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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수도권 몰아주며 '지방아 힘내라' 하면 힘이 날까? | 박 경 지역재단 이사장, 목원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3/09/01 09:39
    • 조회 256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인구·하드웨어 중시에서 사람과 삶 중시하는 정책으로
    행안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조성



    우리나라 전국 총 1178개 면 중에 인구가 2000명 이하인 면이 344개면이나 되고, 이 중에 천명 이하의 면도 39개나 된다(2021년 말 기준). 무출생, 초고령화, 청년유출, 공동체의 붕괴가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행안부는 지난해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에 인구소멸 위기에 있는 107곳을 분류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만들어 향후 10년('22~'31년)간 매년 1조 원 규모의 재원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이 예산 규모는 기존의 낙후 및 농촌 대책 예산을 전부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로(일반농산어촌 약 연간 6000억 원, 성장촉진지역 약 2000억 원), 역시 '행안부다' 라는 소리가 나온다. 행안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2023년)도 제정하였다.

    일본의 지방창생(創生)사업을 본뜬 사업

    그런데, 행안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일본의 지방창생전략을 본뜬 사업이다. 마스다 보고서(2014) 이후 일본 정부는 인구 1억 유지를 위해 국가정책의 총동원령을 내걸고, 이를 뒷받침하는 종합전략으로 2015년부터 '지방창생종합전략'을 수립, 실시하고 있다.
    제1기 계획기간이 2015년~19년, 제2기가 2020년~24년으로 계획 실시 이후 지금까지 약 8년이 지나, 성과를 평가해 볼 수 있는 충분한 시점이 되었다. 2023년부터 수상이 바뀌면서 기시다 정부 하에서 디지털전원도시 구상으로 전면 개편되었지만, 골조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지방창생사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합계출산률을 중기에 1.8, 장기에 2.1까지 올리기 위하여 결혼과 출산의 장려, 여성의 지위 및 근로조건의 개선 등의 시책을 실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도쿄권(수도권) 인구를 연간 4만 명씩 지방으로 이주시키고, 지방에 연간 6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연간 10만 명씩 젊은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각 광역도 및 시·군(도도부현과 시정촌)이 인구유치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담은 지방창생계획을 수립하면 중앙정부가 약 연간 1000억 엔(약 1조 원)의 교부금을 경쟁공모 방식으로 지원한다. 지방은 이 자금으로 지역관광자원개발(성곽 순례, 자전거 길 정비), 광 케이블망 정비, 농산촌 유학, 지역부흥협력대 확충 등의 일자리 확충과 인구유치에 사용한다.
    물론 중앙이 심사하여 취지에 잘 따르는 지자체를 우대하는 경쟁공모 형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행안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도 이와 거의 유사한 구조이다.

    그러면 과연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가? 첫째 지표인 출산율 제고는, 2015년에 합계출산율이 1.45였으나, 2020년에 다시 1.33으로 떨어졌고, 중기 달성 목표인 1.8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둘째 지표인 수도권 집중을 보면, 지방창생정책 실시 이후에도 수도권으로 연간 10만 명 이상의 전입초과가 지속됐는데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이 주된 전입인구였다. 이 덕분에 2015년 대비 2020년까지 도쿄권 인구가 오히려 4.7%나 증가하였다. 어느 지표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저조한 성과이다.
    일본 정부도 제 1기 지방창생전략(2015~19년)을 평가하면서, 수도권 집중 방지와 젊은 인구의 지방 정주 유도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정주인구 보다는 관계인구 유도로 정책의 기조를 바꾸었다.

    그러나 관계인구 중시 정책에 대해서 '살지 않는 사람이 어떤 도움이 되는가', '도쿄 집중 문제를 정면 대응하지 않고 피하는 방편이다' 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행안부도 고향사랑기부제의 실시와 연동하여, 관계인구와 비슷한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지방소멸을 막으려고 하지만, 과연 관계인구 증가가 지역의 공헌형 주체 형성을 통해 지역발전과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사실 지방창생전략은 시작 때부터 비판이 많았다. ① 소멸 지역의 정의가 애매하고, ② 선택과 집중 논리에 서 있고, ③ 인구만으로 지방의 문제를 파악하기 때문에 도쿄일극집중이나 지방쇠퇴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하며, ④ 또 중앙주도, 단기성과 위주, 정책 간 연계성의 부족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야마시타(山下祐介)는 "지방이여 힘내라, 지방이여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만들어라, 다른 지방과 경쟁해서 이겨내라, 그래서 살아남아라"라는 식으로 인구감소 문제를 지방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山下祐介, 지방회생, 변경화 역, 2023).

    따라서 그는, 인구대책은 출산율도 더 낮고 육아세대도 훨씬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수도권)로부터 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쟁주의, 성장주의 벗어나 노동문화의 개혁, 출산·육아·결혼의 실질적인 안심사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농촌의 경우 인구하락이 멈추는 지점을 합의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적정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 문화, 기초 생활 인프라를 공급해줘야 하고, 농촌의 근간 소득원인 1차산업의 육성(농촌의 소득원)과, 기본소득 도입, 특정업무(농업이나 간병)에 대한 소득보장, 아동수당, 고등교육 무상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아베 정부의 지방창생정책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도 크다. 일본은 2000년대에 들어 잃어버린 30년 이후 성장을 중시하는 대도시 위주의 정책(소위 아베노믹스)를 실시해 왔다. 지방창생정책은 이런 정책기조에 반발하는 지방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보완수단이었다. 더구나 지방창생은 격차시정이나 낙후지역 대책이기보다는 중앙주도의 인구대책이란 한계를 가진다. 그 결과, 인구의 도쿄집중과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또 하나의 개발사업?

    지난 9월 22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작년부터 실시 중인 각 지역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제안사업 내용에 포함된 총 508개의 사업 중에 문화·관광사업(130개)이 1위로, 일과 휴가의 병행 인구의 유치를 겨냥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이 많았다. 예를 들어 '살아봐요 장항워케이션 워매'(충남 서천), '워케이션 거점 신중년 놀이터 조성'(경북 영천) 등이다.
    또 행안부의 생활인구의 유치를 장려하는 사업과 맞물려 '농산촌 체험형 생활인구 지원'(강원 평창)과 같은 관광휴양지 방문체류 인구를 겨냥한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다음으로 청년 일자리(121개)가 2위로, '산촌 청년창업특구 프로젝트'(충북 괴산)과 같은 창업이 주로 많았다(16개).
    그런데 사업 명을 보면 '무주군 청년센터 조성' (전북 무주), '욕지 어울림 문화센터조성'(경남 통영) 등 '센터'가 들어간 사업이 62개나 된다. 왜 이렇게 하드웨어 건물이나 센터를 짓는 사업이 많은가. 그 이유는 행안부가 안전하게 유형의 자산을 남기는 사업을 장려하였고, 지자체도 이 기회에 지역 주민 민원사업이나 군수 공약사업을 해결하려는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시설은 짓고 난 뒤 활용도가 떨어지고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동안 일반농산어촌 사업(권역마을사업, 신활력사업 등)으로 각종 체험이나 센터 시설을 지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유휴화되었다. 이런 문제를 이번 행안부 사업도 답습하고 있다.

    무엇을 바꿔야 하나?

    첫째,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농촌에 인구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3년 길게는 5~6년 걸린다. 초기 유치단계에서부터 정착 단계까지 지역사회가 동참하는 지원생태계와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것이 센터 짓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마을만들기의 성공은 인구가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다. 사는 사람이 행복하고, 삶이 증진의 결과로 인구가 증가해야지, 간혹 놀러 오거나 일시 체류하는 인구에 기대해서는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

    둘째로, 농촌에서 사람이 왜 떠나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농업·농촌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업농 중심의 집약적 농지활용 정책을 추구해 왔다. 그 결과 대부분 소농은 탈락하고 인구가 유출된 결과, 농촌은 유지 곤란에 빠지고 기초서비스 제공의 한계를 초래하였다. 오히려 전업농조차 통근농업이란 방식으로 농촌을 떠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를 막기 위해 사회·경제·환경이 조화되는 다원적 농촌발전을 중시하고, 공익적 직불제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익적 직불제를 현재의 2조원 수준에서 최소 8조원 수준까지는 확대하고, 농촌주민수당(소득)을 도입하여 농촌에 살더라도 기본 생활과 소득이 보장되는 농촌 생활을 만들어야 한다. 인구유지를 위해 외부 인구유입(귀농귀촌, 농촌유토피아론)도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으나, 이것이 농촌정책의 최상위 과제가 될 수는 없다.

    셋째로, 수도권 '몰아주기'식 산업경제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일본도 성장중시, 도쿄집중강화란 아베노믹스와, 로컬 아베노믹스란 지방창생정책이 충돌하면서, 그 결과 인구의 도쿄집중과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도 현재 정부는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를 허용해 주면서(용인 약 215만평, 여의도의 약 2.4배), 반도체 수도권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있으나 마나 한 사문화된 조항이 되었다.
    현 정부는 지방의 시대를 표방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이름도 새롭게 지방시대 위원회로 바꾸었다. 그런데 지방이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은 마치 중앙은 수도권에 집중할 터이니까, 지방은 알아서 각자도생하라는 말로 들린다. 일본이 현재 지방소멸, 도쿄 일극집중의 위기에 빠진 이유도 이런 정책의 자가당착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출처: 프레시안 https://m.pressian.com/m/pages/articles/2023083118401040101#0D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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