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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공익직불제가 정착·발전하려면 |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명예이사장
    • 작성일2020/03/04 11:06
    • 조회 694
    공익직불제가 정착·발전하려면
    |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명예이사장

    관리체계 정립해 시행착오 최소화를 농민도 영농활동 부정적 효과 줄여야


    올해 5월 시행되는 공익직불제는 생산주의 농정에서 지속가능 농정으로의 전환이라는, 농정패러다임의 변화과정에서 매우 획기적인 의미를 지닌다. 공익직불제에 대한 논의는 쌀과 대농에 편중된 기존 직불제가 쌀 과잉생산을 심화시키고 중소규모 농가의 소득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작물 종류에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의 직불금을 지급해 중소농의 소득안정 기능을 확대하고 준수의무를 강화해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이 공익직불제의 핵심이다.

    제도 개편의 기본 틀은 현행 9개 직불제 가운데 ▲쌀 고정 ▲쌀 변동 ▲밭농업 ▲조건불리 ▲친환경 ▲경관보전 등 6개 직불제를 공익형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중 농지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쌀 고정·변동, 밭농업, 조건불리 직불금은 기본직불금으로, 친환경·경관보전 직불금은 선택직불금으로 구분하는 것 외에는 현행 제도의 틀이 유지된다. 기본직불금은 0.5㏊ 미만의 농가에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소농직불금과 역진적 단가체계가 적용되는 면적직불금으로 구성된다. 선택직불금으로는 친환경·경관보전 직불금 이외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그 밖의 직불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농업생산환경·농촌생태환경·문화유산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올해 공익직불제 예산은 지난해보다 70% 증액된 2조4000억원으로 편성됐지만 대부분 기본직불제에 배분됐고 선택직불제 예산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이를 통해 현 단계의 공익직불제가 아직 농민의 소득안정을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데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이라는 공익직불제로의 개편 목적에 충실하기 위한 제도 손질은 중장기 정책과제로 남아 있다.

    앞으로는 기본직불제에 부과되는 농가 준수의무이행을 통해 영농활동에서 파생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줄이고, 의무이행 수준을 사회구성원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까지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농업부문이 제공하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사회적 최적 수준까지 늘려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추가적인 경제적 유인을 부여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의 선택직불제를 확충해나가야 한다. 공익직불제가 성공하려면 납세자인 국민의 동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공익직불제의 조속한 정착과 제도 발전을 위해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정립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부정수급 문제에 대처하려면 영농기록 작성·보관 의무를 철저히 이행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확립해야 한다.

    농민들은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대비해 1990년대부터 도입한 직불제 농정이 현 시대의 새로운 흐름이며, 그 바탕에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음을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또 영농활동에 따른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이고 농업이 제공할 수 있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늘리는 등 농업·농촌의 공익가치를 증진시키는 사회적 서비스의 대가로 공익직불제가 운영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개헌안에는 ‘국가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바탕으로 한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농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농업계를 비롯한 많은 국민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 지지를 보냈다. 이런 움직임이 향후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농업의 공익가치 증진에 대한 농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출처- 농민신문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name/320228/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