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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귀농정책? 귀촌정책!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 작성일2020/03/05 14:38
    • 조회 451
    귀농정책? 귀촌정책!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과소화·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의 현실을 고려할 때, 귀농·귀촌의 증가와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은 농어촌의 활력 증진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과소화와 고령화의 악순환에 빠져있는 농어촌지역으로서는 귀농·귀촌을 통한 새로운 인적자본의 유입 그 자체가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귀농·귀촌 요구, 도시측에서 강해

    도시생활의 각박함이 심화됨에 따라 농어촌을 찾는 도시민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고, 귀농·귀촌지원정책도 강화되고 있으며, 지자체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정책의  대부분이 귀촌 보다는 귀농, 즉 후계농업인력의 확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농교류활성화·농촌지역개발 등 지역활성화를 위한 주체의 충원이라는 관점에서 ‘귀촌’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귀농·귀촌문제는 대부분이 농업·농촌의 입장에서 다뤄져 왔고, 관련 정책은 농림수산식품부의 고유 업무처럼 인식돼 왔으며, 농식품부의 업무 특성 상 귀농·귀촌문제는 ‘도시민의 농촌이주를 통한 영농후계인력 조달’이라는 시각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귀농·귀촌에 대한 요구는 농촌 측보다 도시 측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712만명에 달하는 베이버붐머(1955~63년 출생자)의 은퇴가 본격화됐으며, 일 중독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공간을 확보하려는 도시민의 전원수요가 은퇴자에서 30~40대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제 귀농·귀촌문제는 단순히 농업·농촌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도시를 포함하는 전 국민적인 과제로 대두됐으며, 정책적으로도 농식품부만의 업무가 아니라 전 부처적인 업무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농을 제1의 목적으로 도시민이 농촌으로 이주(농촌이주 후 소득의 주요부분을 영농활동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하는 귀농(歸農) 보다는 영농을 제1의 목적으로 하지 않고 농촌으로 이주(농촌 이주 후 소득의 주요부분을 연금이나 적금, 급여, 저작권료, 임대소득 등 영농활동 이외의 분야에서 조달하는 경우)하는 귀촌(歸村)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귀농과 귀촌을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논리적인 차원일 뿐 현실 속에서는 구별해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때로는 구별 그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있지만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영농보다 농촌으로 이주가 목적

    최근 나온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귀농인은 토지(농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반면, 귀촌인은 주택문제에 관한 관심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귀농정책과 귀촌정책이 차별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후계농업인력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귀농 촉진 정책은 ‘농지제공 방안’을 1차적인 과제로 해야 하지만, 도시에서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농촌지역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한 귀촌 촉진 정책은 ‘주택문제’의 해결을 1차적인 과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귀농·귀촌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농촌의 삶에 대한 가치와 자기신념’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지역주민과의 화합’이라는 응답도 높게 나왔다. 반면에 정부정책이나 지자체의 지원, 귀농·귀촌 이전의 전문적인 경험이나 지식은 성공적인 귀농·귀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농촌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지역주민과 화합할 수 있는 귀농·귀촌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귀농·귀촌교육의 새로운 전환이다.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작목재배기술교육 중심의 귀농교육에서 농촌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귀촌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 문화·정서 이해 돕는 게 먼저

    또한, 귀농·귀촌자를 농촌지역활성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기존의 농촌지역개발사업과 연계시킬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서 사회적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마을기업 육성이 필요하고, 여기에 귀농·귀촌인을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귀농·귀촌이 도농상생의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2월 제2409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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