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지역에 ‘인재’가 없다? 있다!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1/07/16 10:37
- 조회 595
농어촌 지역에 ‘인재’가 없다? 있다!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다양한 경험·이력 가진 후주민 ‘세대교체’
농어촌 주민 역량 부족 편견 벗어나
지역인재 발굴·활용 방안 지원 나서야
가끔 농어촌 주민들과 함께 하는 교육이나 간담회에서 주민들에게 확인하는 것이 있다. 참석자 가운데 현재 마을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주민이 몇 명인지, 거주기간이 아직 10년이 안 된 주민은 몇 명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참여주민 대부분이 30년 이상 현재 마을에서 거주하고 있는 선주민이고, 10∼20%정도가 이주해 온 후주민들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한 마을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재 마을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주민이 몇 명이나 되는지 묻자 한 명도 없는 것이다. 그럼 20년 이상 거주한 주민은 몇 명이나 되는지 묻자 그 조차 없었다. 참여주민 대부분이 10년 미만이거나 10년 조금 넘게 그 마을에 살고 있는 후주민들이었고, 이장조차 이주한 지 10년 정도 된 후주민이었다.
최근 농어촌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후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농어촌지역에서 이 정도로 빠르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다소 놀랐다. 간담회에 참여한 주민들의 이력 또한 대기업 임원으로 은퇴한 주민,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선생님, 상공인 등 다양했다. 한 주민은 유튜브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며, 나의 동의를 얻어 간담회 전 과정을 촬영하여 게시하겠다고 했다.
그 후 몇 차례 농어촌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이력을 가진 후주민들이 농어촌지역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들은 농어촌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공모사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농어촌지역으로 이주하여 현재 다양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후주민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농어촌지역 정책사업들은 어떤 모습일까?
다수의 주민들이 농어촌지역개발사업 추진 초기 사업설명회와 사업 관련 정보제공 등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사전과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행정과 위탁기관(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어항어촌공단 그리고 용역사 등)의 주도로 일정이 정해지고, 구체적인 사업지침을 알지 못하는 주민들은 이들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후주민 A씨는 “행정과 위탁기관에서 기본적으로 주민들은 역량이 없다고 전제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고 했다. 최근 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 설치지역이 확대되면서, 이런 문제가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주민 역량강화의 문제이다. 여전히 주민대상 역량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주민 역량강화에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장황하고 일방적인 이론 강의, 주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한 어설픈 사업설명 등은 주민들의 교육 피로도만 누적될 뿐이라고 했다. 마을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후주민 B씨는 얼마 전 진행한 주민교육 내내 ‘좌불안석’이었다고 한다. 교육을 마치고 용역사에게 “앞으로 주민교육이 더 필요하면, 차라리 진한 멜로영화라도 보여줘 흥미를 갖게 해주라”고 쓴소리를 했다며 푸념했다. 다른 주민 C씨는 “우리 지역에도 어려운 여건에서 공동체사업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마을들이 있는데, 이런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주민들에게 더 도움된다”며 교육내용과 접근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 번째는 기본계획과 하드웨어 설계 및 시공업체 선정과정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마을 사무장을 맡고 있다는 D씨는 “기본계획 수립 용역업체 선정 시 주민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거나, 참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기본계획 수립 용역업체로 선정된 곳에서 마을을 방문하여 사전조사를 하고 주민들과도 소통했다고 발표를 했다는데,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했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E씨는 하드웨어 설계 및 시공업체 선정 시, 지역제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역 중소기업 지원과 육성을 위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시설을 설계하고 시공할 수 없는 업체인데도 불구하고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마을 현실과 내용을 알지 못하는 외부 전문가들로만 평가위원을 구성하여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현재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사업종료 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 시설 노후화 또는 여건 변화에 따른 시설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자체와 협의과정이 녹록치 않다고 했다. 사업이 종료되면 시설 운영은 주민들의 몫으로 남겨지지만, 소유권은 지자체에 있다 보니 지역여건과 주민수요, 사업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하여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설 리모델링 또는 노후화된 부분을 개보수하고자 할 때도 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경우 각종 규제와 제약조건을 들어 승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시설물이 유휴화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농어촌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농어촌 주민들이 역량이 없다는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선주민과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과 역량을 쌓은 후주민, 그리고 열정과 도전정신을 가진 청년 등 농어촌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데 행정과 정책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입버릇처럼 지역에 사람이 없다고 한다. 농어촌 지역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지역인재를 활용하고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농어촌 사회 변화에 발맞춰 행정혁신과 새로운 정책지원체계가 검토되어야 할 이유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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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험·이력 가진 후주민 ‘세대교체’
농어촌 주민 역량 부족 편견 벗어나
지역인재 발굴·활용 방안 지원 나서야
가끔 농어촌 주민들과 함께 하는 교육이나 간담회에서 주민들에게 확인하는 것이 있다. 참석자 가운데 현재 마을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주민이 몇 명인지, 거주기간이 아직 10년이 안 된 주민은 몇 명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참여주민 대부분이 30년 이상 현재 마을에서 거주하고 있는 선주민이고, 10∼20%정도가 이주해 온 후주민들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한 마을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재 마을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주민이 몇 명이나 되는지 묻자 한 명도 없는 것이다. 그럼 20년 이상 거주한 주민은 몇 명이나 되는지 묻자 그 조차 없었다. 참여주민 대부분이 10년 미만이거나 10년 조금 넘게 그 마을에 살고 있는 후주민들이었고, 이장조차 이주한 지 10년 정도 된 후주민이었다.
최근 농어촌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후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농어촌지역에서 이 정도로 빠르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다소 놀랐다. 간담회에 참여한 주민들의 이력 또한 대기업 임원으로 은퇴한 주민,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선생님, 상공인 등 다양했다. 한 주민은 유튜브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며, 나의 동의를 얻어 간담회 전 과정을 촬영하여 게시하겠다고 했다.
그 후 몇 차례 농어촌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이력을 가진 후주민들이 농어촌지역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들은 농어촌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공모사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농어촌지역으로 이주하여 현재 다양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후주민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농어촌지역 정책사업들은 어떤 모습일까?
다수의 주민들이 농어촌지역개발사업 추진 초기 사업설명회와 사업 관련 정보제공 등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사전과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행정과 위탁기관(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어항어촌공단 그리고 용역사 등)의 주도로 일정이 정해지고, 구체적인 사업지침을 알지 못하는 주민들은 이들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후주민 A씨는 “행정과 위탁기관에서 기본적으로 주민들은 역량이 없다고 전제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고 했다. 최근 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 설치지역이 확대되면서, 이런 문제가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주민 역량강화의 문제이다. 여전히 주민대상 역량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주민 역량강화에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장황하고 일방적인 이론 강의, 주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한 어설픈 사업설명 등은 주민들의 교육 피로도만 누적될 뿐이라고 했다. 마을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후주민 B씨는 얼마 전 진행한 주민교육 내내 ‘좌불안석’이었다고 한다. 교육을 마치고 용역사에게 “앞으로 주민교육이 더 필요하면, 차라리 진한 멜로영화라도 보여줘 흥미를 갖게 해주라”고 쓴소리를 했다며 푸념했다. 다른 주민 C씨는 “우리 지역에도 어려운 여건에서 공동체사업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마을들이 있는데, 이런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주민들에게 더 도움된다”며 교육내용과 접근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 번째는 기본계획과 하드웨어 설계 및 시공업체 선정과정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마을 사무장을 맡고 있다는 D씨는 “기본계획 수립 용역업체 선정 시 주민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거나, 참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기본계획 수립 용역업체로 선정된 곳에서 마을을 방문하여 사전조사를 하고 주민들과도 소통했다고 발표를 했다는데,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했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E씨는 하드웨어 설계 및 시공업체 선정 시, 지역제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역 중소기업 지원과 육성을 위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시설을 설계하고 시공할 수 없는 업체인데도 불구하고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마을 현실과 내용을 알지 못하는 외부 전문가들로만 평가위원을 구성하여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현재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사업종료 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 시설 노후화 또는 여건 변화에 따른 시설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자체와 협의과정이 녹록치 않다고 했다. 사업이 종료되면 시설 운영은 주민들의 몫으로 남겨지지만, 소유권은 지자체에 있다 보니 지역여건과 주민수요, 사업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하여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설 리모델링 또는 노후화된 부분을 개보수하고자 할 때도 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경우 각종 규제와 제약조건을 들어 승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시설물이 유휴화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농어촌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농어촌 주민들이 역량이 없다는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선주민과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과 역량을 쌓은 후주민, 그리고 열정과 도전정신을 가진 청년 등 농어촌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데 행정과 정책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입버릇처럼 지역에 사람이 없다고 한다. 농어촌 지역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지역인재를 활용하고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농어촌 사회 변화에 발맞춰 행정혁신과 새로운 정책지원체계가 검토되어야 할 이유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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