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운영되는 농협이 그립다 |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
- 작성일2020/03/06 09:33
- 조회 670
법대로 운영되는 농협이 그립다
|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
한 모임에서 농협법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분을 만났다. 농협이 스스로 혁신하기는 애시당초 틀렸으니, 차라리 농협법을 없애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취지인 것 같다. 얼마나 지금의 농협에 실망했으면 그런 말을 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20여년간 현장에서 바라본 내 눈에는 농협법의 취지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농협이 대부분이다. 지금의 농협법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비롯한 농민단체에서 20여년에 걸쳐 좀 더 협동조합다운 농협을 만들기 위해 계속 다듬으려 노력해 온 결과가 담겨 있다. 물론 더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이 있지만, 지금의 농협법이 정한 취지를 제대로만 지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조합원 대상 제대로 된 교육은 의무
제대로 된 협동조합인가 아닌가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조합원에게 제대로 된 협동조합 교육을 제공하는지 아닌지, 그 교육의 종류와 수준을 보는 것이다. 농협법 제60조 제1항에는 “지역농협은 조합원에게 협동조합의 운영원칙과 방법에 관한 교육을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의무사항이다.
생각해보면 신규 조합원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는 곳이 있는가?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정의와 가치, 원칙을 풍부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임직원이 몇 명이나 되는가? 조합원들에게 보수교육을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가? 스스로 조합원들이 협동조합교육을 하겠다고 농협에 신청하면 선선히 지원해 주는 농협이 얼마나 되는가? 대의원들이 원하는 협동조합교육을 제공하는 농협이 있기는 한가? 이?감사가 농협 교육을 받으려 할 때 교육정보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농협이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이 속한 농협이 이런 기준으로 평가해 보기 바란다. 충분한 농협이 있다면 연락해 달라. 필자도 법대로 운영되는 농협을 만나고 싶고 자랑하고 싶다.
협동조합 맏형다운 모습 보여줘야
최근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전국적으로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농촌지역에도 수백 개의 농식품 관련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몇몇 농협은 이들과의 협력방안을 찾고 있지만, 대부분의 농협은 소 닭 보듯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농협법 제10조 ‘다른 협동조합 등과의 협력’에 따르면 “조합등과 중앙회는 다른 조합, 조합공동사업법인, 품목조합연합회, 다른 법률에 따른 협동조합 및 외국의 협동조합과의 상호협력, 이해증진 및 공동사업 개발 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역시 의무사항으로 적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협들이 인근의 신협과 새마을금고, 생협과 협력하는 방법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경쟁대상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심지어 다른 협동조합의 직거래 활동에 대해 농협 측에서 견제하기 위해 고발을 했다는 사례도 접수되고 있다.
협동조합간의 협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농협 내부의 충분한 토론과 합의도 없다. 강원도의 어떤 지역은 농협과 협력관계를 맺으려고 수차례 만났으나 이유도 없이 협력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농민조합원 뿐만 아니라 주민과 국민들의 농협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농협법 제10조가 장식품이 아니라면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 하지 않을까? 협동조합의 맏형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농협이 사무치게 보고 싶다.
내가 속한 농협 현실부터 따져보길
농협에 대한 농민조합원의 불만이나, 농협중앙회에 대한 일선조합이 불만이 나타난지는 이미 수십년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중앙회와 조합의 적극적인 개선활동보다 “농민조합원이나 일선조합이 상황을 잘 몰라서 오해하고 있다”는 말로 얼버무리려 한다. 심지어 일선조합에 대해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트집을 잡거나 심지어 소송을 통해 겁박을 주는 경우도 있다.
농협법 제5조는 “조합과 중앙회는 그 업무 수행 시 조합원이나 회원을 위하여 최대한 봉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내가 속한 농협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조합원들이 자랑할 수 있는 농협을 찾고 싶다.
법의 취지대로 운영되는 농협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 지금 우리 농협의 자화상이다. 답답하고 안타깝다. 이 글을 농협의 임직원에게 보여주면서 우리 농협의 현실을 따져보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자.
*한국농어민신문 2015. 09. 01 게재 글입니다.
|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
한 모임에서 농협법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분을 만났다. 농협이 스스로 혁신하기는 애시당초 틀렸으니, 차라리 농협법을 없애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취지인 것 같다. 얼마나 지금의 농협에 실망했으면 그런 말을 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20여년간 현장에서 바라본 내 눈에는 농협법의 취지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농협이 대부분이다. 지금의 농협법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비롯한 농민단체에서 20여년에 걸쳐 좀 더 협동조합다운 농협을 만들기 위해 계속 다듬으려 노력해 온 결과가 담겨 있다. 물론 더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이 있지만, 지금의 농협법이 정한 취지를 제대로만 지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조합원 대상 제대로 된 교육은 의무
제대로 된 협동조합인가 아닌가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조합원에게 제대로 된 협동조합 교육을 제공하는지 아닌지, 그 교육의 종류와 수준을 보는 것이다. 농협법 제60조 제1항에는 “지역농협은 조합원에게 협동조합의 운영원칙과 방법에 관한 교육을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의무사항이다.
생각해보면 신규 조합원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는 곳이 있는가?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정의와 가치, 원칙을 풍부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임직원이 몇 명이나 되는가? 조합원들에게 보수교육을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가? 스스로 조합원들이 협동조합교육을 하겠다고 농협에 신청하면 선선히 지원해 주는 농협이 얼마나 되는가? 대의원들이 원하는 협동조합교육을 제공하는 농협이 있기는 한가? 이?감사가 농협 교육을 받으려 할 때 교육정보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농협이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이 속한 농협이 이런 기준으로 평가해 보기 바란다. 충분한 농협이 있다면 연락해 달라. 필자도 법대로 운영되는 농협을 만나고 싶고 자랑하고 싶다.
협동조합 맏형다운 모습 보여줘야
최근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전국적으로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농촌지역에도 수백 개의 농식품 관련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몇몇 농협은 이들과의 협력방안을 찾고 있지만, 대부분의 농협은 소 닭 보듯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농협법 제10조 ‘다른 협동조합 등과의 협력’에 따르면 “조합등과 중앙회는 다른 조합, 조합공동사업법인, 품목조합연합회, 다른 법률에 따른 협동조합 및 외국의 협동조합과의 상호협력, 이해증진 및 공동사업 개발 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역시 의무사항으로 적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협들이 인근의 신협과 새마을금고, 생협과 협력하는 방법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경쟁대상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심지어 다른 협동조합의 직거래 활동에 대해 농협 측에서 견제하기 위해 고발을 했다는 사례도 접수되고 있다.
협동조합간의 협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농협 내부의 충분한 토론과 합의도 없다. 강원도의 어떤 지역은 농협과 협력관계를 맺으려고 수차례 만났으나 이유도 없이 협력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농민조합원 뿐만 아니라 주민과 국민들의 농협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농협법 제10조가 장식품이 아니라면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 하지 않을까? 협동조합의 맏형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농협이 사무치게 보고 싶다.
내가 속한 농협 현실부터 따져보길
농협에 대한 농민조합원의 불만이나, 농협중앙회에 대한 일선조합이 불만이 나타난지는 이미 수십년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중앙회와 조합의 적극적인 개선활동보다 “농민조합원이나 일선조합이 상황을 잘 몰라서 오해하고 있다”는 말로 얼버무리려 한다. 심지어 일선조합에 대해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트집을 잡거나 심지어 소송을 통해 겁박을 주는 경우도 있다.
농협법 제5조는 “조합과 중앙회는 그 업무 수행 시 조합원이나 회원을 위하여 최대한 봉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내가 속한 농협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조합원들이 자랑할 수 있는 농협을 찾고 싶다.
법의 취지대로 운영되는 농협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 지금 우리 농협의 자화상이다. 답답하고 안타깝다. 이 글을 농협의 임직원에게 보여주면서 우리 농협의 현실을 따져보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자.
*한국농어민신문 2015. 09. 01 게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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