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복지 또는 농지복지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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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복지 또는 농지복지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새해가 되니 해마다 되풀이되는 관심거리 중 하나는 올해부터 달라지는 제도들이다. 무엇보다 농민에 대한 지원과 귀농·귀촌 정책에 관심이 크지만 해가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하는 주요 근거가 되다보니 나와 관계가 있건 없건 이것저것 살펴보게 된다. 올해는 곧 신임대통령이 취임하게 돼서 그런지 내용들이 더 풍부한 듯하다.
사람복지 정책에만 집중 아쉬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0세에서 5세까지의 양육수당 지급 소식이다.
올해 쉰여섯인 필자 눈길을 어떻게 하여 유아 양육수당이 사로잡았는가?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는 출산수당이 탐나고 자녀 양육수당이 부러워서 애라도 하나 낳겠다는 게 아니다. 왜 복지라는 게 마냥 사람복지 뿐이냐는 생각에 이 기사를 자세히 봤다. 양육수당을 반대해서가 아니다.
반값 등록금, 정년 연장, 남성 출산휴가, 청년 일자리, 노인장기요양보험 4·5등급 신설 등등이 죄다 사람복지다. 물론 이런 것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최선이냐는 것이다. 이것뿐이냐는 것이다. 5월부터 돼지를 키우는 양돈농가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축산농지인증제 등 동물복지라 불릴만한 것이 있긴 하다. 그러나 사람 외 복지는 빈약하다. 한참 모자란다.
땅복지 없인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재작년의 구제역 참사를 겪고서야 비로소 우리나라도 사람외의 ‘동물복지’가 공론화되었다. 당시에 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식물복지’를 주창했었고 그것이 졸저 <아름다운 후퇴>에 담겨있다. 이제 ‘땅복지’를 말하고자 한다. 왜 땅의 복지까지 거론하는가?
주제넘거나 여유로워서가 아니다.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맞다. 땅에 대한 학대와 고문, 공격을 당장 그치지 않으면 인간복지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다. 인간의 불행은 땅을 떠나면서 시작되었다. 굳이 북미원주민들의 가르침을 되새기지 않아도 된다. 땅과 멀어진 삶을 사는 현대인들은 현대문명병의 환자가 되었다.
사람복지의 모든 대상들도 깊이 살펴보면 땅을 파괴하고 오염시킨 데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육아, 교육, 건강, 농업, 사람의 심성, 식품, 청소년문제, 자연재해, 노인문제가 땅의 소유제도나 땅의 훼손에서 비롯되지 않을 게 있는가. 땅의 복수라고 할 수 없는 게 있는가.
땅복지의 첫째는 땅을 공유하는 것이다. 소유하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주택공유화, 기간산업공유화는 익숙할 것이다. 땅을 전면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기나 물, 하늘을 사유화 할 수 없는 상식과 견주어 생각하면 바로 수긍이 될 것이다.
전 세계 인민과 그 자손이 살아가야 하는 땅은 하늘이나 구름, 공기처럼 사고팔거나 개인이 가져서는 안 된다. 농업을 살리는데도 땅의 공유화(농지 공개념)가 핵심이다. 농지의 외지인 소유, 농지전용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땅의 사유화에 많은 인간불행의 그늘이 있고 복지예산의 지출이 있다.
땅복지의 둘째는 자연재배 또는 유기재배에 대한 특단의 육성과 지원이다. 오래지 않아 기존의 화학농법에 대해서는 농지오염세가 부과되어야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우리나라 농지의 영양지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질소와 질산염에 절어 있다고 보면 된다. 암을 필두로 온갖 질병의 원인이다.
언젠가 축산이나 사료작물재배, 그 운송은 물론 정육점까지 포함하는 육식관련업에 대한 환경부담금 부과를 주장했다가 비난을 받은 적이 있는데 농지 오염세를 부과 할 필요가 머지않아 대두되리라 본다. 따라서 자연재배와 유기재배 농가에게 특단의 소득보전과 가격지지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땅복지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농민이 나서 땅 살리기 펼쳐야
이미 이런 문제를 직시하고 ‘땅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있다. 대구지역에 있는 <땅과 자유>도 그 하나다. <토지정의 시민연대>도 있다. 최근에는 ‘정의’가 사회적인 문제나 인권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토지나 에너지, 음식, 식수에까지 확장되어 있다.
그러나 뭐라 해도 땅복지는 농민운동이 나서 주어야 할 것이다. 동물복지도 식물복지도 농민운동이 나서야 실마리가 풀리듯이 땅복지 역시 마찬가지다. 농민운동이 땅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한다. 농민을 ‘땅의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농민운동의 단기과제에도 열성을 다해야 하겠지만 장기과제인 땅복지에 농민운동이 올해 집중했으면 한다. 대통령이 누가 되었냐에 관계없이 말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1월 2494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새해가 되니 해마다 되풀이되는 관심거리 중 하나는 올해부터 달라지는 제도들이다. 무엇보다 농민에 대한 지원과 귀농·귀촌 정책에 관심이 크지만 해가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하는 주요 근거가 되다보니 나와 관계가 있건 없건 이것저것 살펴보게 된다. 올해는 곧 신임대통령이 취임하게 돼서 그런지 내용들이 더 풍부한 듯하다.
사람복지 정책에만 집중 아쉬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0세에서 5세까지의 양육수당 지급 소식이다.
올해 쉰여섯인 필자 눈길을 어떻게 하여 유아 양육수당이 사로잡았는가?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는 출산수당이 탐나고 자녀 양육수당이 부러워서 애라도 하나 낳겠다는 게 아니다. 왜 복지라는 게 마냥 사람복지 뿐이냐는 생각에 이 기사를 자세히 봤다. 양육수당을 반대해서가 아니다.
반값 등록금, 정년 연장, 남성 출산휴가, 청년 일자리, 노인장기요양보험 4·5등급 신설 등등이 죄다 사람복지다. 물론 이런 것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최선이냐는 것이다. 이것뿐이냐는 것이다. 5월부터 돼지를 키우는 양돈농가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축산농지인증제 등 동물복지라 불릴만한 것이 있긴 하다. 그러나 사람 외 복지는 빈약하다. 한참 모자란다.
땅복지 없인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재작년의 구제역 참사를 겪고서야 비로소 우리나라도 사람외의 ‘동물복지’가 공론화되었다. 당시에 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식물복지’를 주창했었고 그것이 졸저 <아름다운 후퇴>에 담겨있다. 이제 ‘땅복지’를 말하고자 한다. 왜 땅의 복지까지 거론하는가?
주제넘거나 여유로워서가 아니다.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맞다. 땅에 대한 학대와 고문, 공격을 당장 그치지 않으면 인간복지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다. 인간의 불행은 땅을 떠나면서 시작되었다. 굳이 북미원주민들의 가르침을 되새기지 않아도 된다. 땅과 멀어진 삶을 사는 현대인들은 현대문명병의 환자가 되었다.
사람복지의 모든 대상들도 깊이 살펴보면 땅을 파괴하고 오염시킨 데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육아, 교육, 건강, 농업, 사람의 심성, 식품, 청소년문제, 자연재해, 노인문제가 땅의 소유제도나 땅의 훼손에서 비롯되지 않을 게 있는가. 땅의 복수라고 할 수 없는 게 있는가.
땅복지의 첫째는 땅을 공유하는 것이다. 소유하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주택공유화, 기간산업공유화는 익숙할 것이다. 땅을 전면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기나 물, 하늘을 사유화 할 수 없는 상식과 견주어 생각하면 바로 수긍이 될 것이다.
전 세계 인민과 그 자손이 살아가야 하는 땅은 하늘이나 구름, 공기처럼 사고팔거나 개인이 가져서는 안 된다. 농업을 살리는데도 땅의 공유화(농지 공개념)가 핵심이다. 농지의 외지인 소유, 농지전용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땅의 사유화에 많은 인간불행의 그늘이 있고 복지예산의 지출이 있다.
땅복지의 둘째는 자연재배 또는 유기재배에 대한 특단의 육성과 지원이다. 오래지 않아 기존의 화학농법에 대해서는 농지오염세가 부과되어야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우리나라 농지의 영양지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질소와 질산염에 절어 있다고 보면 된다. 암을 필두로 온갖 질병의 원인이다.
언젠가 축산이나 사료작물재배, 그 운송은 물론 정육점까지 포함하는 육식관련업에 대한 환경부담금 부과를 주장했다가 비난을 받은 적이 있는데 농지 오염세를 부과 할 필요가 머지않아 대두되리라 본다. 따라서 자연재배와 유기재배 농가에게 특단의 소득보전과 가격지지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땅복지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농민이 나서 땅 살리기 펼쳐야
이미 이런 문제를 직시하고 ‘땅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있다. 대구지역에 있는 <땅과 자유>도 그 하나다. <토지정의 시민연대>도 있다. 최근에는 ‘정의’가 사회적인 문제나 인권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토지나 에너지, 음식, 식수에까지 확장되어 있다.
그러나 뭐라 해도 땅복지는 농민운동이 나서 주어야 할 것이다. 동물복지도 식물복지도 농민운동이 나서야 실마리가 풀리듯이 땅복지 역시 마찬가지다. 농민운동이 땅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한다. 농민을 ‘땅의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농민운동의 단기과제에도 열성을 다해야 하겠지만 장기과제인 땅복지에 농민운동이 올해 집중했으면 한다. 대통령이 누가 되었냐에 관계없이 말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1월 2494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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