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인구 격감, 무엇이 문제인가 |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이사장
- 작성일2020/03/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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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구 격감, 무엇이 문제인가
|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이사장
우리 사회는 저출산시대를 지나 청년인구 격감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됐다. 그렇지만 청년층 인구 격감이 가져올 엄청난 파장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는다.
2011년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고교 및 대학 재학 연령에 해당하는 만 15~21세 청년층 인구는 1960년 약 340만명에서 1980~1990년 사이 630만명 수준까지 급증한 이후 2010년의 480만명으로 격감했다. 2020년에는 370만명, 2030년에는 310만명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고도성장기 20년간 거의 두배로 급증한 청년층 인구가 안정성장에서 저성장기에 접어든 30여년 사이에 절반으로 줄어드는 격심한 인구변동 패턴은 인류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이다.
흔히 인구감소는 경제발전의 동력을 저하시키는 부정적 요인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당면한 상황은 근본적인 사회시스템의 개편을 불가피하게 할 만큼 심각성을 지닌 것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 현상분석이나 정책대응 노력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불과 30여년만에 청년층 인구가 반감하는 전대미문의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파장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엄청난 파괴력을 지닐 것으로 예견된다.
먼저 고용 측면에서 젊은 노동력 공급의 급격한 감소는 경제성장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이미 진행되고 있는 제조업의 해외 이전을 한층 가속화시키고 해외노동력의 대규모 유입을 유발하는 등 국내경제활동의 위축과 외국노동력에 대한 의존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취업구조 면에서는 젊은 노동력의 대기업 집중과 중년·고령 비전문직 취업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중소기업 집중과 같은 고용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멀지 않은 장래에 대학 진학생 수가 절반 내지 3분의 1 수준으로 격감함으로써 대학교육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초래될 것이다.
등록금 부담이 적은 국립대학과 평판을 지닌 명문 사립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의 기능전환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고교와 전문대·일반대학 과정을 포함한 교육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시장에 있어서도 청년층 인구의 격감은 주택수요의 감소와 부동산가격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이미 주택보유율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주거조건이 열악한 지역의 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빈집이 크게 늘어나고 대도시지역 내에 슬럼화되는 주택가가 생겨나는 전에 없던 현상이 확산될 것이다.
청년층 인구 격감은 또 국민연금·노령기초연금·공무원연금 등 각종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을 포함한 사회복지정책을 뒷받침할 재원조달에 차질을 가져옴으로써 복지제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전개되는 청년층 인구 격감이 미칠 엄청난 파장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위기의식이나 국가적 과제 설정 및 대응 노력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마치 거대한 쓰나미의 내습을 앞두고도 아무런 대비가 없는 남태평양의 어떤 섬나라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우리가 현재 맞은 청년층 인구 격감이라는 사회적 지각변동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저출산의 예정된 귀결일 뿐 갑자기 나타난 재앙은 결코 아니다. 앞으로 10년이나 20년 후에 다가올 더 큰 인구재앙을 막으려면 젊은 세대의 취업·결혼·출산을 뒷받침할 통합적 정책을 마련하는 작업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되어야 한다.
이 칼럼은 2013년07월 31일 농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이사장
우리 사회는 저출산시대를 지나 청년인구 격감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됐다. 그렇지만 청년층 인구 격감이 가져올 엄청난 파장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는다.
2011년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고교 및 대학 재학 연령에 해당하는 만 15~21세 청년층 인구는 1960년 약 340만명에서 1980~1990년 사이 630만명 수준까지 급증한 이후 2010년의 480만명으로 격감했다. 2020년에는 370만명, 2030년에는 310만명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고도성장기 20년간 거의 두배로 급증한 청년층 인구가 안정성장에서 저성장기에 접어든 30여년 사이에 절반으로 줄어드는 격심한 인구변동 패턴은 인류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이다.
흔히 인구감소는 경제발전의 동력을 저하시키는 부정적 요인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당면한 상황은 근본적인 사회시스템의 개편을 불가피하게 할 만큼 심각성을 지닌 것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 현상분석이나 정책대응 노력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불과 30여년만에 청년층 인구가 반감하는 전대미문의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파장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엄청난 파괴력을 지닐 것으로 예견된다.
먼저 고용 측면에서 젊은 노동력 공급의 급격한 감소는 경제성장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이미 진행되고 있는 제조업의 해외 이전을 한층 가속화시키고 해외노동력의 대규모 유입을 유발하는 등 국내경제활동의 위축과 외국노동력에 대한 의존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취업구조 면에서는 젊은 노동력의 대기업 집중과 중년·고령 비전문직 취업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중소기업 집중과 같은 고용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멀지 않은 장래에 대학 진학생 수가 절반 내지 3분의 1 수준으로 격감함으로써 대학교육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초래될 것이다.
등록금 부담이 적은 국립대학과 평판을 지닌 명문 사립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의 기능전환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고교와 전문대·일반대학 과정을 포함한 교육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시장에 있어서도 청년층 인구의 격감은 주택수요의 감소와 부동산가격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이미 주택보유율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주거조건이 열악한 지역의 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빈집이 크게 늘어나고 대도시지역 내에 슬럼화되는 주택가가 생겨나는 전에 없던 현상이 확산될 것이다.
청년층 인구 격감은 또 국민연금·노령기초연금·공무원연금 등 각종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을 포함한 사회복지정책을 뒷받침할 재원조달에 차질을 가져옴으로써 복지제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전개되는 청년층 인구 격감이 미칠 엄청난 파장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위기의식이나 국가적 과제 설정 및 대응 노력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마치 거대한 쓰나미의 내습을 앞두고도 아무런 대비가 없는 남태평양의 어떤 섬나라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우리가 현재 맞은 청년층 인구 격감이라는 사회적 지각변동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저출산의 예정된 귀결일 뿐 갑자기 나타난 재앙은 결코 아니다. 앞으로 10년이나 20년 후에 다가올 더 큰 인구재앙을 막으려면 젊은 세대의 취업·결혼·출산을 뒷받침할 통합적 정책을 마련하는 작업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되어야 한다.
이 칼럼은 2013년07월 31일 농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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