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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고향사랑기부, 돈에 홀릴 게 아니라 마음을 사야 |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 충남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3/02/17 17:15
    • 조회 245
    고향사랑기부, 돈에 홀릴 게 아니라 마음을 사야
    올해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 성공하려면
    |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 충남대 명예교수


    올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면서 모든 지자체가 커다란 기대를 갖고 나름대로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자치 단체의 재정 확충, 답례품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관계 인구의 증가 등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소기의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하지만,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몇 가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첫째, 고향사랑기부제가 과연 얼마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확충에 기여할 것인가.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를 변형해서 우리나라에 도입한 것이다. 일본의 고향납세는 처음 도입한 2008년에 납세건수 5.4만 건과 납세액 81.4억 엔으로 시작해서 2015년 726만 건과 1653억 엔, 2021년 4447만 건과 8302억 엔으로 13년 사이에 건수 기준으로 824배, 금액기준으로 102배라는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성장세는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런데 여전히 고향납세 총액은 일본 지방정부의 일반 세출회계(2021년 108조 엔)의 0.77%에 지나지 않는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흥분할 정도의 금액은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에 비해 소액기부자(10만 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금 공제를 받고 3만 원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음)에게 유리하지만 고액기부자에게는 매력이 적다.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와 마찬가지로 기부금액의 30%를 답례품으로 돌려받는다. 그러나 일본은 기부금에 대한 세금 공제 상한이 없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상한이 있다. 우리나라는 기부금의 상한이 500만 원으로 세액 16.5%를 공제받지만, 500만 원 이상 기부를 해도 세금 공제액이 늘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일본은 소득과 가족구성(배우자나 부양자 수), 사회보험 등에 따라 고향납세에 대한 세금 공제액이 달라지지만 기부액의 2천 엔(2만 원)을 빼면 원칙적으로 상한은 없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1천만 엔(1억 원)이고 가족구성이 부부와 두 자녀(대학생+고교생)라면 대략 고향납세로 132만 원을 기부하고 자기부담금 2천 엔(2만 원)을 빼고 130만 원의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소득이 3천만 엔(3억 원)인 사람이라면 893만 원을 기부하고 2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891만 원을 세금 공제 받을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소득이 1천만 원이든 1억 원이든 3억 원이든 최고 500만 원을 기부하고 최고 90.8만 원의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소액기부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고액기부자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어 실제로 지자체의 재정 확충에 대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의 경험을 보더라도 고향사랑기부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2021년 일본의 지자체는 고향납세 모집에 3851억 엔(납세액의 46.4%)의 비용을 사용하였고, 모금에 들어가는 비용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금은 모금액의 약 절반만이 지자체의 재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둘째, 답례품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일본의 경험을 보면, 2021년 답례품에 사용한 금액이 2267억 엔(납세액의 27.3%)이다. 나머지 약 20%는 행정비용 등으로 들어갔다. 답례품이 지역경제에 약간의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지방에 가면 그 지방의 특산물을 구입해서 선물로 가져오는 풍습이 있다. 따라서 지방마다 나름의 특산물이 상당히 발달해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방 특산물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인 특산품이 많다. 따라서 매력적인 답례품 개발이 중요한 과제인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셋째, 지역 간 과열 경쟁 및 지역 간 격차가 크게 우려된다.

    고향사랑기부금을 얼마나 모금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각 지자체의 역량에 달려 있다. 특히 답례품 위주로 고향사랑기부금 활동을 하게 되면 답례품이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에 격차가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답례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역량도 지자체마다 차이가 매우 크다.
    일본의 경우 2021년 고향납세 실적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 기준으로 최고 홋카이도 747만 건 1217억 엔, 최저 도쿠시마현 10만 4천 건 21억 엔으로 금액 기준으로 58배, 건수 기준으로 72배의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것을 1746 기초자치단체(市町村) 기준으로 보면, 1위인 홋카이도 몬베츠시(紋別市)는 110만 건에 153억  엔을 모집한 반면 상위 20위인 가미미네초우(上峰町)는 29만 건에 45억 6천만 엔으로 금액으로는 3.36배, 건수로는 3.85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위 자치단체의 경우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그 격차는 수백 배에 달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해 각 자치단체는 납세액 모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지만, 납세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또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납세액 모집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고 불법 모집도 성행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라도 기부금 모금액이 자치단체장의 평가 기준이 되면 큰일이다. 자치단체장들은 선거를 의식해 기부금 액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를 둘러싼 지자체 간 경쟁은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과도한 기부금 액수 경쟁은 피해야 하고 동시에 지역 간 상생 방안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넷째, 고향사랑기부가 아니라 답례품 사랑기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향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부모의 고향이나 자신의 출생지가 아닌 연고지나 성장지도 고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고향이란 개념이 매우 애매하다.
    그래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면 어디에나 기부할 수 있도록 고향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고 있다. 법률의 목적도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라고 추상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고향보다는 답례품을 보고 기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한 취지에서 벗어난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지방에서 나고 자라서 도시로 나간 사람들은 고향에 은혜를 갚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세제를 통해서 고향에 공헌하도록 하는 제도"(일본 총무성)이다. 우리나라에 비해서 고향납세의 취지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고향납세에도 고향사랑보다 답례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답례품으로 기부를 유도하여 지방재정을 약간 확충하는 것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향에 기부하는 것은 답례품 때문이 아니라 고향 사랑, 즉 내가 나서 자랐거나 연고지가 있는 지역이 활기를 띨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이 소중하다.
    지자체는 좋은 답례품을 개발해서 더 많은 기부금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기부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사업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기부금을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기부를 지속할 의의를 찾지 못할 것이다. 지역(고향)의 문제를 해결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고향의 자연, 환경, 문화, 공동체, 먹을거리 등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기부금이 사용되어야 한다.

    다섯째, 기부금 모금에 지자체와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행정안전부가 지자체로부터 돈을 받아 70억 3000만 원을 들여 '고향사랑e음'을 구축하여 기부금 모금을 독점하고 있고 운영비도 지자체에 청구한다. 지자체나 민간이 관여할 여지가 없다. '고향사랑e음'에는 기부절차와 답례품 종류만 소개할 뿐 기부금 사용 목적은 찾아 볼 수 없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고향사랑기부제의 근본 취지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지자체 간 답례품 경쟁만 부추기는 셈이다.
    행안부의 독점망인 '고향사랑e음'을 통한 기부금 모금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고향사랑마음'을 움직여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력과 역량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의 고향납세도 초기에는 지지부진하였으나 민간 기부 플랫폼이 활성화된 이후 납세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고, 지금은 납세액의 90% 이상이 민간 플랫폼을 통해 모금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지정 기부'가 민간 중심으로 활성화 되면서 기부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 그 효과를 따지기 어렵다. 그렇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예를 들어 장차 1천만 명이 10만 원씩 기부한다면 엄청난 성공인데 그래봐야 1조 원으로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1년 세출회계 502조 원의 0.2%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작은 성과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기부금에 대한 세금 공제를 확대하고, 정부가 아니라 민간 중심의 모금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답례품 중심의 기부금 모금으로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기부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내 고향이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간다는 믿음을 주어야 된다. 시작 단계부터 '돈'에 홀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고향사랑 마음'을 살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