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농업파괴무역 이득금’ 뿐이겠는가 | 전희식 농부. ‘아름다운 후퇴’ 저자
- 작성일2020/03/0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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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농업파괴무역 이득금’ 뿐이겠는가
| 전희식 농부. ‘아름다운 후퇴’ 저자
이른바 ‘무역이득공유제’ 논의가 뜨겁다. 농촌지역의 자치단체장 후보자는 기자회견과 서명까지 하면서 이를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누군가가 이익을 본다면 그 이익금은 피해 당사자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정의라는 게 다른 게 아니다. 이게 정의다.
농업희생 무덤 위에 꽃피는 FTA
정의실현을 목표로 하는 법도 그래야 하고 균형발전과 동반성장을 내세우는 정부의 정책도 그래야 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회를 선두로 농민단체들이 서명운동까지 벌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피해를 보고도 가만히 있다면 멍청이라 불릴 것이다.
엊그제 보도를 보면 이런 논의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 보도다. 많은 기업들이 쓰러지고 팔려나가고 하는데 어찌하여 삼성은 허구한 날 순이익만 내는가? 의문을 품음직하다. 순이익도 냈다하면 보통 순이익이 아니다. 재작년 농림수산식품부 총예산의 두 배에 이르는 30조원이나 된다니 하는 말이다.
삼성전자의 하루가 240시간인 것도 아니고 그들의 능력이 일반인의 두 배가 되는 것도 아닐 터인데 임원들은 어떻게 수백억 수십억의 연봉을 받아 챙기는 것이 가능한가. 열역학 제1법칙을 떠 올려보면 된다. 사기를 치거나 누군가의 희생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누구의 희생일까? 노동자다. 그리고 농민이다. 온갖 합법과 편법과 불법을 총 동원하여 그들에게 가야 할 몫을 가로챘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하나가 자유무역협정이다. 자유. 멋진 말이다. 무역, 협정. 다 좋다.
그러나 이 자유무역협정(에프티에이 FTA)의 실상은 농업을 파괴하고 희생하는 무덤위에서 전자, 통신기기, 자동차, 컴퓨터, 석유화학이 꽃놀이 판을 벌이는 것인데 농민들에게는 비정하기 짝이 없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위험한 놀이다. 삼성전자 등만 살판나는 일이다. 반도체가 휴대폰에만 들어가는 줄 아는데 자동차와 화학 산업에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득산업이 기금 조성 주체돼야
그래서 ‘무역이득금 공유제’라는 말부터 바꿨으면 한다. 표현이 너무 흐리멍텅하다. ‘농업파괴무역 부당이득금 환수제’가 어떨까 싶다. 수혜와 피해의 주체가 명확해야 하고 정책시행의 목적성이 드러나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역이득금 공유제’는 얼핏 듣기에 농민들이 남의 밥상에 숟가락 올리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농민들도 수출해서 번 돈은 ‘무역이득금’이 되니 말이다.
이뿐 아니다. 약칭 ‘자유무역협정 농업인 지원법’에서도 14조에 있는 ‘기금의 조성’ 책임주체에 ‘농업파괴 무역 이득산업’을 넣어야 할 것이다. 현재는 정부 출연금과 그 외의 기부금 등으로 기금을 만든다고 되어 있는데 부당한 이득은 농업파괴 무역산업에서 얻는데 책임은 국민세금으로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남의 땅을 빌려 써도 임대료를 내고 고층으로 집을 지어 옆집에 그림자만 드리워도 일조권과 조망권 피해구제를 하는데 하물며 전 국민의 밥상을 뒤흔드는 농업파괴-무역이득 업체들에게 농업인 지원의 기금 조성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래야 이들이 관계 요로에 자유무역협정 촉진 로비에 함부로 나서지 않을 터이다.
특별한 제안을 하려고 한다.
농자재와 농기계산업에도 이익공유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농업생산에서 날로 비중이 커지는 것이 농자재와 농기계다. 노동력과 날씨보다 농자재와 농기계의 몫이 해마다 커져가고 있다. 이 얘기는 이들 산업은 농업 덕에 돈을 번다는 것이다. 농업에 쏟아지는 예산의 상당액이 이들 산업으로 흘러들어간다. 흉년이 들어 농가가 망하건, 풍년이 들어 농산물 값이 폭락하건 이들 업체들은 농협을 통해 자기 물건 값을 돈으로 다 받는다. 농민 덕에 먹고 사는 업체가 농민이 망해도 끄떡없다는 것은 매우 부도덕한 일이다. 부정의다.
농관련산업·기관도 이익 공유를
한 발 더 나아가 농업관련 공무원과 농업관련 연구소에도 이익 공유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얼핏 들으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못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 그 정도의 결의를 해야 농업을 살리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농민들은 망하는데 농협 망했다는 소식 들은 적 없고, 농업진흥청이나 농업기술센터 공무원 월급이 체불되고 있다는 소리 들어보지 못했다.
허구한 날 포럼이다. 정책토론이다. 또는 무슨 전망이다 하면서 중복되는 이름들의 센터와 연구원들이 비 온 뒤 잡초처럼 나서서 농업예산을 써 대고 있는 모습은 보기 안타깝다.
이 글은 2014년 4월 17일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전희식 농부. ‘아름다운 후퇴’ 저자
이른바 ‘무역이득공유제’ 논의가 뜨겁다. 농촌지역의 자치단체장 후보자는 기자회견과 서명까지 하면서 이를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누군가가 이익을 본다면 그 이익금은 피해 당사자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정의라는 게 다른 게 아니다. 이게 정의다.
농업희생 무덤 위에 꽃피는 FTA
정의실현을 목표로 하는 법도 그래야 하고 균형발전과 동반성장을 내세우는 정부의 정책도 그래야 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회를 선두로 농민단체들이 서명운동까지 벌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피해를 보고도 가만히 있다면 멍청이라 불릴 것이다.
엊그제 보도를 보면 이런 논의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 보도다. 많은 기업들이 쓰러지고 팔려나가고 하는데 어찌하여 삼성은 허구한 날 순이익만 내는가? 의문을 품음직하다. 순이익도 냈다하면 보통 순이익이 아니다. 재작년 농림수산식품부 총예산의 두 배에 이르는 30조원이나 된다니 하는 말이다.
삼성전자의 하루가 240시간인 것도 아니고 그들의 능력이 일반인의 두 배가 되는 것도 아닐 터인데 임원들은 어떻게 수백억 수십억의 연봉을 받아 챙기는 것이 가능한가. 열역학 제1법칙을 떠 올려보면 된다. 사기를 치거나 누군가의 희생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누구의 희생일까? 노동자다. 그리고 농민이다. 온갖 합법과 편법과 불법을 총 동원하여 그들에게 가야 할 몫을 가로챘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하나가 자유무역협정이다. 자유. 멋진 말이다. 무역, 협정. 다 좋다.
그러나 이 자유무역협정(에프티에이 FTA)의 실상은 농업을 파괴하고 희생하는 무덤위에서 전자, 통신기기, 자동차, 컴퓨터, 석유화학이 꽃놀이 판을 벌이는 것인데 농민들에게는 비정하기 짝이 없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위험한 놀이다. 삼성전자 등만 살판나는 일이다. 반도체가 휴대폰에만 들어가는 줄 아는데 자동차와 화학 산업에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득산업이 기금 조성 주체돼야
그래서 ‘무역이득금 공유제’라는 말부터 바꿨으면 한다. 표현이 너무 흐리멍텅하다. ‘농업파괴무역 부당이득금 환수제’가 어떨까 싶다. 수혜와 피해의 주체가 명확해야 하고 정책시행의 목적성이 드러나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역이득금 공유제’는 얼핏 듣기에 농민들이 남의 밥상에 숟가락 올리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농민들도 수출해서 번 돈은 ‘무역이득금’이 되니 말이다.
이뿐 아니다. 약칭 ‘자유무역협정 농업인 지원법’에서도 14조에 있는 ‘기금의 조성’ 책임주체에 ‘농업파괴 무역 이득산업’을 넣어야 할 것이다. 현재는 정부 출연금과 그 외의 기부금 등으로 기금을 만든다고 되어 있는데 부당한 이득은 농업파괴 무역산업에서 얻는데 책임은 국민세금으로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남의 땅을 빌려 써도 임대료를 내고 고층으로 집을 지어 옆집에 그림자만 드리워도 일조권과 조망권 피해구제를 하는데 하물며 전 국민의 밥상을 뒤흔드는 농업파괴-무역이득 업체들에게 농업인 지원의 기금 조성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래야 이들이 관계 요로에 자유무역협정 촉진 로비에 함부로 나서지 않을 터이다.
특별한 제안을 하려고 한다.
농자재와 농기계산업에도 이익공유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농업생산에서 날로 비중이 커지는 것이 농자재와 농기계다. 노동력과 날씨보다 농자재와 농기계의 몫이 해마다 커져가고 있다. 이 얘기는 이들 산업은 농업 덕에 돈을 번다는 것이다. 농업에 쏟아지는 예산의 상당액이 이들 산업으로 흘러들어간다. 흉년이 들어 농가가 망하건, 풍년이 들어 농산물 값이 폭락하건 이들 업체들은 농협을 통해 자기 물건 값을 돈으로 다 받는다. 농민 덕에 먹고 사는 업체가 농민이 망해도 끄떡없다는 것은 매우 부도덕한 일이다. 부정의다.
농관련산업·기관도 이익 공유를
한 발 더 나아가 농업관련 공무원과 농업관련 연구소에도 이익 공유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얼핏 들으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못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 그 정도의 결의를 해야 농업을 살리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농민들은 망하는데 농협 망했다는 소식 들은 적 없고, 농업진흥청이나 농업기술센터 공무원 월급이 체불되고 있다는 소리 들어보지 못했다.
허구한 날 포럼이다. 정책토론이다. 또는 무슨 전망이다 하면서 중복되는 이름들의 센터와 연구원들이 비 온 뒤 잡초처럼 나서서 농업예산을 써 대고 있는 모습은 보기 안타깝다.
이 글은 2014년 4월 17일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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