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정책에 공간 단위 조정을 | 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06/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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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정부는 인구감소가 심각하고 ‘지방소멸’의 위험이 높은 지자체에 대한 대책으로써 ‘지방소멸대응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기금’은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1조원씩 총 10조원을 조성·지원할 계획이며, 기초단체 75%, 광역단체 25%를 배정하도록 돼 있다. 지역의 자율성과 주체성, 그리고 인구감소 대응이라는 명확한 목적성을 갖고 있는 이 ‘기금’이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가 존재하지만, 정치 권력의 변화와 무관하게 특별법에 의해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지원된다는 점에서 이전의 제도들과는 차별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수도권 집중 완화 혹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시행해 왔던 각종 정책들이 정권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던 지자체로서는 이 ‘기금’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농촌소멸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현행 ‘기금’ 제도는 지자체를 공간적 단위로 하고 있기 때문에 농촌마을이 소멸하더라도 읍 또는 동 지역으로 인구가 몰려 시․군의 인구가 유지된다면 농촌은 소멸해도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금’ 제도는 농촌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기금’이 농촌소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공간적 단위를 시군이 아니라 읍면으로 축소해야 한다.
최근 20여년 간 농촌지역의 인구 추이를 보면, 읍 단위 인구는 375만명에서 510만명으로 36% 증가한 반면, 면 단위 인구는 2000년 563만명에서 2022년 451만명으로 35.9% 감소했다. 농촌지역인 면 단위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도시 주변의 도시화된 읍 단위 인구증가에 따라 전체 농촌인구는 938만명에서 2022년 961만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2022년 양산시 물금읍은 12만1000명, 남양주시 화도읍은 11만7000명에 달하는 데 반해, 철원군 근북면은 102명에 불과하고, 인구 2000명 미만의 인구과소지역인 면이 2000년 168개소에서 2020년 353개소로 늘어났으며, 2022년 현재 읍 지역의 고령화율은 18.4%인 반면 면 지역은 32.4%에 달한다. 전체 농촌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제 농촌지역인 면 단위는 과소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고령화율 또한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군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현행 지방소멸대응책만으로는 농촌지역의 인구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촌소멸위험지수’개발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농경연에서는 농업과 농촌부문으로 나눠서 농업경영자 수의 변화, 경지면적 변화율, 50세 미만 농업경영자 비율과 인구변화율, 고령화율, 인구 규모 등 2개 부문 6개 지표를 농촌소멸위험지표로 상정하고, 각 부분별 가중치를 적용하여 농촌소멸위험지수를 산정했는데, 이에 따르면 전체 1404개 읍면 중 51.7%가 소멸 위험 혹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으며, 동일 시군 내에서도 입지에 따라 소멸위험 수준의 차이가 발생함으로 알 수 있다. 가령 전남 담양군의 경우, 용면과 가사문학면은 소멸 고위험지역인데 반해 담양읍이나 월산면, 무정면, 대덕면 등은 안전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연구에도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성이라든가 지역의 자치역량, 지역 주체의 존재 유무 등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지표가 지수설계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갖는 중요한 시사점은 동일 시군이라고 할지라도 읍면이 처한 구체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시군 단위의 평균적 정책이 아닌 읍면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대상과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사정을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평균적인 정책은 탁상공론에 불과한 것이며, 현실 속에서 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행 지방소멸대응기금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시행의 공간 단위를 읍면으로 조정·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차제에 읍면을 대상으로 하는 독자적인 농촌재생정책의 도입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많은 농촌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채 왜 시행과 폐기를 반복해 왔는지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246
하지만, ‘농촌소멸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현행 ‘기금’ 제도는 지자체를 공간적 단위로 하고 있기 때문에 농촌마을이 소멸하더라도 읍 또는 동 지역으로 인구가 몰려 시․군의 인구가 유지된다면 농촌은 소멸해도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금’ 제도는 농촌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기금’이 농촌소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공간적 단위를 시군이 아니라 읍면으로 축소해야 한다.
최근 20여년 간 농촌지역의 인구 추이를 보면, 읍 단위 인구는 375만명에서 510만명으로 36% 증가한 반면, 면 단위 인구는 2000년 563만명에서 2022년 451만명으로 35.9% 감소했다. 농촌지역인 면 단위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도시 주변의 도시화된 읍 단위 인구증가에 따라 전체 농촌인구는 938만명에서 2022년 961만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2022년 양산시 물금읍은 12만1000명, 남양주시 화도읍은 11만7000명에 달하는 데 반해, 철원군 근북면은 102명에 불과하고, 인구 2000명 미만의 인구과소지역인 면이 2000년 168개소에서 2020년 353개소로 늘어났으며, 2022년 현재 읍 지역의 고령화율은 18.4%인 반면 면 지역은 32.4%에 달한다. 전체 농촌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제 농촌지역인 면 단위는 과소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고령화율 또한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군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현행 지방소멸대응책만으로는 농촌지역의 인구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촌소멸위험지수’개발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농경연에서는 농업과 농촌부문으로 나눠서 농업경영자 수의 변화, 경지면적 변화율, 50세 미만 농업경영자 비율과 인구변화율, 고령화율, 인구 규모 등 2개 부문 6개 지표를 농촌소멸위험지표로 상정하고, 각 부분별 가중치를 적용하여 농촌소멸위험지수를 산정했는데, 이에 따르면 전체 1404개 읍면 중 51.7%가 소멸 위험 혹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으며, 동일 시군 내에서도 입지에 따라 소멸위험 수준의 차이가 발생함으로 알 수 있다. 가령 전남 담양군의 경우, 용면과 가사문학면은 소멸 고위험지역인데 반해 담양읍이나 월산면, 무정면, 대덕면 등은 안전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연구에도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성이라든가 지역의 자치역량, 지역 주체의 존재 유무 등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지표가 지수설계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갖는 중요한 시사점은 동일 시군이라고 할지라도 읍면이 처한 구체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시군 단위의 평균적 정책이 아닌 읍면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대상과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사정을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평균적인 정책은 탁상공론에 불과한 것이며, 현실 속에서 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행 지방소멸대응기금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시행의 공간 단위를 읍면으로 조정·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차제에 읍면을 대상으로 하는 독자적인 농촌재생정책의 도입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많은 농촌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채 왜 시행과 폐기를 반복해 왔는지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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