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6차산업화의 전제조건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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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6차산업화의 전제조건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정부가 ‘농업의 6차산업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17년까지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6차산업화 주체를 1000개 육성하고 현재 연평균 4.6%씩 증가하고 있는 농외소득 증가율을 7.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고령농과 여성 등을 위한 농촌지역 일자리도 매년 5000개씩 창출할 계획이다.
농업소득이 정체되고 있는데 농민이 주도하는 농업관련 2차, 3차 산업으로 농외소득을 보충하는 것은 유력한 활로라 하겠다. 그러나 농업·농촌 6차산업화 정책의 애초 의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핵심바탕인 농업 더 발전시켜야
첫째, 바탕이 되는 1차산업인 농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품질 좋은 국내 농산물이 있어야 이것을 가공하는 2차산업과 판매하는 3차산업을 할 수 있다. 또 좋은 농산물과 이를 가공한 가공품이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농촌체험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봐도 농촌체험관광이 활발한 농촌은 우수한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해 왔고, 이를 가공하는 사업을 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농산물이 가격과 품질면에서 취약하면 결국 수입농산물을 가공·판매하게 될 것이고, 이는 국내 농업의 발전을 돕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농촌체험관광의 매력도 반감되고 말 것이다.
콩 소스류(된장·간장·고 추장), 막걸리, 치즈, 육가공품, 주스류 등은 모두 국내 원료농산물과 수입 농산물이 경합되는 부문이다. 예컨대 치즈산업의 경우 1인당 치즈 섭취량은 2011년 기준 2.0kg 수준으로 20kg 안팎을 소비하는 유럽에 비해 미미하다. 그러나 식품 소비 성향이 비슷한 일본이 2.4kg을 소비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치즈 시장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치즈의 국내 자급률은 10%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치즈용 원유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전담기구까지 설치해 육성한 결과 20%대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농촌체험관광과 관련해서는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관광농업 사업의 실패 경험을 되새겨봐야 한다. 관광농업은 사실상 농업의 기반 위에 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식당 위치를 농촌으로 옮겨놓는 것에 불과했다. 동물과 식물들은 시설의 20% 기준이라는 관광농원의 명색을 유지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무리하게 도시자본과 부채를 끌어들였고, 마침 외환위기가 닥쳐 외식 수요가 감소하자 줄줄이 도산하고 말았다.
정부 농업예산 삭감 바로잡길
둘째,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업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농외소득과 이전소득을 합친 것에 비해 농업소득이 적은 지경에까지 왔다. 농업소득이 보장돼야 농민이 농업을 생업으로 하고 농촌에 머물 수 있다. 농업소득이 보장돼 농민이 있어야 6차산업화를 주도할 수 있고, 6차산업화에 따르는 소득증가의 혜택도 입을 수 있다. 농민이 줄어들고 경제적으로 취약해 지면 6차산업화는 도시 비농민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농촌관광 농가숙박도 도시인이 거주하기에 농가주택이 적합해야 한다. 농업 체험, 농촌 스포츠를 할 수 있으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민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돼 있어야 한다. 농촌지역 숙박관광에서 농가민박 대신 펜션 등을 많이 이용하는 것은 그만큼 농가주택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재정수입 부족과 공기업 등 국가 채무 증가를 이유로 올해 농업예산, 특히 직불제 예산까지 줄인 것은 문제가 있다. 올해 예산 편성에서는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농가 자발적 경영능력 제고를
셋째, 정부 지원은 농가의 자발적 능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금 지원을 앞세우면 과거 농어촌구조개선사업 때처럼 과다한 시설 건립 등 낭비를 부추기기 쉽다. 먼저 지원조직을 통한 경영자문 등의 간접적 지원으로 농가가 스스로 경영능력을 키워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경영체 운영에 따르는 문제들을 농가와 지원조직이 지혜를 모아 해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필요한 재정과 융자 지원은 사업 추진실적에 따라 하는 것이 적절하다. 물론 농가 직접 지원이 아니라 체험관광 예약시 신용결제 시스템 등 3차산업화에 필요한 공동적인 인프라 구축은 정부에서 선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민박에서 유료조식제공을 막은 조치를 푸는 등 사업 규제는 완화하되, 품질규제를 강화해 도시소비자와 체험관광 이용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2013년08월 19일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정부가 ‘농업의 6차산업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17년까지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6차산업화 주체를 1000개 육성하고 현재 연평균 4.6%씩 증가하고 있는 농외소득 증가율을 7.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고령농과 여성 등을 위한 농촌지역 일자리도 매년 5000개씩 창출할 계획이다.
농업소득이 정체되고 있는데 농민이 주도하는 농업관련 2차, 3차 산업으로 농외소득을 보충하는 것은 유력한 활로라 하겠다. 그러나 농업·농촌 6차산업화 정책의 애초 의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핵심바탕인 농업 더 발전시켜야
첫째, 바탕이 되는 1차산업인 농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품질 좋은 국내 농산물이 있어야 이것을 가공하는 2차산업과 판매하는 3차산업을 할 수 있다. 또 좋은 농산물과 이를 가공한 가공품이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농촌체험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봐도 농촌체험관광이 활발한 농촌은 우수한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해 왔고, 이를 가공하는 사업을 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농산물이 가격과 품질면에서 취약하면 결국 수입농산물을 가공·판매하게 될 것이고, 이는 국내 농업의 발전을 돕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농촌체험관광의 매력도 반감되고 말 것이다.
콩 소스류(된장·간장·고 추장), 막걸리, 치즈, 육가공품, 주스류 등은 모두 국내 원료농산물과 수입 농산물이 경합되는 부문이다. 예컨대 치즈산업의 경우 1인당 치즈 섭취량은 2011년 기준 2.0kg 수준으로 20kg 안팎을 소비하는 유럽에 비해 미미하다. 그러나 식품 소비 성향이 비슷한 일본이 2.4kg을 소비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치즈 시장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치즈의 국내 자급률은 10%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치즈용 원유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전담기구까지 설치해 육성한 결과 20%대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농촌체험관광과 관련해서는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관광농업 사업의 실패 경험을 되새겨봐야 한다. 관광농업은 사실상 농업의 기반 위에 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식당 위치를 농촌으로 옮겨놓는 것에 불과했다. 동물과 식물들은 시설의 20% 기준이라는 관광농원의 명색을 유지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무리하게 도시자본과 부채를 끌어들였고, 마침 외환위기가 닥쳐 외식 수요가 감소하자 줄줄이 도산하고 말았다.
정부 농업예산 삭감 바로잡길
둘째,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업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농외소득과 이전소득을 합친 것에 비해 농업소득이 적은 지경에까지 왔다. 농업소득이 보장돼야 농민이 농업을 생업으로 하고 농촌에 머물 수 있다. 농업소득이 보장돼 농민이 있어야 6차산업화를 주도할 수 있고, 6차산업화에 따르는 소득증가의 혜택도 입을 수 있다. 농민이 줄어들고 경제적으로 취약해 지면 6차산업화는 도시 비농민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농촌관광 농가숙박도 도시인이 거주하기에 농가주택이 적합해야 한다. 농업 체험, 농촌 스포츠를 할 수 있으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민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돼 있어야 한다. 농촌지역 숙박관광에서 농가민박 대신 펜션 등을 많이 이용하는 것은 그만큼 농가주택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재정수입 부족과 공기업 등 국가 채무 증가를 이유로 올해 농업예산, 특히 직불제 예산까지 줄인 것은 문제가 있다. 올해 예산 편성에서는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농가 자발적 경영능력 제고를
셋째, 정부 지원은 농가의 자발적 능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금 지원을 앞세우면 과거 농어촌구조개선사업 때처럼 과다한 시설 건립 등 낭비를 부추기기 쉽다. 먼저 지원조직을 통한 경영자문 등의 간접적 지원으로 농가가 스스로 경영능력을 키워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경영체 운영에 따르는 문제들을 농가와 지원조직이 지혜를 모아 해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필요한 재정과 융자 지원은 사업 추진실적에 따라 하는 것이 적절하다. 물론 농가 직접 지원이 아니라 체험관광 예약시 신용결제 시스템 등 3차산업화에 필요한 공동적인 인프라 구축은 정부에서 선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민박에서 유료조식제공을 막은 조치를 푸는 등 사업 규제는 완화하되, 품질규제를 강화해 도시소비자와 체험관광 이용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2013년08월 19일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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