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농업, 공황에 빠진 농민들 | 윤병선 건국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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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농업, 공황에 빠진 농민들
| 윤병선 건국대 교수
한국 사회가 봄부터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참사’와 ‘참극’에 휩싸여 있는 사이에 한국의 농업·농촌은 끝없는 추락의 길로 가고 있다. 도시민들조차 농민을 걱정할 정도로 농산물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농산물 가격폭락 ‘손 놓은 정부’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하는 주요 농축산물의 가격동향(7월 8일 소비자가격 기준)을 보면, 25개 품목 중에서 작년에 수확한 과일(사과, 배)이나 쇠고기, 돼지고기, 계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 구체적으로는 풋고추를 제외한 모든 품목의 가격이 평년과 대비해 볼 때 하락했다. 그나마 상추나 양배추의 시세가 작년보다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감자, 배추, 무, 대파, 양파, 시금치, 토마토, 참외, 수박, 깐마늘, 건고추, 고춧가루, 당근, 오이, 호박, 닭고기 등 이 모든 농산물들이 작년은 물론 평년과 비교했을 때도 가격이 폭락했다. 양파의 경우는 35% 가까이 폭락했다. 쌀값도 20kg기준으로 4만5000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농민들은 공황상태이고, 농촌사회 붕괴 직전이다.
본질 피해가는 비겁한 농정 그만
그런데, 이상하다. 예전 같았으면 매스컴 여기저기서 농산물 가격폭락 사실이 대서특필되고, 농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그 흔한 캠페인이 펼쳐질 만도 하건만 너무나 조용하다. 그야말로 사회의 이목을 사로잡을 대형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농림축산식품부라도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할 텐데 너무나 조용하다. 대책 이야기가 나오면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농식품부는 무엇을 했냐는 꾸중을 들을까 우려해서 그리하는지 모르겠지만, 큰 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든 슬기롭게 대처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소나기 피하듯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이 정부 특유의 무대응 전략이 여기서도 펼쳐지고 있다는 해석이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대신 협상종결을 서두르고 있는 한·중 FTA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시진핑 일행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산 김치의 중국 수출국이 열렸다는 내용은 여러 신문에 보도됐다. 중국산 김치가 연간 20만톤 이상 수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에 연간 100여톤에 불과했던 한국산 김치의 수출길이 열렸다면서 협상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많은 국내 김치제조업체들은 이미 중국에 공장을 세워 김치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내세울 것이 없었으면 이것을 내세웠을까 싶다. 문제는 한국산 김치의 중국수출이 거꾸로 중국산 김치가 한국으로 밀물처럼 들어오는 것의 전주라는 사실이다. 이른바 농산물 수출국들이 흔히 사용하는 무기인 상호대등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수입국에서 자국민에게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뜨거운 현안이 되고 있는 쌀 관세화 문제도 수출촉진과 연결해 호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쌀 시장의 관세화가 결정되면 적극적으로 중국 등으로 쌀 수출을 추진할 의지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 쌀을 수출할 수 있는데, 관세화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라는 커다란 시장을 우리가 놓치고 있다는 억지까지 등장한 것이다. 관세화가 한국 농업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지만, 정부는 현상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세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실제로 불가능한 것인지 노력은커녕 시도도 하지 않고 벌써부터 관세화가 되면 쌀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나팔을 먼저 불고 있다. 우리보다 경제적 수준이 낮다고 하는 필리핀조차도 협상을 통해서 자국의 이익을 실현해 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관세화라는 카드만을 고수하면서, 그것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패를 다 보여주면서 하는 협상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바닥 치닫는 농민 어루만져주길
지금처럼 무대책으로 일관한다면 우리의 농촌의 참극을 피할 방도가 없다. 여론을 호도하면서 본질을 피해가는 비겁한 농정은 중단돼야 한다. 바닥 치는 농산물 가격보다 더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글은 2014.07.15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윤병선 건국대 교수
한국 사회가 봄부터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참사’와 ‘참극’에 휩싸여 있는 사이에 한국의 농업·농촌은 끝없는 추락의 길로 가고 있다. 도시민들조차 농민을 걱정할 정도로 농산물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농산물 가격폭락 ‘손 놓은 정부’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하는 주요 농축산물의 가격동향(7월 8일 소비자가격 기준)을 보면, 25개 품목 중에서 작년에 수확한 과일(사과, 배)이나 쇠고기, 돼지고기, 계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 구체적으로는 풋고추를 제외한 모든 품목의 가격이 평년과 대비해 볼 때 하락했다. 그나마 상추나 양배추의 시세가 작년보다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감자, 배추, 무, 대파, 양파, 시금치, 토마토, 참외, 수박, 깐마늘, 건고추, 고춧가루, 당근, 오이, 호박, 닭고기 등 이 모든 농산물들이 작년은 물론 평년과 비교했을 때도 가격이 폭락했다. 양파의 경우는 35% 가까이 폭락했다. 쌀값도 20kg기준으로 4만5000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농민들은 공황상태이고, 농촌사회 붕괴 직전이다.
본질 피해가는 비겁한 농정 그만
그런데, 이상하다. 예전 같았으면 매스컴 여기저기서 농산물 가격폭락 사실이 대서특필되고, 농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그 흔한 캠페인이 펼쳐질 만도 하건만 너무나 조용하다. 그야말로 사회의 이목을 사로잡을 대형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농림축산식품부라도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할 텐데 너무나 조용하다. 대책 이야기가 나오면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농식품부는 무엇을 했냐는 꾸중을 들을까 우려해서 그리하는지 모르겠지만, 큰 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든 슬기롭게 대처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소나기 피하듯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이 정부 특유의 무대응 전략이 여기서도 펼쳐지고 있다는 해석이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대신 협상종결을 서두르고 있는 한·중 FTA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시진핑 일행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산 김치의 중국 수출국이 열렸다는 내용은 여러 신문에 보도됐다. 중국산 김치가 연간 20만톤 이상 수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에 연간 100여톤에 불과했던 한국산 김치의 수출길이 열렸다면서 협상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많은 국내 김치제조업체들은 이미 중국에 공장을 세워 김치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내세울 것이 없었으면 이것을 내세웠을까 싶다. 문제는 한국산 김치의 중국수출이 거꾸로 중국산 김치가 한국으로 밀물처럼 들어오는 것의 전주라는 사실이다. 이른바 농산물 수출국들이 흔히 사용하는 무기인 상호대등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수입국에서 자국민에게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뜨거운 현안이 되고 있는 쌀 관세화 문제도 수출촉진과 연결해 호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쌀 시장의 관세화가 결정되면 적극적으로 중국 등으로 쌀 수출을 추진할 의지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 쌀을 수출할 수 있는데, 관세화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라는 커다란 시장을 우리가 놓치고 있다는 억지까지 등장한 것이다. 관세화가 한국 농업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지만, 정부는 현상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세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실제로 불가능한 것인지 노력은커녕 시도도 하지 않고 벌써부터 관세화가 되면 쌀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나팔을 먼저 불고 있다. 우리보다 경제적 수준이 낮다고 하는 필리핀조차도 협상을 통해서 자국의 이익을 실현해 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관세화라는 카드만을 고수하면서, 그것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패를 다 보여주면서 하는 협상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바닥 치닫는 농민 어루만져주길
지금처럼 무대책으로 일관한다면 우리의 농촌의 참극을 피할 방도가 없다. 여론을 호도하면서 본질을 피해가는 비겁한 농정은 중단돼야 한다. 바닥 치는 농산물 가격보다 더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글은 2014.07.15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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