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 |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지역재단 고문
- 작성일2020/08/30 09:22
- 조회 671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
|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지역재단 고문
환경생태계 파괴에 대한 대자연의 보복
이제 우리나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사는 세상이 됐다. 아니, 세계 전체가 그렇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 확진자가 8월 15일 현재 2,000만명에 이르렀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29만4,000명이다. 누적사망자는 76만9,000명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쉬이 사라질 것 같지 않으며 8월 중순 제2차 대유행이 시작돼 장기화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지구상 자연생태계에는 약 160만여 종의 미지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나브로 바이러스 감염병 대유행(펜데믹)을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 중의 하나이다. 야생 바이러스의 대이동으로 발생하고 있는 감염병의 파괴력은 막심하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는 전염력이 10배나 강한 변이종이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우한으로부터 한국에 유입된 5개월여 만에 감염 확진자가 17일 현재 1만5,515명에 이르렀고 사망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지난 14일부터 나흘 연속 확진자가 745명을 기록하고 있다. 감염병은 특정지역, 특정국가에 한정하지 않고 전 지구적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경기권에 집중 발생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이 이동하고 몰리는 지역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따라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자연생태계의 대반란과 보복
코로나19 감염 대유행은 그동안 범지구적으로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된 산업화, 경제개발과 지구 온도 상승에 따른 이상기후현상 등으로 ‘산림환경과 자연생태계가 파괴’된 데에 그 일차적 원인이 있다. 자연생태계, 즉 산림, 토양계가 황폐해지면 그곳에 오랫동안 기생해 살아오던 바이러스 등의 대이동이 자연스레 일어나고 그 가운데 변종 바이러스들이 끊임없이 출현한다.
이는 이미 10여 년 전 출간된 앤드류 니키포룩의「대 혼란: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이희수 역, 알마, 2010)」에서 이미 지적된 바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인간들의 과도한 이동’으로 인해 바이러스 교통량이 치솟게 되고 이 과정에 바이러스 감염병이 창궐하게 된다. 감염병을 촉진시키는 매개동물은 박쥐, 사향고양이, 돼지, 낙타 등으로서 이들의 중간 매개 기능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세포 수용체 구조가 비슷한 돼지의 매개 역할은 가공스러운 수준이다.
WHO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기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밀폐, 밀접, 밀집 공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필자가 정무직 재임시절 직접 경험하고 확인했던 이야기이다.
1998년 말레이시아를 강타한 ‘니파바이러스’의 감염사태는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19 감염사태에 자못 교훈적이다. 마하트마 총리가 한국과 일본을 가리키며 “동방을 보라(Look East!)”며 경제개발정책을 맹렬히 전개하던 무렵 야생상태의 산림과 미개간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했을 때 본래의 서식지를 잃어버린 과일박쥐들이 대거 이주를 강제당하면서 니파바이러스의 수난이 시작됐다.
야생동물들이 자연 상태에서 강제로 쫓겨나면서 새로이 정착한 곳은 망고나무가 잔뜩 심어진 말레이시아의 어느 양돈장 지역이었는데 이곳에서 풍부한 먹잇감이 망고였고 과일박쥐가 먹고 버린 망고를 양돈장의 돼지들이 먹었다. 그 과정에서 니파바이러스가 돼지로, 그리고 농장 인부의 독감 감염증세로 전염됐다. 그간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을 휩쓸었던 돼지독감 사태라든지, 사스 그리고 메르스 사태 역시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난개발 행위, 즉 인간의 탐욕스런 개발 행위가 그 일차적 원인이었다.
인수공통 감염병을 일으키는 핵심은 중간매개동물이다. 독감 바이러스 사태 때도 돼지가 그 역할을 했다. 인간의 세포 수용체 구조가 조류(예, 박쥐)와는 다르지만 돼지와 같기 때문에 조류가 먼저 돼지를 감염시키고, 다시 돼지로부터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 감염사태 와중에 별도로 돼지독감 바이러스 감염사태가 보도되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먼저 환경생태계 살려야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 펜데믹에 대한 대응책으로 평면적인 조치들을 일관하고 있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손 씻기와 예배 등 대면집합금지의 사회적 자구조치와 더불어 확진자에 대한 보건당국의 신속한 진단과 임시치료 조치를 질서있게 취하고 있다. 다만, 한국적 현상인 신천지 교도들의 파행과 이태원 클럽 및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사태 등이 발생해 심화됐다. 제2차 바이러스 파동이 시작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교훈은 이상의 사회적 행정적 조치 등 평면적 대응조치들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지엽적인 임시조치와 대응만으로는 현상유지적인 대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 근원적인 원인 현상에 대한 총체적 근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코로나19는 장기화, 일상화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취해온 산업화 및 경제개발 일변도의 이른바 탐욕과 이윤 극대화를 위한 자본지상주의 문명을 자연생태계의 보전을 중시하는 생태문명으로 전환하는데 정부와 국민이 심각하게 머리를 맞대어 고민해야 한다.
그 해답의 일부는 이미 ‘오래된 미래’로서 합의된 청정 자연생태계 중시의 철학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부분적이나마 전라남도, 충청북도, 강원도 지방 행정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전라남도는 11년 전부터 29개 지역을 유기농 생태마을로 지정하고 친환경 유기농 생명농업 추구와 상부상조하는 협동적인 농촌건설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전국에서 비교적 적은 수의 코로나19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전남지역의 사회적 행정적 생태문명 지향 정책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친환경 생태계 문화의 범국민화
해답은 대자연 생태계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기후변화에 친자연적으로 대응하며, 산림과 토양 생태계 파괴를 줄여 나가는, 친자연 친환경 유기농 생태문화의 국민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자본의 탐욕과 맹목적인 이윤극대화의 논리에 따라 자연생태계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개발일변도의 산업개발주의 성향을 벗어나려는 정책목표를 확고히 다짐해야 할 때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화과정에서 투기자본 세력들에 소유돼 무참하게 농단된 농경지의 투기적 이용과 개발 문란을 바로잡아야 한다. 원론적인 해법이지만, 농지제도 개혁은 헌법에 엄연히 규정되어 있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확고히 바로 잡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 하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농민이 없는 농업, 농촌이 없는 국가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해 실제 농촌에서 영농에 종사하는 생산적인 농민들에게 생태계 보전 등 공익적 가치를 수행하는 행위를 보상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그리하여 실제 농부, 농가에 대해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정부 들어 유명무실해진 정부의 친환경 유기농 지원정책을 확고히 바로 세우는 거국적인 친자연 생태계 복원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감염병 만연시대의 범지구적 개혁 요구이고 코로나19 이후의 현대문명이 살아남는 길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공포와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범국가적으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여러 혁신적 대응책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만희의 신천지,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 등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국내 지역사회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의 국가적 예방 및 진단 체계가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들의 타고난 DNA와 잠재력이 또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자연의 반란’이라는 벨기에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새롭게 왕이 된 자가 자연을 하잘 것 없는 것으로 보고 통제하는 정책을 펼치자 주인공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연의 지속가능한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모험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탐욕적인 인간들이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고 경제개발에만 급급하여 그 결과가 지금의 코로나19 현상이라는 대자연의 반격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자연의 치유능력은 대단하지만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을 유지하려면 ‘지속가능한 발전 이념’이 실천돼야 한다. 자연 중에서도 특히 산림생태계는 긴 세월동안 이뤄져 온 것이라서 한 번 파괴되면 복구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2009년의 약 1,400만 헥타르에서 2019년엔 약 2,750만 헥타르의 산림이 사라졌다. 세계 산림 면적 감소의 현재 추세가 멈춰지지 않는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는 코로나19 정도의 바이러스가 아닌 더 세고 더 강한 제2, 제3의 바이러스 대재앙이 초래될지 모른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산림은 깊게 입었던 상처를 딛고 일어선 경험이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국제적 평가가 좋았던 사례가 여럿 있지만, 개인적으로 1960~70년대의 치산녹화 정책의 성공을 첫째로 들고 싶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무참히 훼손된 산림으로 인해 가뭄과 홍수가 잦았던 당시, 모든 행정력과 국민적 협력을 이끌어 내 헐벗은 산을 단기간에 푸르게 만든 한편의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이를 두고 그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위대한 맨손의 역사’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우리 스스로도 후대에 전할 자랑거리로 손꼽고 있다.
소중한 산림생물자원 가치 재조명해야
코로나 위기 속에서 우리는 그 역사적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갇힌 몸과 마음을 산과 들의 숲에서 위로받고 있는 것이다. ‘홀산족’, ‘둘산족’과 같은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로 너도나도 산을 찾는 이가 많아진 것은 산이 갖는 매력인 자연스러운 거리두기, 스트레스 해소, 체력 보강, 면역력 향상 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산림생명자원의 소중함이 그 일차적인 원인이다. 필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매년 4월 5일 식목일마다 한 사람당 4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와 같은 선대의 땀과 노력으로 울창해진 산림이 없었다면 이 어찌 가능한 일이겠는가.
우리나라 전 국토의 약 3분의 2 정도가 산림으로 이뤄져 어디서든 쉽게 산을 접할 수 있는 사실에 고마워할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 산림에는 5,000여 종의 자생식물은 물론 그 밖의 식물, 곤충, 버섯, 지의류 등 2만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사시사철 건강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하다. 다만, 현재까지 이중 300여 종만이 우리 생활에 활용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산림생물자원의 활용성과 가치에 대한 평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 대내외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다른 국가들보다 앞선 우리의 코로나19 진단 시스템과 제품에 대한 국제적 수요 증가와 한·일 간 무역마찰로 인한 소재·부품·장비의 신속한 국산화가 바로 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제2의 코로나19를 대비해서라도 천연물질의 보고(寶庫)인 산림생물자원에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모든 자연자원이 궁극적으로는 국가적 발전과 국민의 삶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는 대원칙 하에서 산림생명자원의 산업화와 산림에 종사하는 임업인에 대한 면밀한 지원계획과 정책적 의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산림생명자원의 산업화 전략
그 가능성의 시작은 우리들 생활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버드나무에 함유된 살리신이라는 천연물질로 아스피린을 만든 사례,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택솔 성분으로 난소암과 폐암을 치료하는 천연항암제를 만든 사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중국 자생식물인 팔각(스타아니스) 열매에서 추출한 시킴산을 주원료로 만든 사례 등 너무나도 많다. 최근에는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추진한 연구개발을 통해 느릅나무의 외상 치유, 다래순과 눈개승마의 뇌기능 저하 개선, 식나무의 눈 건강기능식품 개발 등도 주목해 볼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푸르고 울창한 산림을 자원화하고 산업화해 국가적 경쟁력을 높이는데 속도를 높여야 한다. 더욱이, 나고야의정서(생물자원 이익공유에 관한 국제협약)를 채택한 우리로서는 유용한 생물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체계적인 관리 하에 지속가능하게 이용함으로써 새로운 바이오산업 기반으로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아직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유용 산림생물자원을 찾아내고 이를 산업화할 수 있도록 대량 생산과 공급 체계를 갖추는 일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 산림자원의 생산-가공-서비스라고 하는 산업의 선순환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임업인, 산업체 종사자, 과학기술 개발자, 정책 입안자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한다. 이렇게 모아진 뜻은 치산녹화 성공의 모범국가에 걸맞게 무분별하게 훼손돼가는 산림을 회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국제적인 모델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임업이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었다면, 미래의 임업은 산림을 이용해 관련 산업을 부흥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수 불가결한 과제이어야 할 것이다. 녹화 성공으로 전 세계가 주목했던 우리 산림에서 이제는 이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 및 미래세대 발전을 위한 해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그 첫 번째 행보는 생태문명의 재창출과 산림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산업화 기술개발로 코로나19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 필자주: 같은 내용의 글이 <농촌과 목회> 가을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2020. 8. 30 [특별기고]에 게재된 글 입니다.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1765
|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지역재단 고문
환경생태계 파괴에 대한 대자연의 보복
이제 우리나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사는 세상이 됐다. 아니, 세계 전체가 그렇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 확진자가 8월 15일 현재 2,000만명에 이르렀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29만4,000명이다. 누적사망자는 76만9,000명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쉬이 사라질 것 같지 않으며 8월 중순 제2차 대유행이 시작돼 장기화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지구상 자연생태계에는 약 160만여 종의 미지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나브로 바이러스 감염병 대유행(펜데믹)을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 중의 하나이다. 야생 바이러스의 대이동으로 발생하고 있는 감염병의 파괴력은 막심하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는 전염력이 10배나 강한 변이종이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우한으로부터 한국에 유입된 5개월여 만에 감염 확진자가 17일 현재 1만5,515명에 이르렀고 사망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지난 14일부터 나흘 연속 확진자가 745명을 기록하고 있다. 감염병은 특정지역, 특정국가에 한정하지 않고 전 지구적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경기권에 집중 발생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이 이동하고 몰리는 지역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따라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자연생태계의 대반란과 보복
코로나19 감염 대유행은 그동안 범지구적으로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된 산업화, 경제개발과 지구 온도 상승에 따른 이상기후현상 등으로 ‘산림환경과 자연생태계가 파괴’된 데에 그 일차적 원인이 있다. 자연생태계, 즉 산림, 토양계가 황폐해지면 그곳에 오랫동안 기생해 살아오던 바이러스 등의 대이동이 자연스레 일어나고 그 가운데 변종 바이러스들이 끊임없이 출현한다.
이는 이미 10여 년 전 출간된 앤드류 니키포룩의「대 혼란: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이희수 역, 알마, 2010)」에서 이미 지적된 바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인간들의 과도한 이동’으로 인해 바이러스 교통량이 치솟게 되고 이 과정에 바이러스 감염병이 창궐하게 된다. 감염병을 촉진시키는 매개동물은 박쥐, 사향고양이, 돼지, 낙타 등으로서 이들의 중간 매개 기능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세포 수용체 구조가 비슷한 돼지의 매개 역할은 가공스러운 수준이다.
WHO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기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밀폐, 밀접, 밀집 공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필자가 정무직 재임시절 직접 경험하고 확인했던 이야기이다.
1998년 말레이시아를 강타한 ‘니파바이러스’의 감염사태는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19 감염사태에 자못 교훈적이다. 마하트마 총리가 한국과 일본을 가리키며 “동방을 보라(Look East!)”며 경제개발정책을 맹렬히 전개하던 무렵 야생상태의 산림과 미개간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했을 때 본래의 서식지를 잃어버린 과일박쥐들이 대거 이주를 강제당하면서 니파바이러스의 수난이 시작됐다.
야생동물들이 자연 상태에서 강제로 쫓겨나면서 새로이 정착한 곳은 망고나무가 잔뜩 심어진 말레이시아의 어느 양돈장 지역이었는데 이곳에서 풍부한 먹잇감이 망고였고 과일박쥐가 먹고 버린 망고를 양돈장의 돼지들이 먹었다. 그 과정에서 니파바이러스가 돼지로, 그리고 농장 인부의 독감 감염증세로 전염됐다. 그간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을 휩쓸었던 돼지독감 사태라든지, 사스 그리고 메르스 사태 역시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난개발 행위, 즉 인간의 탐욕스런 개발 행위가 그 일차적 원인이었다.
인수공통 감염병을 일으키는 핵심은 중간매개동물이다. 독감 바이러스 사태 때도 돼지가 그 역할을 했다. 인간의 세포 수용체 구조가 조류(예, 박쥐)와는 다르지만 돼지와 같기 때문에 조류가 먼저 돼지를 감염시키고, 다시 돼지로부터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 감염사태 와중에 별도로 돼지독감 바이러스 감염사태가 보도되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먼저 환경생태계 살려야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 펜데믹에 대한 대응책으로 평면적인 조치들을 일관하고 있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손 씻기와 예배 등 대면집합금지의 사회적 자구조치와 더불어 확진자에 대한 보건당국의 신속한 진단과 임시치료 조치를 질서있게 취하고 있다. 다만, 한국적 현상인 신천지 교도들의 파행과 이태원 클럽 및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사태 등이 발생해 심화됐다. 제2차 바이러스 파동이 시작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교훈은 이상의 사회적 행정적 조치 등 평면적 대응조치들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지엽적인 임시조치와 대응만으로는 현상유지적인 대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 근원적인 원인 현상에 대한 총체적 근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코로나19는 장기화, 일상화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취해온 산업화 및 경제개발 일변도의 이른바 탐욕과 이윤 극대화를 위한 자본지상주의 문명을 자연생태계의 보전을 중시하는 생태문명으로 전환하는데 정부와 국민이 심각하게 머리를 맞대어 고민해야 한다.
그 해답의 일부는 이미 ‘오래된 미래’로서 합의된 청정 자연생태계 중시의 철학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부분적이나마 전라남도, 충청북도, 강원도 지방 행정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전라남도는 11년 전부터 29개 지역을 유기농 생태마을로 지정하고 친환경 유기농 생명농업 추구와 상부상조하는 협동적인 농촌건설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전국에서 비교적 적은 수의 코로나19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전남지역의 사회적 행정적 생태문명 지향 정책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친환경 생태계 문화의 범국민화
해답은 대자연 생태계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기후변화에 친자연적으로 대응하며, 산림과 토양 생태계 파괴를 줄여 나가는, 친자연 친환경 유기농 생태문화의 국민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자본의 탐욕과 맹목적인 이윤극대화의 논리에 따라 자연생태계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개발일변도의 산업개발주의 성향을 벗어나려는 정책목표를 확고히 다짐해야 할 때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화과정에서 투기자본 세력들에 소유돼 무참하게 농단된 농경지의 투기적 이용과 개발 문란을 바로잡아야 한다. 원론적인 해법이지만, 농지제도 개혁은 헌법에 엄연히 규정되어 있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확고히 바로 잡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 하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농민이 없는 농업, 농촌이 없는 국가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해 실제 농촌에서 영농에 종사하는 생산적인 농민들에게 생태계 보전 등 공익적 가치를 수행하는 행위를 보상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그리하여 실제 농부, 농가에 대해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정부 들어 유명무실해진 정부의 친환경 유기농 지원정책을 확고히 바로 세우는 거국적인 친자연 생태계 복원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감염병 만연시대의 범지구적 개혁 요구이고 코로나19 이후의 현대문명이 살아남는 길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공포와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범국가적으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여러 혁신적 대응책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만희의 신천지,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 등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국내 지역사회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의 국가적 예방 및 진단 체계가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들의 타고난 DNA와 잠재력이 또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자연의 반란’이라는 벨기에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새롭게 왕이 된 자가 자연을 하잘 것 없는 것으로 보고 통제하는 정책을 펼치자 주인공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연의 지속가능한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모험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탐욕적인 인간들이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고 경제개발에만 급급하여 그 결과가 지금의 코로나19 현상이라는 대자연의 반격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자연의 치유능력은 대단하지만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을 유지하려면 ‘지속가능한 발전 이념’이 실천돼야 한다. 자연 중에서도 특히 산림생태계는 긴 세월동안 이뤄져 온 것이라서 한 번 파괴되면 복구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2009년의 약 1,400만 헥타르에서 2019년엔 약 2,750만 헥타르의 산림이 사라졌다. 세계 산림 면적 감소의 현재 추세가 멈춰지지 않는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는 코로나19 정도의 바이러스가 아닌 더 세고 더 강한 제2, 제3의 바이러스 대재앙이 초래될지 모른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산림은 깊게 입었던 상처를 딛고 일어선 경험이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국제적 평가가 좋았던 사례가 여럿 있지만, 개인적으로 1960~70년대의 치산녹화 정책의 성공을 첫째로 들고 싶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무참히 훼손된 산림으로 인해 가뭄과 홍수가 잦았던 당시, 모든 행정력과 국민적 협력을 이끌어 내 헐벗은 산을 단기간에 푸르게 만든 한편의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이를 두고 그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위대한 맨손의 역사’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우리 스스로도 후대에 전할 자랑거리로 손꼽고 있다.
소중한 산림생물자원 가치 재조명해야
코로나 위기 속에서 우리는 그 역사적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갇힌 몸과 마음을 산과 들의 숲에서 위로받고 있는 것이다. ‘홀산족’, ‘둘산족’과 같은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로 너도나도 산을 찾는 이가 많아진 것은 산이 갖는 매력인 자연스러운 거리두기, 스트레스 해소, 체력 보강, 면역력 향상 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산림생명자원의 소중함이 그 일차적인 원인이다. 필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매년 4월 5일 식목일마다 한 사람당 4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와 같은 선대의 땀과 노력으로 울창해진 산림이 없었다면 이 어찌 가능한 일이겠는가.
우리나라 전 국토의 약 3분의 2 정도가 산림으로 이뤄져 어디서든 쉽게 산을 접할 수 있는 사실에 고마워할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 산림에는 5,000여 종의 자생식물은 물론 그 밖의 식물, 곤충, 버섯, 지의류 등 2만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사시사철 건강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하다. 다만, 현재까지 이중 300여 종만이 우리 생활에 활용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산림생물자원의 활용성과 가치에 대한 평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 대내외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다른 국가들보다 앞선 우리의 코로나19 진단 시스템과 제품에 대한 국제적 수요 증가와 한·일 간 무역마찰로 인한 소재·부품·장비의 신속한 국산화가 바로 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제2의 코로나19를 대비해서라도 천연물질의 보고(寶庫)인 산림생물자원에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모든 자연자원이 궁극적으로는 국가적 발전과 국민의 삶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는 대원칙 하에서 산림생명자원의 산업화와 산림에 종사하는 임업인에 대한 면밀한 지원계획과 정책적 의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산림생명자원의 산업화 전략
그 가능성의 시작은 우리들 생활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버드나무에 함유된 살리신이라는 천연물질로 아스피린을 만든 사례,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택솔 성분으로 난소암과 폐암을 치료하는 천연항암제를 만든 사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중국 자생식물인 팔각(스타아니스) 열매에서 추출한 시킴산을 주원료로 만든 사례 등 너무나도 많다. 최근에는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추진한 연구개발을 통해 느릅나무의 외상 치유, 다래순과 눈개승마의 뇌기능 저하 개선, 식나무의 눈 건강기능식품 개발 등도 주목해 볼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푸르고 울창한 산림을 자원화하고 산업화해 국가적 경쟁력을 높이는데 속도를 높여야 한다. 더욱이, 나고야의정서(생물자원 이익공유에 관한 국제협약)를 채택한 우리로서는 유용한 생물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체계적인 관리 하에 지속가능하게 이용함으로써 새로운 바이오산업 기반으로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아직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유용 산림생물자원을 찾아내고 이를 산업화할 수 있도록 대량 생산과 공급 체계를 갖추는 일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 산림자원의 생산-가공-서비스라고 하는 산업의 선순환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임업인, 산업체 종사자, 과학기술 개발자, 정책 입안자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한다. 이렇게 모아진 뜻은 치산녹화 성공의 모범국가에 걸맞게 무분별하게 훼손돼가는 산림을 회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국제적인 모델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임업이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었다면, 미래의 임업은 산림을 이용해 관련 산업을 부흥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수 불가결한 과제이어야 할 것이다. 녹화 성공으로 전 세계가 주목했던 우리 산림에서 이제는 이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 및 미래세대 발전을 위한 해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그 첫 번째 행보는 생태문명의 재창출과 산림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산업화 기술개발로 코로나19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 필자주: 같은 내용의 글이 <농촌과 목회> 가을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2020. 8. 30 [특별기고]에 게재된 글 입니다.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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