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의 선거론과 지방자치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전 농림부 장관
- 작성일2020/03/05 16:33
- 조회 575
함석헌 선생의 선거론과 지방자치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전 농림부 장관
선거철만 오면, 지금은 유명을 달리하신 우리 겨레의 영원한 진리와 정의의 화신이신 함석헌 선생님을 떠 올린다. 청년 학도였던 불초에게 선생께서 직접 들려주신 민주사회의 선거론(투표행위론)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정치후보자들이 소위 ‘민나 도로보데쓰(모두 도둑님들이다)’라는데 어느 놈, 어느 당 후보를 찍어야 합니까?” 혈기방장한 나의 우문에 대하여 선생님께서는 친절하고 차분하게 대답해 주셨다. “후보들을 쭉 늘어놓고 보면, 아주 나쁜 놈(당), 그냥 나쁜 놈(당), 비교적 덜 나쁜 놈(당), 좀 괜찮거나 좋은 놈(당) 4분류 중 하나일 것이네. 그런데 모두 도둑놈(당)들이라면, 좋은 놈(당)은 없다는 말이니까, 그럼 나머지 셋 중에서 덜 나쁜 놈(당)을 뽑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야 다음 선거에선 최소한 덜 나쁘려고 서로 노력하다 보면 차츰 괜찮은 사람이 뽑히는 사회가 될 것이라 믿네. 혹시 ‘다 나쁜 놈들이니까, 이왕이면 나하고 가깝거나 나에게 잘 해주는 놈(당) 후보를 찍는다면, 그 후 당선된 그 놈은 실컷 나쁜 짓을 하다가 다음 선거에서도 또 자금살포, 권력 유착, 선거부정, 거짓홍보만 해댈 것이네. 그러한 사회는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다네. 즉 민도(백성들의 수준)가 그 사회의 민주주의와 선거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말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세.” 이는 주로 중앙단위의 대선과 총선의 선거행위를 두고 선생께서 하신 말씀이셨다.
그러나 이른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는 지방자치(정치가 아니라 자치!)의 살림꾼과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차원이 다르다. 선진국 사회에선 기초자치단체 대표들을 선출함에 있어서 정당의 효용성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당 공천제라는 명분으로 해당지역 출신의 국회의원에 의한 추천제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자치선거에 중앙당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치를 정치로 오염시키는 행위나 다름없다. 왜 우리 동네, 우리 고을의 일꾼을 뽑는데 중앙당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가! 중앙의 정치인들이 지방의 자치 선거에 끼어들려 할 경우, 지방 주민들은 요즘 우리나라 정계에서 새로 유행하는 “너나 잘해!” 라고 고함을 질러야 한다.
농업이 중요한 지역에선 농민대표를, 그 중에서도 덜 나쁜 놈을 뽑아야 그 지역의 농업, 농촌, 농민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고, 비농업 산업지역인 경우엔 산업 역군, 그 중에서도 덜 나쁜 놈을 골라 뽑아야 자치가 산다. 왜 지방자치 선거에 토건세력, 부동산 투기꾼들이 뛰어드는가? 왜 돈 놓고 돈 따 먹는 재력가 토호세력이 꼭 뽑혀야 하는가? 직업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경제·사회·문화·교육 발전에 평소 별로 기여하지도 않는, 단순히 돈을 잘 버는 전문 직종 인사들이 지방자치 선거에까지 기웃거린다는 것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아무튼, 수상한 자치꾼 입후보자들을 잘 선별하고 잘 선택해야 지방자치가 문자 그대로, 지역주민의 권익증대와 소득 및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지속가능한 공동체 사회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 이 글은 지역재단 소식지 <지역리더> 38호에 실린 글입니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전 농림부 장관
선거철만 오면, 지금은 유명을 달리하신 우리 겨레의 영원한 진리와 정의의 화신이신 함석헌 선생님을 떠 올린다. 청년 학도였던 불초에게 선생께서 직접 들려주신 민주사회의 선거론(투표행위론)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정치후보자들이 소위 ‘민나 도로보데쓰(모두 도둑님들이다)’라는데 어느 놈, 어느 당 후보를 찍어야 합니까?” 혈기방장한 나의 우문에 대하여 선생님께서는 친절하고 차분하게 대답해 주셨다. “후보들을 쭉 늘어놓고 보면, 아주 나쁜 놈(당), 그냥 나쁜 놈(당), 비교적 덜 나쁜 놈(당), 좀 괜찮거나 좋은 놈(당) 4분류 중 하나일 것이네. 그런데 모두 도둑놈(당)들이라면, 좋은 놈(당)은 없다는 말이니까, 그럼 나머지 셋 중에서 덜 나쁜 놈(당)을 뽑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야 다음 선거에선 최소한 덜 나쁘려고 서로 노력하다 보면 차츰 괜찮은 사람이 뽑히는 사회가 될 것이라 믿네. 혹시 ‘다 나쁜 놈들이니까, 이왕이면 나하고 가깝거나 나에게 잘 해주는 놈(당) 후보를 찍는다면, 그 후 당선된 그 놈은 실컷 나쁜 짓을 하다가 다음 선거에서도 또 자금살포, 권력 유착, 선거부정, 거짓홍보만 해댈 것이네. 그러한 사회는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다네. 즉 민도(백성들의 수준)가 그 사회의 민주주의와 선거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말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세.” 이는 주로 중앙단위의 대선과 총선의 선거행위를 두고 선생께서 하신 말씀이셨다.
그러나 이른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는 지방자치(정치가 아니라 자치!)의 살림꾼과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차원이 다르다. 선진국 사회에선 기초자치단체 대표들을 선출함에 있어서 정당의 효용성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당 공천제라는 명분으로 해당지역 출신의 국회의원에 의한 추천제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자치선거에 중앙당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치를 정치로 오염시키는 행위나 다름없다. 왜 우리 동네, 우리 고을의 일꾼을 뽑는데 중앙당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가! 중앙의 정치인들이 지방의 자치 선거에 끼어들려 할 경우, 지방 주민들은 요즘 우리나라 정계에서 새로 유행하는 “너나 잘해!” 라고 고함을 질러야 한다.
농업이 중요한 지역에선 농민대표를, 그 중에서도 덜 나쁜 놈을 뽑아야 그 지역의 농업, 농촌, 농민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고, 비농업 산업지역인 경우엔 산업 역군, 그 중에서도 덜 나쁜 놈을 골라 뽑아야 자치가 산다. 왜 지방자치 선거에 토건세력, 부동산 투기꾼들이 뛰어드는가? 왜 돈 놓고 돈 따 먹는 재력가 토호세력이 꼭 뽑혀야 하는가? 직업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경제·사회·문화·교육 발전에 평소 별로 기여하지도 않는, 단순히 돈을 잘 버는 전문 직종 인사들이 지방자치 선거에까지 기웃거린다는 것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아무튼, 수상한 자치꾼 입후보자들을 잘 선별하고 잘 선택해야 지방자치가 문자 그대로, 지역주민의 권익증대와 소득 및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지속가능한 공동체 사회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 이 글은 지역재단 소식지 <지역리더> 3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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