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도 부모랑 같이 농사짓게 하려면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5:32
- 조회 458
자식도 부모랑 같이 농사짓게 하려면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지난주에 우리 고장의 중·고등학교 학생 임원 수련회에 ‘좋은 말씀’ 좀 해 달라는 부탁
을 받고 다녀왔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서는 옆 군에서 개관하는 도서관에 가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랍시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정부 자금 지원만으로는 한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농촌에 살 뿐, 도시 아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생각보다 심했다. 집과 학교를 대롱을 타고 흐르는 물처럼 오갈 뿐, 자연도, 농사도, 부모의 일상도 모르고 있었다. 부모 집안일을 돕는다는 것은 먼 꿈나라 같은 얘기였다. 방과 후 학교니, 학원이니, 무슨 프로젝트 수업이니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이들의 자투리 시간마저 장악하고 있었다. 하물며 놀이마저도 전문가 선생님이 와서 가르치는 실정이다 보니 어딜 봐도 ‘촌놈’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농업인구가 날로 줄어들어서 1970년도에 1,500만이던 것이 2000년도에는 400만을 겨우 넘기는가 싶더니 작년에는 290만 명 아래로 내려앉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종 후계농업인 지원책이 새로 나왔지만 다들 농촌을 떠났고 들판은 농기계가 장악했다. 농장은 하우스와 농약, 제초제가 농민 일손과 임무를 교대하게 되니 농토와 밥상은 오염될 수밖에는 없었다.
사실 자식들이 부모 농사 일손을 거들래야 거들 일거리도 없는 실정이다. 소고삐를 잡고 풀 먹이러 갈 일도 없고 꼴을 벨 일도 없다. 새참을 들판으로 내고 술도가에 가서 술심부름 할 일도 없다.
어떻게 하면 자식도 부모 따라 농사짓고 살게 할 수 있을까 농민들의 2세가 자발적으로 농촌에 살겠다고 하려면 어떤 방책이 필요할까 이 문제가 풀리면 농촌문제의 중요한 매듭 하나가 풀릴 것이다.
자연 생태적 감성 키우는 게 중요
농사 자금을 저리로 융자를 해 준다거나, 농지나 농기계 구입을 지원하고 농민 자녀의 농업대학 등록금을 면제 해 주는 등의 혜택은 여전히 필요하다. 청년 농부에게 군 대체 복무제를 도입한다면 환영 할만하다. 그러나 이런 혜택에 전혀 관심도 없이 스스로 농부가 되겠다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 젊은이들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내 자식 얘기해서 뭐 하지만 어제 강화도에서 집을 한 채 짓고 있는 아들한테 다녀왔는데 아들 녀석은 일찍이 중학교 때 농촌에서 살기로 작정을 했었다. 군 입대를 코앞에 두고 작년에 시작한 집짓기를 다 끝내고 입대한다고 친구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재작년부터 같은 대안학교 출신 청년 4명과 같이 농장을 개척하여 농사를 지었고, 그들과 같이 집짓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 청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농촌과 생태에 대한 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들이 코흘리개 때부터 애들을 논과 밭에서 뒹굴며 자라게 한 것이다. 부모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혜를 대충이라도 익히게 한 것이다. 자연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 줘서 철 따라 변하는 자연의 문리를 생활 속에서 알게 되었다는 공통점이다.
우리의 농업정책이 이 점에 착안 할 필요가 있겠다. 농사짓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지원 하는 것 말이다. 농민 부모의 일상을 배우고 체화하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나 교실을 개설하는 것 말이다.
농민 부모 일상 체화할 기회 줘야
생태 감수성은 내면 깊은 곳에서 장기간에 걸쳐서 새싹처럼 움터 오는 것이지 지원이니 융자니 하는 외적 자극에만 의존하면 자생력이 없다. 단기 체험과 프로젝트 수업으로도 한계가 있다. 살기는 시골에 살지만 온갖 도시적 자극과 유혹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는 농촌 2세들이 이것들과 거리를 두고 내면의 생태적 감성을 키워 갈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4월4일자(제2518호)에 실린 글입니다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지난주에 우리 고장의 중·고등학교 학생 임원 수련회에 ‘좋은 말씀’ 좀 해 달라는 부탁
을 받고 다녀왔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서는 옆 군에서 개관하는 도서관에 가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랍시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정부 자금 지원만으로는 한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농촌에 살 뿐, 도시 아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생각보다 심했다. 집과 학교를 대롱을 타고 흐르는 물처럼 오갈 뿐, 자연도, 농사도, 부모의 일상도 모르고 있었다. 부모 집안일을 돕는다는 것은 먼 꿈나라 같은 얘기였다. 방과 후 학교니, 학원이니, 무슨 프로젝트 수업이니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이들의 자투리 시간마저 장악하고 있었다. 하물며 놀이마저도 전문가 선생님이 와서 가르치는 실정이다 보니 어딜 봐도 ‘촌놈’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농업인구가 날로 줄어들어서 1970년도에 1,500만이던 것이 2000년도에는 400만을 겨우 넘기는가 싶더니 작년에는 290만 명 아래로 내려앉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종 후계농업인 지원책이 새로 나왔지만 다들 농촌을 떠났고 들판은 농기계가 장악했다. 농장은 하우스와 농약, 제초제가 농민 일손과 임무를 교대하게 되니 농토와 밥상은 오염될 수밖에는 없었다.
사실 자식들이 부모 농사 일손을 거들래야 거들 일거리도 없는 실정이다. 소고삐를 잡고 풀 먹이러 갈 일도 없고 꼴을 벨 일도 없다. 새참을 들판으로 내고 술도가에 가서 술심부름 할 일도 없다.
어떻게 하면 자식도 부모 따라 농사짓고 살게 할 수 있을까 농민들의 2세가 자발적으로 농촌에 살겠다고 하려면 어떤 방책이 필요할까 이 문제가 풀리면 농촌문제의 중요한 매듭 하나가 풀릴 것이다.
자연 생태적 감성 키우는 게 중요
농사 자금을 저리로 융자를 해 준다거나, 농지나 농기계 구입을 지원하고 농민 자녀의 농업대학 등록금을 면제 해 주는 등의 혜택은 여전히 필요하다. 청년 농부에게 군 대체 복무제를 도입한다면 환영 할만하다. 그러나 이런 혜택에 전혀 관심도 없이 스스로 농부가 되겠다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 젊은이들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내 자식 얘기해서 뭐 하지만 어제 강화도에서 집을 한 채 짓고 있는 아들한테 다녀왔는데 아들 녀석은 일찍이 중학교 때 농촌에서 살기로 작정을 했었다. 군 입대를 코앞에 두고 작년에 시작한 집짓기를 다 끝내고 입대한다고 친구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재작년부터 같은 대안학교 출신 청년 4명과 같이 농장을 개척하여 농사를 지었고, 그들과 같이 집짓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 청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농촌과 생태에 대한 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들이 코흘리개 때부터 애들을 논과 밭에서 뒹굴며 자라게 한 것이다. 부모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혜를 대충이라도 익히게 한 것이다. 자연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 줘서 철 따라 변하는 자연의 문리를 생활 속에서 알게 되었다는 공통점이다.
우리의 농업정책이 이 점에 착안 할 필요가 있겠다. 농사짓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지원 하는 것 말이다. 농민 부모의 일상을 배우고 체화하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나 교실을 개설하는 것 말이다.
농민 부모 일상 체화할 기회 줘야
생태 감수성은 내면 깊은 곳에서 장기간에 걸쳐서 새싹처럼 움터 오는 것이지 지원이니 융자니 하는 외적 자극에만 의존하면 자생력이 없다. 단기 체험과 프로젝트 수업으로도 한계가 있다. 살기는 시골에 살지만 온갖 도시적 자극과 유혹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는 농촌 2세들이 이것들과 거리를 두고 내면의 생태적 감성을 키워 갈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4월4일자(제251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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