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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읍·면 통합, 농촌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l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5/02/14 13:55
    • 조회 14
    예산 아끼자고 효율화·통폐합 ‘시대착오’
    지역주민과 소통·수용성 고려해 접근
    농산어촌-도시 상생에 초점 개편 논의를

    지난달 22일 행정안전부의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이하 미래위)’가「지방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미래위는 민선자치 30년이 되는 올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등 당면한 문제에 대응,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완화에 기여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전국 어디서나 기본적 삶의 질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지방행정체제 개편방안을 마련해 권고한다”고 밝혔다.

    개편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 권역별 성장거점 육성·강화를 통한 다극체계 형성을 위해 광역시・도간 통합과 대도시 거점기능을 강화한다. 둘째, 자치단체 통합·연계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군・구통합, 특별지방자치단체 활성화, 지방자치단체 구역 변경을 유도한다. 셋째, 자치단체 계층·기능 고도화를 통한 행정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기능 조정, 자치계층 재검토, 읍・면・동 효율화 추진 등이다.

    몇 가지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인구감소로 과소화된 시·군 통합뿐만 아니라, 초광역권 성장을 견인할 거점 대도시 확대로 지방인구 유출을 방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치계층을 재검토,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자치 2계층을 유지하되, 인구감소를 감안하여 광역시 관할 자치구와 존속이 어려운 과소 시·군을 일반구, 행정시·행정군으로 전환하거나 단체장 선출 방식을 다르게 하는 등 기관 구성 다양화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하부행정기구(읍·면·동) 효율화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실제 지역 특성에 따라 읍·면·동을 자유롭게 설치하도록 유연화하고 설치기준을 정비하는 한편, 설치 단위를 광역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읍·면·동을 읍(농촌)과 동(도시)으로 단순화, 현재 행정 창구 기능에서 주민커뮤니티 중심 공간으로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위는 지방행정체제는 정책이 집행되는 ‘그릇’이라 비유하면서 정부의 균형발전과 인구감소 대책이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해서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지역이 주도하되, 정부는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농어촌 특례는 별도 리스트를 통해 특례 대상 지역을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고, 찾아가는 행정서비스 확대, 주민자치·참여 거버넌스는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행정체제개편을 주도하고 있는‘전문가’들의 핵심주장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하나는 비수도권 대도시에 수도권에 견줄만한 거점도시가 형성되어야 청년 등 지방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혁신역량으로 주목받고 있는‘암묵지(暗默知)’를 습득할 수 있는 혁신공간이 필요한데, 현재 지자체 규모는 너무 밀도가 낮아 혁신역량을 강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즉, 광역단위로 수도권에 필적할 메가시티를 구축하여, 다양한 사람이 만남과 소통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상호 암묵지를 습득하여 지역혁신·지역발전을 위한 역량을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은 일본의 지방창생정책에서 이야기하는 ‘압축’과 ‘연결(네트워크)’, 그리고 ‘컴팩트 시티’ 형성과 결이 매우 유사하다.

    일본 내에서도 지방창생정책이 수도권 집중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결국, 광역 거점도시로 인구를 집중시켜 중소도시와 농산어촌 지역의 인구감소와 소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30여 년 전부터 인구감소와 재정부담을 이유로 농어촌지역 보건소·지소 통폐합, 읍면 농촌지도소(현재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 지방행정조직 축소, 학교 통폐합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결과 농촌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합계출산율 감소와 농촌소멸 위험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방소멸을 막는다며 다시 재원을 투입하여, 사라진 학교를 대신할 농촌유학을 활성화하고, 보건·의료·돌봄 서비스 확대를 위해 지자체와 주민들이 나서라고 주문한다.

    지방행정체제개편 논의는 결국 ‘재정압박’에서 비롯된다. 2024년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잠정) 국세 신장률은 전년 대비 13.1% 감소했고, 지방세는 5.2% 감소했다. 2024년 1월 1일 기준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는 광역자치단체 57.7%, 시 31.5%, 군 17.2%, 자치구 28.1%로 2024년 기준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는 자치단체가 104개에 달해 행정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는 자치단체가 양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예산 지원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예산을 아끼자고 효율화·통폐합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다. 고밀도 도시생활과 차별화된 저밀도 농산어촌 생활에 대한 국민수요가 늘어나고, 미래위의 주장대로 교통과 통신, AI 등 최신기술의 발달로 시공간이 축소되고 있는데, 굳이 광역대도시를 거점으로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인구감소지역에 ‘워케이션’은 왜 조성하라는 것일까? 또한, 메가시티를 조성한다고 지자체 재정 여건이 나아져 중앙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도 거점시설이 유지될 수 있을까? 지난 20여 년간 여러 부처의 거점사업으로 전국 각지에 유휴시설이 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민선 지방자치 30년, 자치와 분권, 그리고 모두가 살만한 대한민국을 위해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논의는 지역주민과의 소통과 수용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단기간에 서둘러서 될 일도 아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이 바뀌고 행정조직 내부에 변화가 생기면, 개편 방향이 다시 뒤바뀌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인구감소와 농촌사회 변화 속도를 고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산어촌과 도시가 상생할 수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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