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의 수입농산물 확대 논리, 이것이 문제다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06/25 14:37
- 조회 116
생산자 보호 중단, 수입으로 먹거리 해결
근본적 농업정책 방향 전환 요구 말 안돼
경제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세상 아냐
지난 6월 18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설명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제기한 농산물 수입 확대 주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도 가격변동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비싸든 싸든 모두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하는 것을 ‘불편한 진실’이라고 하면서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계속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수입을 통해서 농산물 가격의 근본적인 문제를 잡아야 하는지 국민적 합의를 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주장을 했다. 그나마 4월 간담회에서는 농산물 수입 확대 필요성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것으로 이해되었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높은 이유를 낮은 생산성, 낮은 개방도, 생산량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까지 발표하였다. 똑같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보면, 농업 생산자 보호를 중단하고, 농산물 수입을 통해서 낮은 가격으로 국민이 식품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소신인 것 같다. 이에 대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바로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농산물 수입으로 가격 수준을 낮추는 것은 시장이 세분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불가능하다는 대응을 했다. 적절한 답변이라고 생각되고, 이외에도 토지 생산성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농산물 무역개방도도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데, 발표문에서는 개방도 개념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농식품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총재의 위상을 고려해 본다는 논의의 핵심은 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단순히 가격문제가 아니라 생산자 보호 정책을 폐지하고, 수입 농산물을 통해서 국민 먹거리를 해결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자고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농업정책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것인데, 그러면, 이제 논점은 좁은 국토면적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농지, 농업생산, 농민을 유지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농산물 수입을 확대해서 낮은 가격이 유지되면 여기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리가 제기될 수 있지만, 우선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농업은 농산물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업은 우리나라 전체 국토를 관리하는 활동이고, 이것이 경관, 환경자원, 생태계, 수질 보전 등의 역할을 수행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농촌에 공동체가 형성되고, 전통 문화가 만들어지고 궁극적으로 도시발전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활동의 기반이 농지이고 이를 수행하는 사람이 농민이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 농업기술이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농민이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해서만 보상을 하고 이런 국토관리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보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소위 공공재 공급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농업정책에서 농민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농업의 국토관리 기능은 결합생산물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농업생산을 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그래서 농산물 생산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는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농업생산과 농민을 유지하는 가장 효율적인 – 말하자면, 비용이 가장 적게드는 - 방법이다.
그러면, 이창용 총재의 주장대로 농산물 수입을 통해서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농산물 생산에 소요되는 생산비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높기 때문에, 해당 품목을 낮은 가격으로 생산할 수 없는 농민들은 그 품목의 재배를 포기하고, 다른 품목으로 전환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농산물 수입을 전 품목으로 확대하면, 농민들이 생산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순간적으로 수입 농산물에 의해서 국내 농산물 가격이 내려갈 수는 있겠지만,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려했던 기후변화 등으로 전 세계적인 생산량 저하가 나타나면, 우리는 꼼짝없이 식량 부족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농민의 소멸에 따른 농촌의 피폐상황도 나타날 것인데, 농민과 농촌주민들이 생활하던 동네는 폐허가 되고, 폐가가 즐비하게 될 것이며, 인근 하천의 오염도 높아갈 것이고, 관리되지 않은 생태계는 사람의 접근을 어렵게 하거나 아니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예산이 더 소요될 것이다. 또한, 그나마 분산되어 살던 농촌주민들이 도시로 이주하면 인구 집중에 의한 도시 관리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국내 농업생산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이 지면에 담을 수 없는 매우 많은 논리가 있다. 이창용 총재가 농산물 수입 확대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농촌과 농업과 농민을 유지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많은 이유들이 농업계에서 제시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미국과 EU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왜 농민에게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농업생산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학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613
근본적 농업정책 방향 전환 요구 말 안돼
경제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세상 아냐
지난 6월 18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설명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제기한 농산물 수입 확대 주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도 가격변동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비싸든 싸든 모두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하는 것을 ‘불편한 진실’이라고 하면서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계속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수입을 통해서 농산물 가격의 근본적인 문제를 잡아야 하는지 국민적 합의를 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주장을 했다. 그나마 4월 간담회에서는 농산물 수입 확대 필요성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것으로 이해되었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높은 이유를 낮은 생산성, 낮은 개방도, 생산량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까지 발표하였다. 똑같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보면, 농업 생산자 보호를 중단하고, 농산물 수입을 통해서 낮은 가격으로 국민이 식품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소신인 것 같다. 이에 대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바로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농산물 수입으로 가격 수준을 낮추는 것은 시장이 세분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불가능하다는 대응을 했다. 적절한 답변이라고 생각되고, 이외에도 토지 생산성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농산물 무역개방도도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데, 발표문에서는 개방도 개념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농식품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총재의 위상을 고려해 본다는 논의의 핵심은 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단순히 가격문제가 아니라 생산자 보호 정책을 폐지하고, 수입 농산물을 통해서 국민 먹거리를 해결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자고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농업정책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것인데, 그러면, 이제 논점은 좁은 국토면적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농지, 농업생산, 농민을 유지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농산물 수입을 확대해서 낮은 가격이 유지되면 여기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리가 제기될 수 있지만, 우선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농업은 농산물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업은 우리나라 전체 국토를 관리하는 활동이고, 이것이 경관, 환경자원, 생태계, 수질 보전 등의 역할을 수행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농촌에 공동체가 형성되고, 전통 문화가 만들어지고 궁극적으로 도시발전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활동의 기반이 농지이고 이를 수행하는 사람이 농민이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 농업기술이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농민이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해서만 보상을 하고 이런 국토관리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보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소위 공공재 공급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농업정책에서 농민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농업의 국토관리 기능은 결합생산물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농업생산을 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그래서 농산물 생산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는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농업생산과 농민을 유지하는 가장 효율적인 – 말하자면, 비용이 가장 적게드는 - 방법이다.
그러면, 이창용 총재의 주장대로 농산물 수입을 통해서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농산물 생산에 소요되는 생산비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높기 때문에, 해당 품목을 낮은 가격으로 생산할 수 없는 농민들은 그 품목의 재배를 포기하고, 다른 품목으로 전환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농산물 수입을 전 품목으로 확대하면, 농민들이 생산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순간적으로 수입 농산물에 의해서 국내 농산물 가격이 내려갈 수는 있겠지만,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려했던 기후변화 등으로 전 세계적인 생산량 저하가 나타나면, 우리는 꼼짝없이 식량 부족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농민의 소멸에 따른 농촌의 피폐상황도 나타날 것인데, 농민과 농촌주민들이 생활하던 동네는 폐허가 되고, 폐가가 즐비하게 될 것이며, 인근 하천의 오염도 높아갈 것이고, 관리되지 않은 생태계는 사람의 접근을 어렵게 하거나 아니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예산이 더 소요될 것이다. 또한, 그나마 분산되어 살던 농촌주민들이 도시로 이주하면 인구 집중에 의한 도시 관리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국내 농업생산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이 지면에 담을 수 없는 매우 많은 논리가 있다. 이창용 총재가 농산물 수입 확대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농촌과 농업과 농민을 유지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많은 이유들이 농업계에서 제시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미국과 EU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왜 농민에게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농업생산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학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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