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OP

재단칼럼

    친환경농업 침체 극복, 생협이 대안이다 |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 작성일2020/03/05 16:47
    • 조회 569
    친환경농업 침체 극복, 생협이 대안이다
    |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안타깝게도 최근 친환경농업의 성장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은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16% 감소하고, 2012년 대비 2013년의 감소율은 약 20%에 달한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연대하는 생협조직의 친환경농산물 유통규모는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생협조직의 친환경농산물 유통규모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15% 증가하고, 2012년 대비 2013년의 증가율은 무려 24% 수준에 달한다. 올해도 이런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의 ‘친환경농산물 유통·소비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농산물 유통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하고, 이 중 생협조직의 비중이 1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협운동이 시작단계를 지나 확대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국내 친환경농산물 유통규모에서 생협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친환경농업에서는 생협조직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생협 친환경농산물 유통 성장세

    그렇다면 생협조직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길래 전체 친환경농산물 생산·소비의 저조 현상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생협조직의 친환경농산물 생산·소비 특성을 통해 친환경농업의 성장활력 저하 국면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협조직에 농민장터, 전자상거래, 꾸러미사업, 로컬푸드판매장 등의 직거래단체를 포함하면 전체 친환경농산물 유통규모의 34.5%를 차지한다. 현실적으로 친환경농산물은 시장유통에 의존하는 생산자 위주의 전통적인 유통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연대하는 시장외유통 방식이 정책적 실효성이 있지 않을까? 후자가 전자보다 우선되어야 하고, 후자의 성과와 경험을 토대로 전자를 확대해가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친환경농업의 침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조직화를 토대로 하는 생협조직의 육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 될 것이다.

    생산자·소비자 ‘참여·연대’ 토대로

    생협운동은 단순히 값싸고 좋은 것만을 바라는 소비자 권익 우선의 전통적인 소비자운동과 농촌희생·농업피해에 저항하는 농민 권익 중심의 전통적인 농민운동을 넘어서고 있다. 생협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나몰라라 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연대·협력하는 새로운 차원의 협동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협조직은 생산약정을 통해 생산자가 책임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소비자가 전량 소비하는 신뢰의 관계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생협조직이 친환경농산물의 유통경로 단축과 유통비용 절감이라는 경제적 의미를 넘어 직거래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켰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런 점에서 생협조직은 그만큼 사회적 대항력과 공공적 가치를 지닌다.
    생협조직은 친환경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가격, 품질, 안전 등의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시장유통에서 평가되지 않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성 가치를 중시한다. 재생산 가능한 안정된 가격으로 거래함으로써 생산자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있다. 아울러 시장출하를 위한 불편한 생산자의 수고와 불필요한 중간유통비용을 줄임으로써 소비자에게도 적정 가격 수준에서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생산자가 재배관리 노력과 생산현장 정보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생산현장 체험활동과 일손돕기 등 다양한 도농교류활동을 전개하는 것도 보다 넓고 깊은 관계를 형성시키고 있다. 소비자도 생산 과정이나 사정에 따른 요리법이나 보존법을 고안해내는 등 생산과 소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드는 생활혁명을 추구하고 있다.

    경제성·관계성 가치 함께 중시

    앞서 말했듯이 생협조직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친환경농산물을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물론 유통비용 절감과 가격 및 품질 안정이라는 경제적 합리성도 실현되고 있다. 이것만 중시한다면 생산현장 방문이나 도농교류활동, 생산계획·생육상황·가격결정에 관여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 된다. 또 밥상 앞에서 생산현장과 생산자를 떠올리고 기후·풍토를 생각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가 된다. 하지만 생협조직에서는 생산과 소비의 두터운 관계 속에서 생산과정에 포함된 풍부한 의미와 내용, 생산자와의 관계까지도 소비하고 있어 더욱 충실한 관계성의 세계가 형성되고 있다.
    오늘날 다양한 먹을거리는 저비용으로 생산 가능한 국내외 생산지에서 조달되고 있으며, 또 공업적으로 생산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먹을거리가 다량 유통되고 있다. 이런 먹을거리의 상품화와 세계화가 우리의 먹을거리 세계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독일의 철학자 하바머스는 시장경제시스템과 국가행정시스템이 지배하는 ‘식생활세계의 식민지화’라고 표현했다. 또 일본의 동물학자 오바라 히데오는 인간이 자기자신을 극도의 인공환경 속에서 자동적으로 먹을거리를 공급받으면서 살아가는 가축의 상태로 몰아넣은 의식과 행동을 ‘자기 가축화’라고 표현했다.
    생협조직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연대하면서 이러한 ‘식생활세계의 식민지화’와 ‘자기 가축화’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즉 대량으로 생산된 먹을거리가 빠르게, 값싸게, 편리하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일방통행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상호 간에 얼굴과 얼굴이 보이는 관계를 형성하면서 의식적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활동을 추진한다. 생협운동은 친환경농업의 성장활력 저하 상황을 극복하고 친환경농업에 의한 국내농업 회생을 도모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정부는 생협조직을 적극 육성하고 생협조직의 특성과 경험을 타 유통조직에도 전파해가는 친환경농업 정책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 글은 2014년 7월 9일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첨부파일1 조완형.jpg (용량 : 26.6K / 다운로드수 : 132)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