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감독기구 만들자 | 최양부 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 작성일2020/03/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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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감독기구 만들자
| 최양부 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10월은 국정감사의 달이다. 그런데 국감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예년 같지 않다. 솔직히 해를 거듭할수록 국감이 정부에 대한 국회의 진중한 견제와 감사가 되지 못하고 여·야 간의 정쟁의 장이 되거나 겉핥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국감기간동안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정부와 산하 기관, 단체의 각종 비리를 들춰내고, 장관과 공기업 사장들, 민간단체나 기업의 장들을 호통치고 있다. 피감기관들은 숨죽이고 시간 가기만 기다린다. 그리고 국감이 끝나면 모든 것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다시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된다. 그래서 국감이 오히려 정부와 산하기관의 비리와 부정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국감을 계속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국감무용론이 나오고, 국감 대신 청문회제도를 활성화 해 상시감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감 무용지물 ‘비리불감증’ 만연
농정분야 국감도 예외가 아니다. 국감 단골메뉴는 단연 농협을 위시한 축협, 수협, 산림조합 등의 관행화된 각종 비리와 부정이다. 그 가운데서도 농협이 단연 으뜸이다. 농민조합원이 245만명이나 되고 준조합원이 그보다 6.5배가량 되는 1590만 명이 된다는 사실 말고도 전국의 시·군·구와 읍·면 지역에 1165개 (농협 967개, 축협 117개, 품목농협 45개, 품목축협 24개, 인삼협 12개)의 농협이 산재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농협은 농민적이고 국민적인 관심을 피해갈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농협을 상대로 벌이는 하루 국감은 한마디로 하나마나다. 매년 국감 때가 되면 지역조합과 중앙회의 부정과 비리가 쏟아져 나오지만 십수 년 째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농협의 각종 비리와 부정은 구조화되고 지능화 되고 있으며, 이제는 축협, 수협, 산림조합으로까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그래서 농협은 ‘비리백화점’이고 ‘비리의 온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때론 검찰수사가 이루어지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으로 근본적 치유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특혜만 누리게 할텐가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역의 농림축수협과 중앙회 임직원들의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척결의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리불감증의 만연이다. 이를 감시·감 독해야 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다. 농림축수협이 이렇듯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비리를 미연에 방지하고 척결하는 농림축수협 내부의 감사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어 있고, 정부 등 외부 감독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농림축수협에 3년 임기의 선출직 감사가 있기는 하지만 감사의 대부분이 조합을 감사할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그마저도 자주 바뀌고 있으며, 조합장이나 임직원들과 업무문제로 충돌이라도 있으면 임기도 채우지도 못하고 내 쫓기기도 한다. 조합감사가 조합장과 임직원에 대한 견제는 고사하고 오히려 그들의 눈치를 보는 들러리 기관이 되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중앙회에도 별도의 감사기구가 있지만 이 또한 중앙회장과 조합장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있다. 감사반이 나오면 조합장이 중앙회장에 전화를 걸어 감사반을 철수시키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조합장과 이·감사선거가 돈 선거가 된지도 오래되었다. 조합의 회원지원이나 환원사업은 조합장의 연임을 돕는 선거활동이나 다름없다. 중앙회장은 연간 8조원에 달하는 무(저)이자지원자금을 통치자금으로 활용, 지역농협을 통제하는 제왕적 회장이 되었다.
농협개혁을 위해 수차례의 농협법 개정이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고, 농협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으로 개혁은 왜곡되어왔다. 법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농협이 제재를 받는 일도 없다. 협동조합에 만연된 비민주적이고 반협동조합적인 행태를 감독하고 시정하는 감사기능은 무너졌고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국정감사도 말뿐이다. 농림축수협과 정부, 그리고 국회는 먹이사슬로 얽힌 ‘철의 3각 동맹’을 맺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감시해야 할 국내의 거의 모든 주요언론기관들 마저 그동안 농협 돈을 받고 농협을 위한 기사를 써주어 왔다는 최근 보도는 한마디로 충격이다. 이런 현실에서 입으로만 떠드는 농협개혁은 한마디로 가짜고 위선일 뿐이다.
농림축수협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고, 협동조합을 바로 세우는 일을 더 이상 협동조합 자체에만 맡겨놓을 수 없고, 정부와 국회도 믿을 수도 없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이후 지난 7월말까지 2300여개의 협동조합이 우후죽순처럼 새로 생겨났다. 그야말로 협동조합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특단의 국가적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기업이나 신용기관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감시감독하고 바로잡는 국가적인 감독기구인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과 같이 협동조합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위반하는 나쁜 협동조합을 감시하고 강력한 사법적 권한을 가지고 강제력 있는 조사와 이행강제, 처벌 등을 할 수 있는 “협동조합감독원” 또는 “바른협동조합위원회”와 같은 제3의 국가적 협동조합 감독기구 설립이 절실하다.
입으로 떠드는 농협개혁은 가짜
정부수립이후 지금까지 국민혈세에 의한 국가적 특혜지원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의 농협, 축협, 수협, 산림조합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 농림축수산 협동조합은 민간단체일 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가진 국가적 공익단체라고 보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런데도 농림축수산 협동조합들이 정부지원과 조세감면 등 각종특혜를 누리면서 민간단체임을 앞세워 정부감독에 반대하고, 공적책임보다 집단이기주의와 도덕불감증에 빠져 조합원을 상대로 돈 장사를 하고 임직원을 위해서는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은 조합원 농어민에게는 물론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중대한 범죄행위다. 농림축수산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바로 잡고, 원칙을 바로 세우고, 각종비리를 척결하고, 잘못된 관행을 혁신하는 일이 한시가 급하다. 박근혜 정부와 국회의 농림축수협 개혁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촉구한다.
이 글은 2013년 10월28일 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최양부 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10월은 국정감사의 달이다. 그런데 국감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예년 같지 않다. 솔직히 해를 거듭할수록 국감이 정부에 대한 국회의 진중한 견제와 감사가 되지 못하고 여·야 간의 정쟁의 장이 되거나 겉핥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국감기간동안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정부와 산하 기관, 단체의 각종 비리를 들춰내고, 장관과 공기업 사장들, 민간단체나 기업의 장들을 호통치고 있다. 피감기관들은 숨죽이고 시간 가기만 기다린다. 그리고 국감이 끝나면 모든 것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다시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된다. 그래서 국감이 오히려 정부와 산하기관의 비리와 부정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국감을 계속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국감무용론이 나오고, 국감 대신 청문회제도를 활성화 해 상시감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감 무용지물 ‘비리불감증’ 만연
농정분야 국감도 예외가 아니다. 국감 단골메뉴는 단연 농협을 위시한 축협, 수협, 산림조합 등의 관행화된 각종 비리와 부정이다. 그 가운데서도 농협이 단연 으뜸이다. 농민조합원이 245만명이나 되고 준조합원이 그보다 6.5배가량 되는 1590만 명이 된다는 사실 말고도 전국의 시·군·구와 읍·면 지역에 1165개 (농협 967개, 축협 117개, 품목농협 45개, 품목축협 24개, 인삼협 12개)의 농협이 산재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농협은 농민적이고 국민적인 관심을 피해갈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농협을 상대로 벌이는 하루 국감은 한마디로 하나마나다. 매년 국감 때가 되면 지역조합과 중앙회의 부정과 비리가 쏟아져 나오지만 십수 년 째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농협의 각종 비리와 부정은 구조화되고 지능화 되고 있으며, 이제는 축협, 수협, 산림조합으로까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그래서 농협은 ‘비리백화점’이고 ‘비리의 온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때론 검찰수사가 이루어지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으로 근본적 치유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특혜만 누리게 할텐가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역의 농림축수협과 중앙회 임직원들의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척결의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리불감증의 만연이다. 이를 감시·감 독해야 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다. 농림축수협이 이렇듯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비리를 미연에 방지하고 척결하는 농림축수협 내부의 감사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어 있고, 정부 등 외부 감독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농림축수협에 3년 임기의 선출직 감사가 있기는 하지만 감사의 대부분이 조합을 감사할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그마저도 자주 바뀌고 있으며, 조합장이나 임직원들과 업무문제로 충돌이라도 있으면 임기도 채우지도 못하고 내 쫓기기도 한다. 조합감사가 조합장과 임직원에 대한 견제는 고사하고 오히려 그들의 눈치를 보는 들러리 기관이 되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중앙회에도 별도의 감사기구가 있지만 이 또한 중앙회장과 조합장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있다. 감사반이 나오면 조합장이 중앙회장에 전화를 걸어 감사반을 철수시키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조합장과 이·감사선거가 돈 선거가 된지도 오래되었다. 조합의 회원지원이나 환원사업은 조합장의 연임을 돕는 선거활동이나 다름없다. 중앙회장은 연간 8조원에 달하는 무(저)이자지원자금을 통치자금으로 활용, 지역농협을 통제하는 제왕적 회장이 되었다.
농협개혁을 위해 수차례의 농협법 개정이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고, 농협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으로 개혁은 왜곡되어왔다. 법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농협이 제재를 받는 일도 없다. 협동조합에 만연된 비민주적이고 반협동조합적인 행태를 감독하고 시정하는 감사기능은 무너졌고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국정감사도 말뿐이다. 농림축수협과 정부, 그리고 국회는 먹이사슬로 얽힌 ‘철의 3각 동맹’을 맺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감시해야 할 국내의 거의 모든 주요언론기관들 마저 그동안 농협 돈을 받고 농협을 위한 기사를 써주어 왔다는 최근 보도는 한마디로 충격이다. 이런 현실에서 입으로만 떠드는 농협개혁은 한마디로 가짜고 위선일 뿐이다.
농림축수협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고, 협동조합을 바로 세우는 일을 더 이상 협동조합 자체에만 맡겨놓을 수 없고, 정부와 국회도 믿을 수도 없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이후 지난 7월말까지 2300여개의 협동조합이 우후죽순처럼 새로 생겨났다. 그야말로 협동조합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특단의 국가적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기업이나 신용기관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감시감독하고 바로잡는 국가적인 감독기구인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과 같이 협동조합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위반하는 나쁜 협동조합을 감시하고 강력한 사법적 권한을 가지고 강제력 있는 조사와 이행강제, 처벌 등을 할 수 있는 “협동조합감독원” 또는 “바른협동조합위원회”와 같은 제3의 국가적 협동조합 감독기구 설립이 절실하다.
입으로 떠드는 농협개혁은 가짜
정부수립이후 지금까지 국민혈세에 의한 국가적 특혜지원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의 농협, 축협, 수협, 산림조합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 농림축수산 협동조합은 민간단체일 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가진 국가적 공익단체라고 보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런데도 농림축수산 협동조합들이 정부지원과 조세감면 등 각종특혜를 누리면서 민간단체임을 앞세워 정부감독에 반대하고, 공적책임보다 집단이기주의와 도덕불감증에 빠져 조합원을 상대로 돈 장사를 하고 임직원을 위해서는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은 조합원 농어민에게는 물론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중대한 범죄행위다. 농림축수산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바로 잡고, 원칙을 바로 세우고, 각종비리를 척결하고, 잘못된 관행을 혁신하는 일이 한시가 급하다. 박근혜 정부와 국회의 농림축수협 개혁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촉구한다.
이 글은 2013년 10월28일 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