위 푸드정책과 지방정부, 국가, 국제정책과의 일관성 추구 넷째, 푸드 관련 정책, 프로그램, 계획의 시행과 평가에서 참여 확대 다섯째,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기존의 도시정책, 계획, 규정의 재검토 여섯째, 도시 푸드시스템 실행을 위한 기본틀 (framework for action)의 사용 일곱째, 이번 푸드정책에 다른 도시의 참여 권장 등이다. 이번 ‘세계 도시 푸드정책 협약’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노력해 온 전 세계 도시의 대표가 사회정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푸드시스템의 개발과 실천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편, 이번 밀라노 엑스포에 참여한 각국은 저마다 자기나라의 음식과 식문화를 소개하고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개최국인 이탈리아는 말할 것도 없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과 노력이 대단해 보였다. 특히 중국은 국가관(館) 뿐만 아니라 기업관(館)도 개설하여 커진 국력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엄청난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고 있었으며, 일본이나 우리나라도 홍보관의 규모면이나 방문객들의 인기면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조금도 뒤질 것이 없어 보였다.
김치·항아리 뿐인 한국관 아쉬워
한국관(館)은 하얀 외벽으로 순백의 한복 이미지를 형상화한 듯 보였으며, ‘어떻게 먹을 것인가(How to eat)’와 ‘무엇을 먹을 것인가(What to eat)’를 주제로 한식세계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한국의 발달한 IT기술을 활용하여 먹거리의 소중함과 영양문제, 비만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면서 대안으로 한식의 우수함을 입체적으로 홍보하고 있었으며, 필자가 방문한 시간이 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홍보관 내의 한식당(BIBIGO)에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밀라노 엑스포를 통해 방문객 특히 많은 유럽인들에게 한식의 역사와 우리 식문화의 우수함을 얼마나 인식시켰을까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우선 넓은 공간에 비해 콘텐츠가 너무나 빈약했다. 주제는 김치(발효) 하나에 집중되어 있었고, 보이는 것이라곤 ‘항아리’가 전부였다. 한국에 방문해 본 적이 없고 한국의 식문화를 접해 본 적도 없는 외국인들이 항아리가 주는 의미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해설을 하는 사람도 이탈리아어로 하고, 부착되어 있는 설명문도 대부분이 이탈리아어로만 되어 있어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사람은 귀머거리나 눈 뜬 장님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이탈리아 방문객이 많기 때문이라고 이해되지만, 통역기 등을 활용해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면 그 효과가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적어도 영어로 된 설명문과 해설은 필요했다고 생각된다.
문화·사람 연계해야 설득력 얻어
먹거리는 그 나라의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의 ‘한식’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번 엑스포의 한국관에는 문화와 사람(주체)이 없었다. 한식은 한국의 식문화 속에서 나온 것이며, 그러한 식문화를 만든 것은 한국인이다. 따라서 한식의 홍보도 이러한 우리의 문화와 연계되어야 설득력이 커질 것이다. 김치의 식재료인 배추를 생산하기 위한 한국 농민의 이야기와 동네행사로 이루어지는 김장행사, 그 속에서 형성되어 온 우리의 공동체 문화 등에 대한 설명 없이 우리의 한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번 밀라노 엑스포에서는 항아리와 김치가 곧 한식이었다. 이렇게 해서야 한식의 세계화는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를 준비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노력했겠지만 한국의 사람(농민)과 공동체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진정한 한식세계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한다.
*한국농어민신문 2015. 11. 20. 게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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