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 농정의 목표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0/08/18 10:53
- 조회 604
포스트코로나 시대, 농정의 목표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주민·지역주도 상향식 체계로 재편
농업-농촌-환경-농민 통합적 접근을
2020년 우리 모두는 많은 변화에 직면하게 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사회로 전환이 보편화되었고, 전례 없는 긴 장마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발생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기후위기’가 정말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듯하다. 국가는 서둘러 ‘한국판 그린뉴딜’대책을 발표하고 기후위기 대응의지를 천명했지만, 어디에도 농산어촌분야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가 없다. 농업계도 이에 뒤질세라 ‘농산어촌 그린뉴딜’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어딘가 2% 부족해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 농정은 농업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정책에 편향되게 추진되면서 농촌이나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어 왔다. 그 결과 전체 인구에서 농가와 농가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기준 5.0%, 4.3%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시도별로 농가인구가 전체인구의 10%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경북, 전남, 경남, 충남, 경기 5개 지자체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곧 10% 미만으로 추락할 것이다. 70세 이상 농가 경영주는 2019년 45.8%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농가 경영주 평균연령은 68.2세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농업계 화두는 농업·농촌 공익적 기능과 공익형 직불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기후위기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생물다양성과 물과 토양 오염방지, 농촌경관과 환경에 대한 기여 등 농업생산 활동과정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외부효과에 대한 보상과 촉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공익적 기능과 가치는 어디서 실현되고 구체적으로 발현되는가? 바로 농촌공간이 아니던가. 지자체마다 농가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미치지 않는 현실에서 농업이 생물다양성과 경관, 환경에 미치는 공익적 기능이 지역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실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축산으로 인한 악취와 수자원 오염, 과도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과 농자재 폐기물에 의한 농촌 환경오염에 눈살을 찌푸리는 농촌주민과 소비자들은 무엇이 농업·농촌 공익적 기능인지 의아해 할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농정의 중점은 기존 산업적 관점에 기초한 효율주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농촌주민과 지역, 그리고 환경주의 이념을 강화하고, 농업·농촌 공익적 기능 극대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농정은 그 대상별로 산업으로서 농업, 공간으로서 농촌, 주체로서 농민을 각각 개별적으로 접근해 왔지, 각 부문별 정책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했다. 포스트코로나시대 농정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농업과 지역, 그리고 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통합적 접근으로 전환하고, 그 주체는 주민과 지역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추진되어 온 농촌정책은 지역 간(특히,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농촌지역의 기초생활 여건 개선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 왔다면, 향후 농촌정책은 농촌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적으로 하며, 정책 추진과정에서 지역의 다양성 및 지역 고유자원, 무엇보다 농촌주민의 주체성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농정패러다임의 기본방향은 첫째, 기존 경제적 개발에 치중되어 사회적․환경적 목표에 대한 고려가 불충분하였다면, 향후에는 농촌지역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전환되어야 한다. 농업 경쟁력과 상업적 판매에 치중하여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환경에 부담을 주는 농업이 아니라, 농업생산과 농촌의 생물다양성과 환경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탈탄소 농업으로 전환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농업과 농촌, 환경, 그리고 농민 등 부문별 접근을 농촌(지역)정책으로 통합적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 각 부문별 정책사업들이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 또는 융복합되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부문별로 개인 또는 단체, 마을 등에 개별·분산적으로 지원되었던 정책사업들이 주민과 지역의 입장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 융복합될 수 있도록 행정혁신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주민자치와 민관협치의 관점에서 지역주도의 실질적 상향식 추진체계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 지역적 관점이 결여된 체 행정과 외부 지원(예, 용역사)에 의존하여 진행되었던 각종 사업추진방식을 주민참여와 주민주도(예, 농업회의소 또는 읍면주민자치회 등 대표성을 갖추 기구)를 통한 사업계획의 수립과 집행이 가능하도록 행정 지원방식을 재편함으로써 실질적인 상향식 추진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정은 기존 지역의 개성이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시혜적 관점에서 추진해 왔던 사업추진 방식에서 탈피, 주민주도의 사업계획 수립과 실행과정을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사후평가를 통해 시행착오를 개선하여, 주민들의 역량이 축적되고 주민주도의 농촌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행정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여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읍면단위 주민자치와 시군과 광역단위 민관협치, 지역과 중앙 간 사회협약을 통한 새로운 농업·농촌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2020. 8. 18 오피니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9010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주민·지역주도 상향식 체계로 재편
농업-농촌-환경-농민 통합적 접근을
2020년 우리 모두는 많은 변화에 직면하게 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사회로 전환이 보편화되었고, 전례 없는 긴 장마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발생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기후위기’가 정말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듯하다. 국가는 서둘러 ‘한국판 그린뉴딜’대책을 발표하고 기후위기 대응의지를 천명했지만, 어디에도 농산어촌분야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가 없다. 농업계도 이에 뒤질세라 ‘농산어촌 그린뉴딜’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어딘가 2% 부족해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 농정은 농업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정책에 편향되게 추진되면서 농촌이나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어 왔다. 그 결과 전체 인구에서 농가와 농가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기준 5.0%, 4.3%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시도별로 농가인구가 전체인구의 10%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경북, 전남, 경남, 충남, 경기 5개 지자체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곧 10% 미만으로 추락할 것이다. 70세 이상 농가 경영주는 2019년 45.8%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농가 경영주 평균연령은 68.2세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농업계 화두는 농업·농촌 공익적 기능과 공익형 직불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기후위기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생물다양성과 물과 토양 오염방지, 농촌경관과 환경에 대한 기여 등 농업생산 활동과정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외부효과에 대한 보상과 촉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공익적 기능과 가치는 어디서 실현되고 구체적으로 발현되는가? 바로 농촌공간이 아니던가. 지자체마다 농가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미치지 않는 현실에서 농업이 생물다양성과 경관, 환경에 미치는 공익적 기능이 지역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실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축산으로 인한 악취와 수자원 오염, 과도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과 농자재 폐기물에 의한 농촌 환경오염에 눈살을 찌푸리는 농촌주민과 소비자들은 무엇이 농업·농촌 공익적 기능인지 의아해 할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농정의 중점은 기존 산업적 관점에 기초한 효율주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농촌주민과 지역, 그리고 환경주의 이념을 강화하고, 농업·농촌 공익적 기능 극대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농정은 그 대상별로 산업으로서 농업, 공간으로서 농촌, 주체로서 농민을 각각 개별적으로 접근해 왔지, 각 부문별 정책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했다. 포스트코로나시대 농정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농업과 지역, 그리고 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통합적 접근으로 전환하고, 그 주체는 주민과 지역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추진되어 온 농촌정책은 지역 간(특히,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농촌지역의 기초생활 여건 개선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 왔다면, 향후 농촌정책은 농촌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적으로 하며, 정책 추진과정에서 지역의 다양성 및 지역 고유자원, 무엇보다 농촌주민의 주체성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농정패러다임의 기본방향은 첫째, 기존 경제적 개발에 치중되어 사회적․환경적 목표에 대한 고려가 불충분하였다면, 향후에는 농촌지역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전환되어야 한다. 농업 경쟁력과 상업적 판매에 치중하여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환경에 부담을 주는 농업이 아니라, 농업생산과 농촌의 생물다양성과 환경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탈탄소 농업으로 전환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농업과 농촌, 환경, 그리고 농민 등 부문별 접근을 농촌(지역)정책으로 통합적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 각 부문별 정책사업들이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 또는 융복합되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부문별로 개인 또는 단체, 마을 등에 개별·분산적으로 지원되었던 정책사업들이 주민과 지역의 입장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 융복합될 수 있도록 행정혁신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주민자치와 민관협치의 관점에서 지역주도의 실질적 상향식 추진체계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 지역적 관점이 결여된 체 행정과 외부 지원(예, 용역사)에 의존하여 진행되었던 각종 사업추진방식을 주민참여와 주민주도(예, 농업회의소 또는 읍면주민자치회 등 대표성을 갖추 기구)를 통한 사업계획의 수립과 집행이 가능하도록 행정 지원방식을 재편함으로써 실질적인 상향식 추진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정은 기존 지역의 개성이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시혜적 관점에서 추진해 왔던 사업추진 방식에서 탈피, 주민주도의 사업계획 수립과 실행과정을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사후평가를 통해 시행착오를 개선하여, 주민들의 역량이 축적되고 주민주도의 농촌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행정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여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읍면단위 주민자치와 시군과 광역단위 민관협치, 지역과 중앙 간 사회협약을 통한 새로운 농업·농촌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2020. 8. 18 오피니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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