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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소농직불제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11/08 14:53
    • 조회 14
    직불제, 농업 지속적 발전을 위한 수단
    환경의무 준수·농업환경보전 활동 전제
    지키는 사람 많으면 농촌사회도 변화


    11월부터 농민들에게 기본형 공익직불금이 지급된다. 농식품부 발표(2024.10.29. 보도자료)에 따르면 128만여 농가와 농업인에게 약 2조 3천여억 원이 지급된다. 농가에게 지급되는 소농직불금은  대상 농가가 52만 호이고, 총 6,713억원이 지급된다. 농업인에게 지급되는 면적직불금 대상 농업인은 77만 명이고 총 1조 6.371억원이 지급된다. 여기서 소농직불금 대상 농가는 2023년 49만 호에서 금년에는 52만 호로 증가하였고, 지급면적(15만 ha->16만 ha)과 지급금액(5,875억 원->6,713억 원)이 모두 증가하였다. 반대로, 면적직불금은 작년에 비해 지급대상(79만 명->77만 명), 지급면적(96만 ha->91만 ha), 지급금액(1조7천억 원->1조6천억 원)이 모두 감소하였다. 이를 반영하듯, 0.5ha 이하 대상자는 작년 73만 건에서 올해 75만 건으로 증가하였고, 0.5ha 이상 면적의 대상자는 감소하였다. 소농중심 농업 구조가 강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건 직불제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직불제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재검토하고 소농직불제의 점진적 폐지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불제는 농가소득 증가를 목적으로 도입한 정책이 아니다. 혹자는 농산물 생산이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에 그 공로를 인정해서 주는 것으로 인식하는데, 정책의 기본원리를 무시한 아전인수격이고 자의적인 해석이다. 농업분야에서 1960년대부터 논의해 온 직불제는 복지성 보조금도 아니고, 과거 선행 활동에 대한 격려금도 아니다. 전적으로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다. 말하자면, 2차 대전 후 일률적으로 주요 농산물을 생산하는 대규모 농가에게 특혜를 주던 기존 시장가격지지 정책을 폐지하고, 다양한 작목을 재배하면서 환경보전 공익도 증가시키는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직불제는 각각의 직불제마다 분명한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조건불리지역직불금, 유기농업직불금, 환경보전지역직불금, 청년농직불금, 자연제약지역직불금 등 그 명칭에서도 정책의 목적을 알 수 있다. 

    우리 농정에서 많이 참고했던, EU의 기본직불금(Basic Payment)은 농약 및 화학비료 투입 감소, 토양보전 및 수질보전 등과 관련해서 모든 대상자가 지켜야 하는 준수의무를 제시하고 있다. 즉, 직불제를 통해서 기존의 집약적 농업을 저투입 농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 30여 년간 성공적으로 수행되어서 유럽 국가들의 질소 및 인 오염이 크게 개선되었고, EU의 농업분야 탄소배출도 감소하였다. 이런 EU의 기본직불금 체계 내에서 1ha 이하 농가를 대상으로 시행된 소농제도(Small Farmers Scheme)는 이들 소규모 생산자의 기록을 모두 살펴볼 행정부담이 커서 그냥 환경준수의무를 배제한 것이다. 대신, 이들은 다른 보조금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그러나 이들이 환경의무를 준수하고 농업환경보전 활동을 수행한다면, 그에 따른 별도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EU의 소농제도는 단지 소농의 소득을 높여주기 위해서 도입한 것이 아니다. 

    직불제는 소득지원을 조건으로 정부가 설정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도록 농가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농민의 농업활동을 일정한 방법으로 유도하기 위한 준수의무나 규정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특정 품목을 지정해서 생산을 장려하거나 중단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농법으로 전환하거나 특정한 역사적 유적이나 문화적 활동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으로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서 이런 활동 여부를 점검하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사회가 건강하다면, 위반하는 사람보다 지키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이것이 분위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농촌사회가 변할 수 있다. 소수의 위반자 때문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농업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한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소농직불제는 정책 목적이 불분명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소규모 농가에게 1년에 130만 원을 주어서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인가? 그냥 농촌에 남아있으면 되는 건가? 그렇다면 이것은 농업예산에서 할 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취약계층에게 주는 복지부 예산에서 할 일이다. 소규모 고령농의 경우 노동 능력의 저하에 따라서 농약과 화학비료가 더 집약적으로 투입되어 환경피해를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집약적 생산활동은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식량안보의 기반을 훼손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농업인을 국가가 돌봐야 하는 취약계층이나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정당한 산업활동으로 국가발전과 사회안정에 기여하는 전문직 직업인임을 농업인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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