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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대통령 후보의 농정 공약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4 18:32
    • 조회 381
    대통령 후보의 농정 공약
    정영일 | 지역재단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한달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도 각종 의혹을 둘러싼 공방전 속에 정작 핵심을 이뤄야 할 정책검증은 실종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농업·농촌 관련분야에선 여러 농민단체가 주관하는 후보초청 토론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농민들이 놓인 상황의 어려움을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여기서는 최근 열린 한국농업정책학회 정책토론회에 참가한 대통합민주신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 등 3개 정당의 농정공약을 비교검토함으로써 이번 대선의 농정이슈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먼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각당의 공약에 공통된 항목은 농가소득 보전, 농가부채 문제의 적극 해결, 여성농업인의 역할 및 지위 향상,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식품안전관리의 강화 등이다. 특히 소득안정과 관련해서 대통합민주신당은 농가단위 직불제와 농촌형 역모기지론의 도입을, 한나라당은 소득보전특별법 제정과 직불확대를, 민노당은 목표소득직불제의 도입을 통한 도·농 간 소득격차 해소를 내놓고 있다.

    또 농가부채와 관련해서 대통합민주신당은 경영회생지원특별법 제정을, 한나라당은 이자동결과 원금의 20년 분할상환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조치법 제정을, 민노당은 이자를 낮추고 원금을 10년 유예 15년 분할상환토록 하는 특별법 제정을 각각 제시하고 있어 농가들의 부채 압박완화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각당의 공약에 나타난 농정의 기조나 이념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대부분 계승하고 있어 별다른 노선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데 비해, 한나라당은 농업정책의 ‘선진화’와 농지 용도 규제의 완화를 내세우는 등 시장중심의 농업을 강조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민노당은 ‘시장지배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농업’을 하나의 비전으로 제시하는 등 농업의 공공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이제 각당의 농정공약을 차기 정부의 농정비전과 전략을 담은 청사진으로 완성하는 데 필요한 몇가지 제언을 해두고자 한다. 

    먼저 원내 양대 정당의 공약은 현재로서는 주요 이슈의 나열에 그치고 있을 뿐 새 정부에서 추진할 정책방향과 주요 과제를 체계적으로 제시한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어 본격적인 공약 보완작업이 없이는 집권 후 1년 동안은 ‘농업·농촌종합대책’ 입안에 허송한 현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배제하기가 어렵다. 

    둘째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선대책 후비준 동의’ 차원을 넘어 차기 정부 5년간 국내 농업 생산력을 어떻게 유지·발전시켜나갈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고민이 담긴 농업정책 공약이 아쉽다. 이와 관련한 핵심과제로는 의욕적이고 유능한 영농주체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나 농정 추진체계 및 관련 조직의 개혁에 관한 구상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농업·농촌문제가 1차 산업 활동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전제로 할 때 농촌지역의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주민 주도의 발전 노력을 뒷받침할 농촌지역정책과 농업생산에서 식품산업을 거쳐 소비자 식탁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먹을거리정책(food policy)을 담은 ‘국민농정’의 틀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농민신문 2007년 11월 21일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