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민회(民會)가 필요 l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4/12/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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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만으로는 문제를 풀어가기가 어렵다면 민회가 필요하다. 법적이거나 제도적인 형태는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 토론도 하고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대한민국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일의 일을 알 수 없다. 아니 오늘 저녁에 무슨 일이 생길지를 알 수가 없다. 2024년에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라는 단어가 현실로 나타날 줄 누가 알았을까?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말을 맺든 간에 대한민국은 ‘현재에 대한 점검과 전면적인 국가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대외적으로도 너무 많은 신뢰를 잃었다.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 대내적으로도 당면한 위기를 극복함과 함께, 지금 산적해 있는 문제들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면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권과 행정관료들이 과연 그런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아마도 정치권은 당면한 문제가 워낙 급하기 때문에, 그것을 해결하기에도 벅찰 것이다. 관료들은 이런 시기일수록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금은 주권자인 국민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부딪혔을 때마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들이 나서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회적인 참여로는 안 될 것같다. 2016년 –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는 큰 틀의 고민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후에 탄생한 문재인 정권과 여-야 정치권은 그 시기를 놓쳤다. 개헌도 했어야 하고, 불평등과 저출산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기후위기 대응과 식량주권 확보, 수도권 일극집중 해소 등의 굵직굵직한 과제들을 풀어갔어야 한다. 그러나 실기했고,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그 이후 탄생한 윤석열 정권은 퇴행을 거듭했다. 그 결과 2024년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이 밤잠을 자지 못하고 뉴스를 봐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회만으로는 문제를 풀어가기가 어렵다면 민회(民會)가 필요하다. 법적이거나 제도적인 형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 토론도 하고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고정된 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시는 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다양한 형태의 모임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지역만이 아니라 세대별로도 민회를 할 수 있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민회를 할 수도 있다. 그런 다양한 모임을 통칭해서 ‘민회’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꼭 ‘민회’라는 단어를 쓸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주권자인 ‘민’이 모여서 국가공동체의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문제도 같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민회에서 논의해야 할 주제도 지역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고, 세대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적인 논의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헌법개정 문제일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보다 더 안정되고 더 민주적이고 더 미래에 희망이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의하게 되면,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는 주제가 ‘헌법개정’이다.
그래서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도 큰 정치적 격변을 겪을 때마다 헌법개정을 논의해 왔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1987년 이후에 헌법을 단 한 줄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1987년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정치적 격변이 있었나? 그러나 헌법개정이 어렵게 되어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특성 과 정치권의 의지 부족 때문에 헌법개정은 번번이 좌절되어 왔다.
당장에는 현재의 대통령중심제를 손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수도권 일극집중 체제를 해소하려면 과감한 지방분권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게 하려면 선거제도나 정당제도도 같이 손을 봐야 할 수 있다.
농촌ㆍ농업의 미래를 위한 내용도 헌법개정에 담길 필요가 있다.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명시하는 것,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에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 같은 것도 헌법에 담길 필요가 있다.
헌법 이외에도 민회를 통해서 논의할 주제는 많을 것이다.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국가적인 문제 뿐만아니라, 우리 지역을 살리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민회를 통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의회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위기들을 풀어가려면 주권자인 국민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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