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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농업 관련 세제개편의 성공조건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 작성일2020/03/05 15:58
    • 조회 492
    농업 관련 세제개편의 성공조건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국회 제출을 앞둔 ‘2013년 세법개정안’ 가운데 농업 관련 쟁점을 놓고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이해당사자인 농업계 사이의 견해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어 원만하고 합리적인 해법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1단계 협상이 마무리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최근 정부가 참여를 검토중인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대통령 선거공약 이행을 위한 ‘공약가계부’에 제시된 향후 5년간 농림분야에 할당된 5조2000억원의 세출절감방침 등 안팎의 대형악재가 잇따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농업계의 우려와 위기감이 높은 상황이다. 
    기재부가 8월 발표한 농업분야 세제개편안 가운데 최대 쟁점은 ▲고소득작물재배업 소득세 과세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요건 강화 ▲농수산물 의제매입 세액공제한도 설정이다.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고소득작물재배업 소득세 과세는 일정 수입금액(시행령에서 규정)을 초과하는 작물재배업(곡물 및 기타 식량작물 제외)을 사업소득의 범위에 포함해 2015년부터 과세한다는 것이다.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요건 강화는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이 연간 3700만원 이상인 기간을 양도소득세 감면요건인 8년에서 제외하는 강화된 기준을 2014년 양도분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농수산물 의제매입 세액공제한도 설정은 식자재 및 원료농산물 매입에 대한 세액공제를 매출액의 30%까지만 허용하는 내용의 한도를 도입하고 새로운 제도를 2014년 구입분부터 적용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소득발생에 따른 납세의무의 원칙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세제개편 과정에서는 일반적인 조세원칙의 특정분야 적용을 위한 전제조건을 충분히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작물재배업 분야의 소득세 과세에 앞서 자연재해·생산주기·소득발생시기와 같은 산업적 특성, 경영 및 소득자료의 정비와 소득신고를 위한 기장 관행의 정착 등 과세기술적 문제를 포함해 제도시행을 위한 여건 마련에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나아가 농가소득·경영안정을 위한 직불제 도입의 전제를 이루는 농가등록제의 내실화와 재배업 소득세 도입이 연계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요건을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 수준과 연계시킨다는 발상은 자작농 중심의 안정적인 영농주체를 육성해나간다는 농업구조개선 목적으로 운영되는 현행 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 수준을 자경 요건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도입한다는 논리는 기껏해야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수산물 의제매입 세액공제한도 30%의 획일적 설정은 식자재 및 원료농산물의 수입 의존을 한층 심화시키고, 국민식생활 안전과 국내산 농수산물의 시장확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안전성 우려가 높은 값싼 수입농산물의 범람으로부터 국내 농수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친환경적이며 건강한 먹거리산업을 지원·육성해야 할 정부의 책임에 비추어 국내산 식자재와 원료농산물 사용을 위축시킬 우려가 큰 제도 도입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심의 과정에서 농업 관련 세법개정안이 가진 이와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가 이루어짐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는 우리 농업과 중소규모 외식업 및 식품가공업의 활성화에 역행하는 일이 빚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은 2013년 9월25일 농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