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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첨단기술 시대 한국 농업의 대응과제 |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명예이사장
    • 작성일2019/09/02 11:02
    • 조회 651
    첨단기술 시대 한국 농업의 대응과제
    |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명예이사장


    스마트농업 거스를 수 없는 시대 조류 주체 모두 윈윈 가능한 방안 찾아야 

    지금 세계 농업은 스마트농업·디지털농업·정밀농업 등으로 일컬어지는 거대한 기술혁신의 시대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까지 농업이 농민의 오랜 경험과 감에 의존해왔다면 이제는 농업에 데이터와 매뉴얼을 활용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농업은 앞선 제조업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의 기반 위에서 발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식품 영역은 전자·철강·화학 등 핵심 제조업이나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의 수준에 비해 낙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시설원예와 축산분야에서 생육환경의 최적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 생산 안정화, 경영수익 개선을 실현하고 있는 사례들이 나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 바탕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지원과 일부 선진적인 농민, 산업계의 노력이 깔려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팜 확산사업도 적지 않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사업은 기존의 개별농가 지원 방식에서 청년농업인과 전후방사업으로 정책 대상을 확대했다. 이와 더불어 교육·연구·생산 기능이 집적화된 거점으로 ‘스마트팜 혁신밸리’란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첨단 농업기술을 한국 농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풀어야 할 몇가지 과제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현재 유럽·미국·일본·중국 등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세계 농업과의 경쟁구도 속에서 스마트농업의 발전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시설원예 환경제어기술을 갖춘 네덜란드에선 스마트팜 1㎡당(0.3평) 평균 70㎏의 토마토를 생산하는 농가가 적지 않다. 그만큼 스마트농업은 엄청난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품질개선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농업 또는 정밀농업을 발전시키려면 관련 주체들의 올바른 이해와 인식의 공유가 선행돼야 한다. 몇년 전 국내 대기업이 추진한 스마트팜단지 조성사업이 농민들의 이해와 상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좌절된 사례 등을 반면교사 삼아 참여주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첨단 농업기술을 활용해 현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려면 정부·연구기관·생산자·가공기업 등 모든 관련 주체 사이의 협력문화가 상호신뢰와 상생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돼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선 뿌리 깊은 ‘끼리끼리 문화’ 때문에 자생적이며 수평적인 네트워킹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팜 혁신밸리사업에선 모든 참여주체들이 대등한 관계에서 윈윈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농업의 첨단기술 혁신은 시설원예보다는 논농업을 주요 대상으로 추진돼야 한다. 현행 쌀값 지지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낡은 보호주의 농정의 단점을 해소하면서 논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ICT를 활용한 정밀농업기술의 개발·보급을 서둘러야 한다.

    일례로 일본 정부는 2014년부터 1000필지의 논을 대상으로 ICT를 벼농사에 활용하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실증시험을 외부에 위탁해 진행하고 있다. 시험을 통해 필지별 수확량 격차를 낳는 요인들을 추적 중이다.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노지재배의 경우 생육환경 통제의 제약, 농지 소유·이용 조정에 대한 제한 등 어려움이 따르지만 계속해서 발전방향을 찾지 않고서는 논농업이 안고 있는 해묵은 문제에서 벗어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출처- 농민신문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314996/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