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론에 맞서는 사람들의 희망 나누기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2/12/13 16:01
- 조회 303
면 단위 17개 지역 풀뿌리 조직들 모여
당연시 되다시피한 지방소멸론 못나오게
실천경험 공유·연대…내년 만남도 기약
지난해 12월 22~23일, 1박 2일로 홍성군 장곡면에서 진행되었던 ‘전국 농촌 면 단위 우수사례 교류회’가 올해는 경상북도 의성군 안계면에서 지난 8~9일에 개최되었다. 농촌 면 단위에서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풀뿌리 조직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통의 애로사항과 당면과제를 확인하며,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방향도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작년에 참가했던 12개 면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는 17개 지역에서 약 70명(의성군 30여 명 포함)이 참가하였다. 작년 행사를 마무리 지을 때 “1년에 한 번은 꼭 모이자”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올해 행사는 의성군 행복의성지원센터가 실무 주관을 맡고, 작년 참가지역 중심으로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난 8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주제는 개최장소인 의성군의 특성을 반영하여 “지방소멸론에 맞서는 사람들의 희망 나누기”로 정했다. 그 배경에는 지방소멸 논의 자체가 지방소멸을 당연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실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여러 지역들의 실천을 폄훼하고, 희망을 꺾는 부작용이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주요 행사는 주제발표와 각 지역별 실천사례 공유, 토크콘서트, 교류회, 쟁점 중심의 분과토론(4개), 선언문 채택 등으로 구성되었다. 각자 참가비(2만원)도 내면서 민간 주도의 행사 성격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였다.
본 행사를 통해 소위 선진지라고 부르는 지역도 다양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선주민과 후주민(귀농귀촌인) 사이의 갈등, 청년 활동가의 인건비 확보 문제, 주민자치회 전환을 둘러싼 대립, 읍면 행정의 비협조 혹은 무관심, 행정리 마을의 초초고령화 등이 대표적이다. 외부에서 선진지라고 견학도 많이 찾아오고, 각종 행사에도 많이 불려가지만 이런 애로사항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히려 서로 외롭지 않다는 동지애, 함께 전진하자는 연대감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이런 당면과제를 해결해야 늦게 시작하는 지역들도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재미있게 실천할 수 있으리라는 사명감도 가지게 되었다.
안계대회 선언문 형식으로 채택한 의제 중에서 몇 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의제는 참가 지역들이 향후 1년간 서로 실천하고 점검해야 할 다짐과 약속, 제안사항으로 채택한 것이다. 전국 농촌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애로사항이자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전국의 농촌 활동가도 정책 관계자도 새겨둘 가치가 충분하다. 이런 의제들이 농촌정책의 전면으로 부상한다면 지방소멸을 함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쌍따옴표는 인용 부분)
첫째, “주민 삶의 현장을 지키며 주민들이 스스로 조직될 수 있도록 더 낮은 자리로 스며들”어야 한다. 선진적인 지역일수록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가 많고,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기존 주민조직과 마찰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갈등을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더 낮은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는 약속이다. 새로운 가치가 지역 실정에 맞도록 스며들기 위해서는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존의 사람과 조직을 더욱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농촌발전에서 청년들의 소중함에 절대 공감하고, 면 지역 내외부의 청년들을 환대와 관계로 맞이”한다. 지역에 이미 살고 있는 청년들이 무시되는 역차별, 정책 칸막이도 극복하지 않은 채 사업만 남발하는 행정, 그리고 사람이 소중하다 말만 하고 활동비(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 보조사업 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제는 활동가들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위해서라도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물적 기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부에서 청년을 새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내부에 이들을 환대하는 문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셋째, 행정리 “마을별로 마을자치회를 구성하고, 자치규약 및 정관을 정비”한다. 20~40개 정도의 행정리 마을이 모여 면을 구성한다. 마을자치의 관점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상주시 모동면 정양리 사례처럼 마을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실천들이 필요하다. 이장제도를 비롯하여 기존 조직을 다시 점검하고, 의사결정이 보다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회의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이런 전환과정에서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이 적절하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넷째, 주민자치회 관련하여 중앙은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 공무원들의 주민자치 인식 제고”를 위해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참가 지역 모두는 주민자치회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만, 정책적 환경에 따라 관계를 맺는 정도나 경로는 매우 다양하였다. 그래서 외부의 정책적 지지와 응원도 중요하고, 면 단위 개별 조직 사이의 협력 네트워크 활동도 중요하다. 또 면 단위에서 중간지원조직 기능을 담당할 실행법인을 빨리 설립해야 하고, 이를 위해 아산시 송악면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
다섯째, “우리는 서로 대등하게 만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고, 공동의 제도개혁 과제를 확인하면서 중앙정부 및 지자체를 대상으로 ‘합의된 목소리’로 전달”한다. 흔히 선진지라는 이유로 지역이 조사대상으로 ‘소비’되거나 정부 행사에 ‘동원’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 어느 특정한 사람이나 조직이 행사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약속을 통해 연대와 협력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실천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일상적으로 공유하고, 내년 11월 남원시 운봉읍에서 다시 만나 그동안 실천사례를 공유하고 다시 점검”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내년에는 지역 청년들과 반드시 함께 참가한다는 것을 결의했다. 본 행사는 앞으로 전국을 돌면서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현장을 지켜야 하는 활동 특성 때문에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1년에 한 번은 꼭 만나 그동안의 실천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하며, 서로 배우고 힘이 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자는 다짐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4505
당연시 되다시피한 지방소멸론 못나오게
실천경험 공유·연대…내년 만남도 기약
지난해 12월 22~23일, 1박 2일로 홍성군 장곡면에서 진행되었던 ‘전국 농촌 면 단위 우수사례 교류회’가 올해는 경상북도 의성군 안계면에서 지난 8~9일에 개최되었다. 농촌 면 단위에서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풀뿌리 조직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통의 애로사항과 당면과제를 확인하며,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방향도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작년에 참가했던 12개 면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는 17개 지역에서 약 70명(의성군 30여 명 포함)이 참가하였다. 작년 행사를 마무리 지을 때 “1년에 한 번은 꼭 모이자”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올해 행사는 의성군 행복의성지원센터가 실무 주관을 맡고, 작년 참가지역 중심으로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난 8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주제는 개최장소인 의성군의 특성을 반영하여 “지방소멸론에 맞서는 사람들의 희망 나누기”로 정했다. 그 배경에는 지방소멸 논의 자체가 지방소멸을 당연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실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여러 지역들의 실천을 폄훼하고, 희망을 꺾는 부작용이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주요 행사는 주제발표와 각 지역별 실천사례 공유, 토크콘서트, 교류회, 쟁점 중심의 분과토론(4개), 선언문 채택 등으로 구성되었다. 각자 참가비(2만원)도 내면서 민간 주도의 행사 성격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였다.
본 행사를 통해 소위 선진지라고 부르는 지역도 다양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선주민과 후주민(귀농귀촌인) 사이의 갈등, 청년 활동가의 인건비 확보 문제, 주민자치회 전환을 둘러싼 대립, 읍면 행정의 비협조 혹은 무관심, 행정리 마을의 초초고령화 등이 대표적이다. 외부에서 선진지라고 견학도 많이 찾아오고, 각종 행사에도 많이 불려가지만 이런 애로사항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히려 서로 외롭지 않다는 동지애, 함께 전진하자는 연대감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이런 당면과제를 해결해야 늦게 시작하는 지역들도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재미있게 실천할 수 있으리라는 사명감도 가지게 되었다.
안계대회 선언문 형식으로 채택한 의제 중에서 몇 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의제는 참가 지역들이 향후 1년간 서로 실천하고 점검해야 할 다짐과 약속, 제안사항으로 채택한 것이다. 전국 농촌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애로사항이자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전국의 농촌 활동가도 정책 관계자도 새겨둘 가치가 충분하다. 이런 의제들이 농촌정책의 전면으로 부상한다면 지방소멸을 함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쌍따옴표는 인용 부분)
첫째, “주민 삶의 현장을 지키며 주민들이 스스로 조직될 수 있도록 더 낮은 자리로 스며들”어야 한다. 선진적인 지역일수록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가 많고,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기존 주민조직과 마찰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갈등을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더 낮은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는 약속이다. 새로운 가치가 지역 실정에 맞도록 스며들기 위해서는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존의 사람과 조직을 더욱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농촌발전에서 청년들의 소중함에 절대 공감하고, 면 지역 내외부의 청년들을 환대와 관계로 맞이”한다. 지역에 이미 살고 있는 청년들이 무시되는 역차별, 정책 칸막이도 극복하지 않은 채 사업만 남발하는 행정, 그리고 사람이 소중하다 말만 하고 활동비(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 보조사업 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제는 활동가들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위해서라도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물적 기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부에서 청년을 새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내부에 이들을 환대하는 문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셋째, 행정리 “마을별로 마을자치회를 구성하고, 자치규약 및 정관을 정비”한다. 20~40개 정도의 행정리 마을이 모여 면을 구성한다. 마을자치의 관점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상주시 모동면 정양리 사례처럼 마을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실천들이 필요하다. 이장제도를 비롯하여 기존 조직을 다시 점검하고, 의사결정이 보다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회의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이런 전환과정에서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이 적절하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넷째, 주민자치회 관련하여 중앙은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 공무원들의 주민자치 인식 제고”를 위해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참가 지역 모두는 주민자치회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만, 정책적 환경에 따라 관계를 맺는 정도나 경로는 매우 다양하였다. 그래서 외부의 정책적 지지와 응원도 중요하고, 면 단위 개별 조직 사이의 협력 네트워크 활동도 중요하다. 또 면 단위에서 중간지원조직 기능을 담당할 실행법인을 빨리 설립해야 하고, 이를 위해 아산시 송악면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
다섯째, “우리는 서로 대등하게 만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고, 공동의 제도개혁 과제를 확인하면서 중앙정부 및 지자체를 대상으로 ‘합의된 목소리’로 전달”한다. 흔히 선진지라는 이유로 지역이 조사대상으로 ‘소비’되거나 정부 행사에 ‘동원’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 어느 특정한 사람이나 조직이 행사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약속을 통해 연대와 협력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실천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일상적으로 공유하고, 내년 11월 남원시 운봉읍에서 다시 만나 그동안 실천사례를 공유하고 다시 점검”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내년에는 지역 청년들과 반드시 함께 참가한다는 것을 결의했다. 본 행사는 앞으로 전국을 돌면서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현장을 지켜야 하는 활동 특성 때문에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1년에 한 번은 꼭 만나 그동안의 실천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하며, 서로 배우고 힘이 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자는 다짐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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