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조기 관세화는 패배주의 농정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1:02
- 조회 395
쌀 조기 관세화는 패배주의 농정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농림수산식품부가 쌀 조기 관세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30일 농어업선진화위원회 쌀특별위원회와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주최로 ‘쌀 조기 관세화 실익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해 2월에 쌀 조기 관세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정부는 내년에 시행될 수 있도록 올해 9월 이전에 WTO에 쌀 관세화 결정을 통보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국내 여건 미흡…농가 큰 타격
쌀 조기 관세화 전환을 요구하는 쪽은 관세화 유예를 계속할 경우 의무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이 2014년에 40만톤에 달하는데 반해, 2011부터 관세화로 전환하면 최소시장접근 물량을 2010년 도입분 수준인 32만7000톤으로 고정시킬 수 있어 쌀 재고량 과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기 관세화 이후에도 높은 관세와 높아진 국제 쌀가격과 환율로 인해 수입 쌀 가격이 국내산 쌀값보다 높아서 최소시장접근물량 이상의 수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국제식량수급사정을 너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종래보다 국제 쌀값이 올라갔고 환율이 높아졌다는 단순한 이유로 조기 관세화로 전환할 경우 만약 환율 및 국제 곡물가격이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였을 경우 관세화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쌀값 안정과 쌀소득 보장 등 국내 쌀 농업의 여건이 준비되지 않은 채 관세화로 전환되면 농민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쌀 수입을 조기 관세화했지만 수입이 최소시장접근물량 이상으로 별로 늘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재협상하면서 쌀 수출국가들이 기준시점을 1986~88년은 너무 오래된 것이라고 하면서 현재 시점으로 하자고 할 수도 있다. 또 일본은 농외소득의 비중이 높아서 쌀 수입이 늘어나더라도 농가소득 감소의 충격이 덜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현재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지만 앞으로 협상이 진전되면 틀림없이 관세율이 하락할 것이다. 이것은 큰 위협이다. WTO 협상 교착상태에서 한겧?FTA 등 각국과의 FTA가 타결되고 있는데 이미 쌀 관세화 수입을 수용하고 있으면 쌀의 저관세 수입이 협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쌀 생산·소득대책부터 확충해야
그동안 쌀 수입물량 증가와 소비 위축으로 쌀값이 하락하여 쌀 생산이 줄어들고 식량자급률이 하락했고, 농가소득도 감소했다. 이것은 곧 농정 실패를 의미한다. 국내 쌀정책 개선으로 농정 실패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농정 실패를 기회로 쌀을 관세화 수입개방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패배주의 농정이다. 사실 정부는 농업 농촌기본법에 명시된 식량 자급률 향상이라는 목표를 외면해왔다.
쌀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 쌀 생산과 농가소득대책을 확충해야 한다. 쌀 대책은 생산 감축조치와 소비 증가 대책을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감산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타당하다. 과거에도 휴경보상제도를 실시했지만 이번에는 논을 휴경하는 단순한 생산조정이 아니라 벼 재배 대신 콩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식량자급률 향상이라는 목표로 볼 때 바람직한 방안이다. 특히 밀 자급률이 일본의 경우 14% 수준인데 비해 우리는 1%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밀의 재배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국토도 좁고 산이 많아 지리적 조건이 불리한 스위스도 현재 식량 자급률이 50% 수준이다. 칼로리 기준으로는 65%대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등을 통해 산간 농업과 축산업이 유지되도록 농가소득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쌀 소비 증가 대책으로는 대북한 쌀 지원과 주정용 원료공급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식량자급률 높이는 게 최우선
국제 곡물가격이 올라갈 경우 식량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므로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관세화 수입을 최대한 유예하면서 국내 생산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 정상적인데 국제식량위기로 관세화를 위한 여건이 유리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논리다.
국제협상에서는 아이슬란드나 싱가포르 등 농업부문이 거의 없는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식량자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한국의 특수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협상 내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특수한 사정이 고려된다면 2014년에도 관세화 유예를 계속하면서 최소시장접근물량을 동결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4월19일자 (제2234호) 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농림수산식품부가 쌀 조기 관세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30일 농어업선진화위원회 쌀특별위원회와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주최로 ‘쌀 조기 관세화 실익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해 2월에 쌀 조기 관세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정부는 내년에 시행될 수 있도록 올해 9월 이전에 WTO에 쌀 관세화 결정을 통보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국내 여건 미흡…농가 큰 타격
쌀 조기 관세화 전환을 요구하는 쪽은 관세화 유예를 계속할 경우 의무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이 2014년에 40만톤에 달하는데 반해, 2011부터 관세화로 전환하면 최소시장접근 물량을 2010년 도입분 수준인 32만7000톤으로 고정시킬 수 있어 쌀 재고량 과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기 관세화 이후에도 높은 관세와 높아진 국제 쌀가격과 환율로 인해 수입 쌀 가격이 국내산 쌀값보다 높아서 최소시장접근물량 이상의 수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국제식량수급사정을 너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종래보다 국제 쌀값이 올라갔고 환율이 높아졌다는 단순한 이유로 조기 관세화로 전환할 경우 만약 환율 및 국제 곡물가격이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였을 경우 관세화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쌀값 안정과 쌀소득 보장 등 국내 쌀 농업의 여건이 준비되지 않은 채 관세화로 전환되면 농민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쌀 수입을 조기 관세화했지만 수입이 최소시장접근물량 이상으로 별로 늘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재협상하면서 쌀 수출국가들이 기준시점을 1986~88년은 너무 오래된 것이라고 하면서 현재 시점으로 하자고 할 수도 있다. 또 일본은 농외소득의 비중이 높아서 쌀 수입이 늘어나더라도 농가소득 감소의 충격이 덜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현재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지만 앞으로 협상이 진전되면 틀림없이 관세율이 하락할 것이다. 이것은 큰 위협이다. WTO 협상 교착상태에서 한겧?FTA 등 각국과의 FTA가 타결되고 있는데 이미 쌀 관세화 수입을 수용하고 있으면 쌀의 저관세 수입이 협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쌀 생산·소득대책부터 확충해야
그동안 쌀 수입물량 증가와 소비 위축으로 쌀값이 하락하여 쌀 생산이 줄어들고 식량자급률이 하락했고, 농가소득도 감소했다. 이것은 곧 농정 실패를 의미한다. 국내 쌀정책 개선으로 농정 실패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농정 실패를 기회로 쌀을 관세화 수입개방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패배주의 농정이다. 사실 정부는 농업 농촌기본법에 명시된 식량 자급률 향상이라는 목표를 외면해왔다.
쌀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 쌀 생산과 농가소득대책을 확충해야 한다. 쌀 대책은 생산 감축조치와 소비 증가 대책을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감산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타당하다. 과거에도 휴경보상제도를 실시했지만 이번에는 논을 휴경하는 단순한 생산조정이 아니라 벼 재배 대신 콩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식량자급률 향상이라는 목표로 볼 때 바람직한 방안이다. 특히 밀 자급률이 일본의 경우 14% 수준인데 비해 우리는 1%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밀의 재배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국토도 좁고 산이 많아 지리적 조건이 불리한 스위스도 현재 식량 자급률이 50% 수준이다. 칼로리 기준으로는 65%대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등을 통해 산간 농업과 축산업이 유지되도록 농가소득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쌀 소비 증가 대책으로는 대북한 쌀 지원과 주정용 원료공급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식량자급률 높이는 게 최우선
국제 곡물가격이 올라갈 경우 식량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므로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관세화 수입을 최대한 유예하면서 국내 생산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 정상적인데 국제식량위기로 관세화를 위한 여건이 유리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논리다.
국제협상에서는 아이슬란드나 싱가포르 등 농업부문이 거의 없는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식량자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한국의 특수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협상 내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특수한 사정이 고려된다면 2014년에도 관세화 유예를 계속하면서 최소시장접근물량을 동결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4월19일자 (제2234호) 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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