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없는 안보가 가능할까? | 하승수 공익별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2/06/24 18:22
- 조회 496
주권 없는 안보가 가능할까?
| 하승수 공익별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안보’를 중시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다.
어떤 국가가 있다. 국제정세가 날로 불안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그 나라는 필요한 군대의 20%만 자국의 군대로 하고, 나머지 80%의 군대는 외국의 용병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나라의 정치인들은 수시로 ‘안보’를 외치면서도 외국 용병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없다.
이 나라의 정부는 매번 자국 군대의 비중을 높이는 계획을 짜는데, 군인에 대한 처우는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그러니 외국용병에 대한 의존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국제정세가 더욱 불안해지면서 기존에 용병을 공급하던 외국으로부터 앞으로 용병공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용병을 수입하는 국가를 ‘다변화’하자는 주장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아직 군사적 역량이 취약한 외국에 인력을 파견해서 그 나라의 군대를 훈련시킨 후에, 유사시에 그 나라의 군대를 수입하자는 대책도 주장된다.
‘안보’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나라의 ‘안보’가 매우 불안하다는 것을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식량’과 관련해서는 이런 주장들이 별다른 문제의식없이 유통되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20%에 불과한 나라에서, 식량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해외에서 식량을 생산해서 유사시에 가져오자’라는 것이 대책이라고 주장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군사분야와 식량분야는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본질적으로 다를까? ‘식량안보’라는 말을 쓴다는 것 자체가 유사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오히려 식량위기 상황에서도 식량의 자유무역이 가능할 것이라는 가정이야말로 비현실적인 것이 아닐까?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한 식량위기를 낳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전쟁 못지않게 무서운 것은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이다. 막상 심각한 식량위기 상황이 닥치면, 그것은 ‘인간성의 위기’까지 낳을 수 있다. 게다가 협동보다는 각자생존의 논리가 팽배해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이런 상황을 감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식량안보’ 보다는 ‘식량주권’이라는 개념이 더욱 절실해지는 때이다. ‘식량주권’은 결국 농민들과 주권자들이 자신들의 먹거리와 농업정책을 결정하고 통제할 권리이다. 지금처럼 외국에 대부분의 곡물을 의존하는 상황은 식량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하루빨리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먹는 것’과 관련된 자급률을 올리는데 둬야 한다. 당연히 국민들이 동의해야 하는 일이므로, 국민들에게 솔직한 상황을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농지를 훼손하는 일체의 개발행위를 중단시키고, 농지에 대한 공공적인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실효성있는 농산물 가격안정대책을 수립하고, 농산물 수급에 있어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며, 농민수당을 국가적으로 확대하는 등 가능한 모든 정책을 세워야 한다. 도시에서도 짜투리땅이라도 활용해서 농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학교텃밭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식량수급이 불안해지자 식량을 배급제로 전환하면서, “승리를 위한 경작(Dig for the Victory)”라는 국가차원의 캠페인을 벌였다. 개인이나 공공이 소유하고 있는 땅들을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농사짓는 땅으로 바꾸는 캠페인이었다. 개인정원이나 공원도 텃밭으로 바꿨다. 국민들이 농사를 짓도록 유도하기 위해 전국적인 교육을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식량문제에 대처하려 했던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이런 정도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이다.
식량위기가 언제, 얼마나 심각하게 닥칠지도 모르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계획을 수립하고 대비해야 하느냐? 고 질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일어날지 아닐지도 모르는 전쟁에 대비해서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고 상비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대국가이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고, 그것이 식량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과학’에 기반한 결론이다. 그런데도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대통령부터 모든 정부관료들, 정치인들이 정신차려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대비도 하지 못하면서, 공직자들이 국민세금으로 월급받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때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0414
| 하승수 공익별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한 식량위기를 낳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전쟁 못지않게 무서운 것은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이다. 막상 심각한 식량위기 상황이 닥치면, 그것은 ‘인간성의 위기’까지 낳을 수 있다.
‘안보’를 중시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다.
어떤 국가가 있다. 국제정세가 날로 불안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그 나라는 필요한 군대의 20%만 자국의 군대로 하고, 나머지 80%의 군대는 외국의 용병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나라의 정치인들은 수시로 ‘안보’를 외치면서도 외국 용병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없다.
이 나라의 정부는 매번 자국 군대의 비중을 높이는 계획을 짜는데, 군인에 대한 처우는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그러니 외국용병에 대한 의존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국제정세가 더욱 불안해지면서 기존에 용병을 공급하던 외국으로부터 앞으로 용병공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용병을 수입하는 국가를 ‘다변화’하자는 주장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아직 군사적 역량이 취약한 외국에 인력을 파견해서 그 나라의 군대를 훈련시킨 후에, 유사시에 그 나라의 군대를 수입하자는 대책도 주장된다.
‘안보’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나라의 ‘안보’가 매우 불안하다는 것을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식량’과 관련해서는 이런 주장들이 별다른 문제의식없이 유통되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20%에 불과한 나라에서, 식량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해외에서 식량을 생산해서 유사시에 가져오자’라는 것이 대책이라고 주장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군사분야와 식량분야는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본질적으로 다를까? ‘식량안보’라는 말을 쓴다는 것 자체가 유사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오히려 식량위기 상황에서도 식량의 자유무역이 가능할 것이라는 가정이야말로 비현실적인 것이 아닐까?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한 식량위기를 낳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전쟁 못지않게 무서운 것은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이다. 막상 심각한 식량위기 상황이 닥치면, 그것은 ‘인간성의 위기’까지 낳을 수 있다. 게다가 협동보다는 각자생존의 논리가 팽배해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이런 상황을 감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식량안보’ 보다는 ‘식량주권’이라는 개념이 더욱 절실해지는 때이다. ‘식량주권’은 결국 농민들과 주권자들이 자신들의 먹거리와 농업정책을 결정하고 통제할 권리이다. 지금처럼 외국에 대부분의 곡물을 의존하는 상황은 식량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하루빨리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먹는 것’과 관련된 자급률을 올리는데 둬야 한다. 당연히 국민들이 동의해야 하는 일이므로, 국민들에게 솔직한 상황을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농지를 훼손하는 일체의 개발행위를 중단시키고, 농지에 대한 공공적인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실효성있는 농산물 가격안정대책을 수립하고, 농산물 수급에 있어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며, 농민수당을 국가적으로 확대하는 등 가능한 모든 정책을 세워야 한다. 도시에서도 짜투리땅이라도 활용해서 농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학교텃밭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식량수급이 불안해지자 식량을 배급제로 전환하면서, “승리를 위한 경작(Dig for the Victory)”라는 국가차원의 캠페인을 벌였다. 개인이나 공공이 소유하고 있는 땅들을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농사짓는 땅으로 바꾸는 캠페인이었다. 개인정원이나 공원도 텃밭으로 바꿨다. 국민들이 농사를 짓도록 유도하기 위해 전국적인 교육을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식량문제에 대처하려 했던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이런 정도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이다.
식량위기가 언제, 얼마나 심각하게 닥칠지도 모르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계획을 수립하고 대비해야 하느냐? 고 질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일어날지 아닐지도 모르는 전쟁에 대비해서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고 상비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대국가이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고, 그것이 식량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과학’에 기반한 결론이다. 그런데도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대통령부터 모든 정부관료들, 정치인들이 정신차려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대비도 하지 못하면서, 공직자들이 국민세금으로 월급받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때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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