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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3차 산업혁명과 농업의 6차 산업화 |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 작성일2020/03/05 16:11
    • 조회 502
    3차 산업혁명과 농업의 6차 산업화
    |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이란 책에서 2차 산업혁명으로 형성된 석유에너지 시스템이 새로운 재생가능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될 것임을 예고했다. 석유에너지 발굴·공급에 막대한 초기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거대 에너지 권력이 탄생했다. 이는 정치·금융·통신·교육 분야와 결탁해 소수 집중형 수직적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넓게 분산된 곳에서 소규모로 재생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에너지뿐만 아니라 분산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게 되면서, 현재의 수직적 자본주의는 분산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힘에 점점 자리를 내줄 것으로 리프킨은 전망했다. 

    그의 지적을 우리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미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의 지혜가 더해진 위키피디아 백과사전(분산형 에너지)의 어휘 수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수직적 에너지)의 30배를 넘는다는 사실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리프킨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으로 협업과 소통을 꼽았다. 다행히 지금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지구촌 단위로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시스템이 생겨났다. 문제는 협업이다. 더불어 협력하는 것은 매우 이상적이지만, 이기주의자인 인간이 다른 사람과 협력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충분한 이해와 양보, 경우에 따라 손해와 희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협동을 원활히 하려면 교육·계몽·훈련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어릴 때부터 보고 배워야 한다. 한국사람은 협동이 잘 안된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말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실행했던 계(契)·품앗이·두레는 협동의 문화다. 우리에게는 협동의 강력한 유전자(DNA)가 있다. 이를 되살려야 한다.

    3차 산업혁명의 이념과 시스템은 농업의 6차 산업화가 지향하는 바와 아주 잘 조화를 이룬다. 지역에 분산된 부존자원을 발굴해 소규모이지만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스스로 가공하고 판매해 부가가치를 올리고, 경우에 따라 체험관광도 가미하여,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는 농촌공동체를 만들고 활성화하는 것이 6차 산업화의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농촌에 산재한 직판장이나 꾸러미 사업장은 소규모 고령농들이 주축을 이루지만, 농가들의 협동과 도시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농촌의 모습을 변모시키고 있다. 우리 농업은 외국의 거대 수출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 현실에서 미국이나 호주와 겨룰 수 있는 규모확대가 가능한가? 중국 농산물과 가격경쟁을 할 만큼 생산비 절감이 가능한가?

    각 지역에 분산된 건강한 소규모 가족농들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소량이지만 차별화된 농산물을 생산·가공한 후 직판장과 같은 유망시장인 블루오션에서 판매하는 6차 산업화가 정착된다면 한국 농업은 강력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갖게 될 것이다. 분산되고 협업적인 농업시스템 속에서 생산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공유하면,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사례와 같이 몇 개의 대규모 기업형 농장보다 훨씬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이제 이를 위해 우리의 강점인 소통과 협동의 불씨를 살려낼 때다.

    무엇보다도 6차 산업화 참가자들의 역량 강화와 전문가 육성을 위해 교육과 훈련 시스템이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확립돼야 한다. 이때 가공기술·마케팅기법 못지않게 협동·소통·배려를 위한 정신적 소양이 강화돼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프로그램을 주관하더라도 다른 부처와 긴밀하게 협조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2013년 12월27일 농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