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소멸 대응? 문제는 경제다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02/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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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등 선진국 지역·농촌개발 방식 주목
단기적·정략적 농촌소멸 대응 말고
전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펴야
코로나 팬데믹을 벗어나면서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탄소중립, 국제적 분쟁의 확산, 경기침체의 지속 그리고 지속적인 자연재해의 발생 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급격한 정책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나라만 직면하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지방소멸이다. 일본에서 2014년에 처음 제시된 용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소멸과 농촌소멸이라는 용어로 확산되고 있다. 2021년에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만들어서 매년 1조 원씩 10년 동안 인구감소지역에 차등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에서도 농촌소멸에 대응한 정책으로 농촌지역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낙후지역이나 농촌지역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방소멸이나 농촌소멸에 대응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다 보니 정책 추진 방향과 성과를 이해하는 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소멸지역 선정을 인구 감소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이에 대응하는 정책 목적을 인구증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방소멸론은 2014년 일본에서 발행된 <마스다 보고서>에서 처음 제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일본의 사례를 차용한 연구를 통해서 기초지자체 228개 중에서 79개를 ‘소멸위험지역’으로 발표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하였다. 소멸지역에 대한 판단은 특정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20~39세 여성의 비율을 토대로 선정하였다.
물론,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지역 쇠퇴의 신호일 수 있고 또 이로 인해서 지역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지역이 소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는 지역쇠퇴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그래서 농촌소멸 대응 정책이 인구 증가를 목적으로 두면 정책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즉, 농촌개발정책은 지역에서 인구가 증가할 수 있는 기반과 여건을 조성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소멸지역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면서 인구증가를 목적으로 두면, 주민등록 주소만 옮겨도 정책목적을 달성하는 것처럼 인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촌소멸의 문제는 인구가 아니라 경제활성화에 두어야 하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지방소멸이나 농촌소멸에 대응하는 정책 내용과 수행 방식이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여기에 우리나라만의 심각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뭔가 기존 정책과는 확연하게 다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지방소멸과 농촌소멸 현상이 기존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때문이다. 그래서 획기적인 정책 전환과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제시되고 있는 정책이 기존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국가균형발전정책, 지역개발정책 등에서 시행한 것과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정책 수행 방식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국가나 지자체가 정책추진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 여전히 정부 주도의 방식이다. 여기서 탈피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주도 방식에서의 전환이 단지 민간 중심으로 정책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실패했으니, 이제는 민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겠지만, 수익창출이 목적인 민간 기업이 어려운 여건에 있는 농촌지역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낙후지역 개발을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이론과 정책이 동원되었다. 그 대부분이 정부의 집중적인 예산지원이거나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이런 전통 방식의 농촌개발 또는 지역개발은 사실상 실패했다. 선진국에서도 실패했다. 그래서 198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지역개발 방식이 제시되었다. 최소한 선진국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의 새로운 지역개발 또는 농촌개발 방식을 도입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선진국은 새로운 제도로 잘 발전해 가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도대체 왜 그럴까?
국가마다 다른 사회적, 역사적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선진국이 추진한 근본적인 정책변화를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정책 시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소위 제3섹터 방식(The third sector)이다. 민간이 우선 투자가 하고, 그 후에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EU의 예산지원 원칙 중에 ‘보조성의 원칙(Subsidiarity)’이라는 것이 있다. 회원국이나 지역에서 우선 자기 자금과 예산으로 사업을 시행하고, 이에 대한 보조적 지원으로 EU에서 지원한다는 뜻이다. 즉, EU 예산을 필요한 곳에, 그리고 성과가 날 곳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부지원에 기대어 부분별하게 시도되던 사업이 줄어들고, 잘 계획되고 역량에 맞는 사업들이 농촌지역에서 추진될 것이다. 이를 통해 농촌경제가 살아나고 농촌소멸이 극복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인구증가라는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적이고 정략적으로 대응하는 농촌소멸 대응 정책 말고, 전면적이고 실효성 있는 농촌발전 정책을 펼쳐져야 할 때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4804)
단기적·정략적 농촌소멸 대응 말고
전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펴야
코로나 팬데믹을 벗어나면서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탄소중립, 국제적 분쟁의 확산, 경기침체의 지속 그리고 지속적인 자연재해의 발생 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급격한 정책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나라만 직면하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지방소멸이다. 일본에서 2014년에 처음 제시된 용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소멸과 농촌소멸이라는 용어로 확산되고 있다. 2021년에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만들어서 매년 1조 원씩 10년 동안 인구감소지역에 차등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에서도 농촌소멸에 대응한 정책으로 농촌지역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낙후지역이나 농촌지역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방소멸이나 농촌소멸에 대응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다 보니 정책 추진 방향과 성과를 이해하는 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소멸지역 선정을 인구 감소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이에 대응하는 정책 목적을 인구증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방소멸론은 2014년 일본에서 발행된 <마스다 보고서>에서 처음 제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일본의 사례를 차용한 연구를 통해서 기초지자체 228개 중에서 79개를 ‘소멸위험지역’으로 발표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하였다. 소멸지역에 대한 판단은 특정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20~39세 여성의 비율을 토대로 선정하였다.
물론,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지역 쇠퇴의 신호일 수 있고 또 이로 인해서 지역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지역이 소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는 지역쇠퇴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그래서 농촌소멸 대응 정책이 인구 증가를 목적으로 두면 정책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즉, 농촌개발정책은 지역에서 인구가 증가할 수 있는 기반과 여건을 조성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소멸지역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면서 인구증가를 목적으로 두면, 주민등록 주소만 옮겨도 정책목적을 달성하는 것처럼 인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촌소멸의 문제는 인구가 아니라 경제활성화에 두어야 하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지방소멸이나 농촌소멸에 대응하는 정책 내용과 수행 방식이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여기에 우리나라만의 심각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뭔가 기존 정책과는 확연하게 다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지방소멸과 농촌소멸 현상이 기존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때문이다. 그래서 획기적인 정책 전환과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제시되고 있는 정책이 기존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국가균형발전정책, 지역개발정책 등에서 시행한 것과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정책 수행 방식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국가나 지자체가 정책추진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 여전히 정부 주도의 방식이다. 여기서 탈피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주도 방식에서의 전환이 단지 민간 중심으로 정책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실패했으니, 이제는 민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겠지만, 수익창출이 목적인 민간 기업이 어려운 여건에 있는 농촌지역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낙후지역 개발을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이론과 정책이 동원되었다. 그 대부분이 정부의 집중적인 예산지원이거나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이런 전통 방식의 농촌개발 또는 지역개발은 사실상 실패했다. 선진국에서도 실패했다. 그래서 198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지역개발 방식이 제시되었다. 최소한 선진국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의 새로운 지역개발 또는 농촌개발 방식을 도입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선진국은 새로운 제도로 잘 발전해 가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도대체 왜 그럴까?
국가마다 다른 사회적, 역사적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선진국이 추진한 근본적인 정책변화를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정책 시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소위 제3섹터 방식(The third sector)이다. 민간이 우선 투자가 하고, 그 후에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EU의 예산지원 원칙 중에 ‘보조성의 원칙(Subsidiarity)’이라는 것이 있다. 회원국이나 지역에서 우선 자기 자금과 예산으로 사업을 시행하고, 이에 대한 보조적 지원으로 EU에서 지원한다는 뜻이다. 즉, EU 예산을 필요한 곳에, 그리고 성과가 날 곳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부지원에 기대어 부분별하게 시도되던 사업이 줄어들고, 잘 계획되고 역량에 맞는 사업들이 농촌지역에서 추진될 것이다. 이를 통해 농촌경제가 살아나고 농촌소멸이 극복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인구증가라는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적이고 정략적으로 대응하는 농촌소멸 대응 정책 말고, 전면적이고 실효성 있는 농촌발전 정책을 펼쳐져야 할 때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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