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농민 | 장상환 경상대학교 교수
- 작성일2020/03/05 14:43
- 조회 452
총선과 농민
| 장상환 경상대학교 교수
4월 11일로 다가온 19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농업 농촌의 회생 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여야 정당의 선거공약과 후보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유력자와 맺은 청탁인연의 덫
총선 농업공약으로 새누리당은 FTA 보완 대책 집행과 농어업피해예방 만전, 경쟁력 있는 농어업 인력 양성, 고품질 친환경 농축수산물의 생산·유통 시스템 확립, 쌀의 적정 생산기반 구축, 농자재 지원 확대, 살기 좋고 깨끗한 농어촌 마을 만들기 등을 공약했다. 민주통합당은 ‘농·어민 보호와 경쟁력 있는 농업기반 구축’을 내걸고 식량자급률 65% 달성, 쌀 고정직불금 인상으로 농가소득 안정, 정책자금 금리 인하, 귀농·귀촌을 위한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통합진보당은 농자재가격 원가공개 법제화, 농협법 전면 재개정, 한·미 FTA 폐기, 한·중 FTA 추진 중단, 농가부채 특별법 제정 등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격 상하한제 실시, 식량자급률 50% 실현, 도시근로자가구 대비 95% 수준 농가 소득보장, 중소농 협업공동체 육성, 생태농업으로 단계적 전환, 교육·보육·의료·노후 걱정 없는 농촌지역 복지 실현 등을 약속했다. 진보신당은 식량자급률 50% 달성, 공공급식 등에서 국내산 수요 창출, 한·미 FTA 폐기, 로컬푸드와 소규모 친환경 농업 육성, 농민에게 월 25만원 기본소득 지급, 귀농·귀촌 지원, 농협중앙회 폐지와 경제사업 중심으로 기능 개편, 농지공개념 도입으로 생산비 절감, 환경생태 보존효과 증대 등을 공약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주회사 방식의 농협법 개정에 대부분의 의원들이 찬성했고, 한·미 FTA를 앞장서서 추진했기 때문에 농업 농민문제를 도리어 악화시킨 정당이라 할 수 있다. 민주통합당은 한·미 FTA 재협상을 말하지만 투자자 국가소송제 등을 문제 삼을 뿐, 농업 보호를 위한 통상전략은 내놓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지만 농산물 수입과 연계된 공산품 수출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말하지 않는다.
연고투표에 익숙해진 농어촌
각 당의 지역구 후보들 가운데 현재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통합진보당의 극소수 뿐이다. 비례대표 후보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는 없고, 통합진보당에 2명 있을 뿐이다. 이제 농민의 이익을 옹호할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농민이 줄었다지만 아직 유권자의 6%인데 왜 이렇게 홀대 당하는가. 여당과 제1야당이 농민들의 연고투표 경향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동안 진보정당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연고투표의 행태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법적 분쟁이나 질병 등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당할 경우 법률적·행정적 절차에 따라 대처하면서도 이에 더해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 판·검사 등 유력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유력자는 거절하지 않고 힘이 닿는 한 청탁자에게 도움을 주려 한다. 유력자 자신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유력자를 경유해 힘을 쓴다. 한국처럼 법과 행정 운영이 완전히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유력자의 힘이 청탁인에게 다소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유력자가 공직선거 후보로 출마하면 청탁을 한 보통 사람들은 찍어줄 수밖에 없다. 안 찍어주면 배은망덕한 인간이 될 터이니까. 이렇게 혈연, 지연, 학연으로 인연이 얽혀서 투표하게 되면 대부분 보수 정당 후보를 찍게 된다. 보수정당의 공직 선거 후보로 나서는 유력자들은 대개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 개선할 수 있을까
그러나 유력자 출신으로 당선된 공직자로부터 개인적 문제 해결에는 약간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이러한 개인적 인연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월 15일부터 한·미 FTA가 시행됨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이 낮은 관세로 물밀 듯이 들어올 텐데 지역 국회의원의 힘으로 농산물 가격 폭락에 따라 농민이 입은 손실을 메워줄 수 있겠는가.
농업위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지금, 농민들도 연고 투표의 보수적 투표 관행에서 벗어나 농민의 이익을 지킬 인물과 정당을 선택해 투표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3월 제2421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학교 교수
4월 11일로 다가온 19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농업 농촌의 회생 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여야 정당의 선거공약과 후보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유력자와 맺은 청탁인연의 덫
총선 농업공약으로 새누리당은 FTA 보완 대책 집행과 농어업피해예방 만전, 경쟁력 있는 농어업 인력 양성, 고품질 친환경 농축수산물의 생산·유통 시스템 확립, 쌀의 적정 생산기반 구축, 농자재 지원 확대, 살기 좋고 깨끗한 농어촌 마을 만들기 등을 공약했다. 민주통합당은 ‘농·어민 보호와 경쟁력 있는 농업기반 구축’을 내걸고 식량자급률 65% 달성, 쌀 고정직불금 인상으로 농가소득 안정, 정책자금 금리 인하, 귀농·귀촌을 위한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통합진보당은 농자재가격 원가공개 법제화, 농협법 전면 재개정, 한·미 FTA 폐기, 한·중 FTA 추진 중단, 농가부채 특별법 제정 등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격 상하한제 실시, 식량자급률 50% 실현, 도시근로자가구 대비 95% 수준 농가 소득보장, 중소농 협업공동체 육성, 생태농업으로 단계적 전환, 교육·보육·의료·노후 걱정 없는 농촌지역 복지 실현 등을 약속했다. 진보신당은 식량자급률 50% 달성, 공공급식 등에서 국내산 수요 창출, 한·미 FTA 폐기, 로컬푸드와 소규모 친환경 농업 육성, 농민에게 월 25만원 기본소득 지급, 귀농·귀촌 지원, 농협중앙회 폐지와 경제사업 중심으로 기능 개편, 농지공개념 도입으로 생산비 절감, 환경생태 보존효과 증대 등을 공약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주회사 방식의 농협법 개정에 대부분의 의원들이 찬성했고, 한·미 FTA를 앞장서서 추진했기 때문에 농업 농민문제를 도리어 악화시킨 정당이라 할 수 있다. 민주통합당은 한·미 FTA 재협상을 말하지만 투자자 국가소송제 등을 문제 삼을 뿐, 농업 보호를 위한 통상전략은 내놓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지만 농산물 수입과 연계된 공산품 수출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말하지 않는다.
연고투표에 익숙해진 농어촌
각 당의 지역구 후보들 가운데 현재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통합진보당의 극소수 뿐이다. 비례대표 후보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는 없고, 통합진보당에 2명 있을 뿐이다. 이제 농민의 이익을 옹호할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농민이 줄었다지만 아직 유권자의 6%인데 왜 이렇게 홀대 당하는가. 여당과 제1야당이 농민들의 연고투표 경향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동안 진보정당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연고투표의 행태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법적 분쟁이나 질병 등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당할 경우 법률적·행정적 절차에 따라 대처하면서도 이에 더해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 판·검사 등 유력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유력자는 거절하지 않고 힘이 닿는 한 청탁자에게 도움을 주려 한다. 유력자 자신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유력자를 경유해 힘을 쓴다. 한국처럼 법과 행정 운영이 완전히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유력자의 힘이 청탁인에게 다소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유력자가 공직선거 후보로 출마하면 청탁을 한 보통 사람들은 찍어줄 수밖에 없다. 안 찍어주면 배은망덕한 인간이 될 터이니까. 이렇게 혈연, 지연, 학연으로 인연이 얽혀서 투표하게 되면 대부분 보수 정당 후보를 찍게 된다. 보수정당의 공직 선거 후보로 나서는 유력자들은 대개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 개선할 수 있을까
그러나 유력자 출신으로 당선된 공직자로부터 개인적 문제 해결에는 약간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이러한 개인적 인연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월 15일부터 한·미 FTA가 시행됨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이 낮은 관세로 물밀 듯이 들어올 텐데 지역 국회의원의 힘으로 농산물 가격 폭락에 따라 농민이 입은 손실을 메워줄 수 있겠는가.
농업위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지금, 농민들도 연고 투표의 보수적 투표 관행에서 벗어나 농민의 이익을 지킬 인물과 정당을 선택해 투표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3월 제2421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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