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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이명박 정부 농정점수는 31.4?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 전 농림부 장관 
    • 작성일2020/03/05 15:05
    • 조회 445
    이명박 정부 농정점수는 31.4?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 전 농림부 장관 


    전국 최대의 활동회원수를 가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전 농업후계자연합회원 12만명)가 대선을 앞두고 지난 8월 ‘이명박 정부 농정5년을 평가’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응답 농업인의 91.5%가 이 정부의 농정결과에 불만을 나타냈으며, 그간의 소득정책, 유통정책, 통상정책 등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5점 만점에 1.57점으로 집계되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농정 점수는 ‘100점 만점에 31.4점’이라는 아주 처참한 평가를 받았다. 전두환 정권 치하에서 태생할 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일반 농업인에 비해 비교적 정부지원을 후하게 받아왔던 농민단체의 자체 평가결과이다 보니 그 충격이 훨씬 더 크고 무겁게 다가온다.

    지난해 농가소득, 7년 전 수준

    객관적인 경제지표를 보더라도 이 정부 들어 계속 정체되어 오던 농가소득이 2011년도엔 그 앞의 해보다 6.1%나 감소한 300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7년전 2005년의 소득수준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에 대비해 보아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의 59%에 불과한 사상 최저기록을 나타낸다. MB 정권 들어 눈코뜰새 없이 동시다발로 속전속결되고 있는 FTA들마다 농업부문의 희생과 피해손실을 불러들이고 있어 이같은 추세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 올 미래라고 더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농산물값이 조금만 오를 기미를 보이면 잽싸게 무관세로 마구 수입하고, 값이 곤두박질 칠 때는 마지못해 지탱하는 시늉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현재 추진 중인 한·중 FTA와 한·뉴질랜드 FTA 등까지 타결될 경우 축산이나 경종부문은 물론 과채류 특용작물, 심지어 도라지·고사리 나물까지 어느 품목 하나, 전 세계 수십개 국가들과의 무관세 개방의 그물코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찍부터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난지 오래다. 지금 고령층들이 대부분인 깡촌마을에서는 50대 농민이면 ‘청년(靑年)’ 대접을 받는다. 동네 애경사와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하고 덩치 큰 농기계 일도 그의 몫이다. 이럴 때 어린애가 딸린 도시의 젊은 가족이 무슨 사연이든 귀촌·귀농이라도 할라치면 그 동네는 십중팔구 크게 반긴다. 예전 같으면 외지인의 귀농행위에 대해 은근히 경계하고 따돌리던 풍습이 차츰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 부족에 선거인수 미달, 교부금 하달액 감소 등으로 고민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도 정착금과 빈집 등을 마련해주는 등 앞다퉈 귀촌·귀농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IMF 환란 위기사태 때 보았듯이 나라경제가 불안해지면 농촌으로의 도시인구 환류현상이 도도해진다. 최근의 귀농·귀촌 행렬은 그와 같은 요인에 더하여 자연과 환경생태계에 대한 귀의(歸依) 풍조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런데 이같은 지자체들의 서글픈 자구책에 대하여 찬물을 끼얹는 중앙정부의 정책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KDI 출신이 장을 맡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무슨 억하심정인지 일정 수의 학생을 채우지 못한 농촌 소재 초중고교에 대하여 경제성이 없다고 폐쇄하겠단다. 이미 그전부터 행해오던 초등학교와 그 분교에 대한 폐쇄정책을 확대 조치함에 따라 학령기 아동을 가진 가족들더러 어서 농산어촌을 떠나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셈이다. ‘의무교육’이라는 말을 헌법에서 삭제하든지, 농어촌 군소학교 폐쇄조치를 거둬들이든지 양단간에 분명히 할 일이다.  예부터 나라 정책의 근간이었던 농지정책 역시 지극히 반농업적이다. 지난 5년간 농지전용을 용이하게 완화하여 그 성과가 심상치 않다. 2007~2011년 사이 9만7622ha의 농경지가 다시는 농업용으로 돌아오지 못할 타 용도로 사라졌다. 연평균 1만9524ha(여의도 면적의 약 67배)의 농경지가 없어져 이제 우리나라의 가용 농경지 총면적은 전국토의 17%인 170만ha에 조금 못미친다. 주로 부재지주들에 의한 휴경면적 역시 늘어나 전체 농지의 3.2%에 달한다. 헌법에서 금하고 있는 소작제도와의 모순이 멋적은지 정부는 전국 농지의 소유 및 소작 그리고 임대차 현황에 대한 통계를 공식 주요통계조사 보고서에 수록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누가 얼마나 어디에 불법 또는 탈법으로 농경지를 소유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행안부의 컴퓨터 파일이나 뒤져 보아야 한다. 전국 통계는 잡혀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대충 농촌지역의 농지는 약 60% 이상, 도시 인근의 농지는 거의 90% 까지가 비농민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예부터 사회가 혼란하고 나라가 망하는 세가지 요인, 이른바 삼정문란(三政紊亂)의 첫 번째 항목이 농지소유제도의 문란이다. 1950년 농지개혁 이후 누적된 병폐가 오늘날 토건세력의 득세에 따라 노골화되고 있다.

    벼 재배면적, 광복이후 최저치

    기본이 이렇게 뒤틀려 있으니 그 옥상의 정사가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그 피해는 당사자인 농업인에 그치지 않고 식량과 농업(생태계)에 의식주 생활과 생산활동을 의존하는 모든 국민과 국가의 존망에 영향을 미친다. 그 단적인 사례로 올해 전국의 벼 재배면적이 해방(광복) 이후 최저치인 85만ha에 불과했다. 정부 통계조사 사상 가장 적은 벼 재배면적이다. 논에 딴 작물을 재배하라고 권장했다가 지난해 30년만에 쌀 수확량이 최저치(422만톤)를 기록함에 따라 이른바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을 시행 1년만에 취소했었으나 결과는 공공비축미 계획량마저 다 채우지 못했다. 올해는 세계곡물 작황마저 심상치 않아 해외 식량시장 조건이 지극히 불안하다. 그동안 농업·식량·농촌?농민 문제는 나 몰라라 시장경제에만 맡겨 온 이명박 대통령께서 오죽했으면 친히 수출국 대통령들에게 협조요청 친서까지 보내고, APEC 정상회의에선 곡물수출 제한행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까지 했을까.
    우리나라는 곡물 순수입 세계 제5위 대국이다. 연간 1410만톤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다. 그런데 지구촌은 바야흐로 최악의 가뭄과 폭염으로 밀, 콩, 옥수수 등 3대 곡물작황이 곤두박질하여 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10년 주기였던 ‘애그플레이션 (Agflation) 현상’은 이제 1~3년 주기로 당겨져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 식량파동은 이제 ‘상시적(常時的)’ 현상이 됐다. 게다가 미국, 브라질 같은  농산물 수출국들이 옥수수 생산량의 40% 가까이를 이윤을 좇아 바이오 에탄올 제조에 전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식량을 바이오 연료로 쓰지 말자고 제안했지만 돈(탐욕) 밖에 모르는 다국적 초국경 기업들(MNCs/TNCs)이 세계 제5위의 식량·석유 수입대국의 대통령 말씀에 콧방귀나 뀔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 자급률은 1970년 이래 최저치인 83%로 뚝 떨어졌다. 그리하여 지난해(2011년) 전체 식량자급률은 22.6%로 단군이래 최저 기록을 갱신하였다. 우리나라 식량자주권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보리쌀은 22.5%, 밀은 1.1%. 옥수수는 0.8%, 콩류는 6.4%에 불과하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곡물 자주율은 어떻고 주식자급률은 어떠하며 칼로리자급률은 어떠하다고 옹색한 변명과 위장술을 펴기에 급급하다.

    식량·농업정책 혁명적 재검토를

    이제 우리 모두 좀 냉정해져야 할 때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대선을 앞두고 소위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지도자들부터 겸허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주변의 신자유주의 재벌 장학생님들의 말씀을 디스카운트하고 볼 일이다. 그리고 현실을 겸허히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자주권을 걸고 식량과 농업 정책을 전면적으로, 아니 혁명적으로 재검토하여야 한다. 이대로의 토지정책(농지제도)과 가격·유통구조의 문란을 방치할 것인가 되물어 보아야 한다. 어느 정도의 식량자급도를 유지해야 자주국가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상기후가 장차 농업환경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분명히 따져 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앞으로의 세세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필요하면 식량농업?농지문제에 대한 혁신책을 국민투표에라도 부치겠다는 자세로 혁명에 준하는 범국가적 개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세계대전 중 전쟁에서는 이겼으나 식량수입·수송문제로 국민들을 극심한 고통에 빠뜨렸던 악몽을 잊지 않고 전후 농업재건에 성공했던 영국의 사례라든지,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과 프랑스, 독일, 스위스, 대만 등의 엄격한 농지관리제도 등이 우리에겐 큰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역시 4ha 이하의 농지전용만 지방정부에 위임하고 나머지 전체 농지는 중앙정부가 확고하게 통제하는 모범국가 중의 하나이다.
    눈을 돌려 다시 세계를 보고 우리 자신을 보고 기초부터 바로 세워나가야 할 때이다. 길을 잃고 헤메는 자들이여, 부디 바라건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갈지어다. Back to the Basic! 그것이 진리요 진실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9월 제2464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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