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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유기농심으로 새 농의 희망을 |이상국(한살림 사업연합 대표이사)
    • 작성일2020/03/04 18:46
    • 조회 395
    유기농심으로 새 농의 희망을
    |이상국(한살림 사업연합 대표이사)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이면서도 생태오염의 문제나 자신의 생활은 생명가치에 맞지 않게 생활하는 생산자를 볼 때마다 유기농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유기농업이라는 말의 취지문에 보면“근대농업이 주로 경제적 견지에서 촉진되고 있는데 이 견지로는 농업의 미래에 밝은 희망이나 기대를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인간의 건강이나 민족의 존망이라는 관점이 경제적 견지보다 우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배경에서 유기라는 말을 사용함을 밝히고 있다. 생명동태농법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는 유기농법을 “농지, 농민, 음식, 먹는 사람간의 사회적 ,영적(마음 근원적) 세계에서의 관계 맺기“라고 정의했다. 앞선 유기농업인 지역 내 물질순환형 전통농업으로 살아온 우리 선배농민들은 ‘땅을 대하기를 어머니 살 같이 하라’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수구의 생명이 죽을까 봐 함부로 뜨거운 물을 붓지 않는 생활을 하라고 했으며, 인간만이 독식하도록 만물이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에 콩 씨앗을 넣을 때도 새와 벌레 몫으로 두 알을 더 심었다고 한다. 천지우주에서 만물이 생겨났으니 뭇 생명은 한부모를 둔 형제로 서로 모시고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 겨울 까치를 생각하여 감나무에 감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삶을 살았다.

    유기품질 인증이 법으로 정한 기준에 맞는 유기농 기술재배 농산물임을 보증하는 것은 되지만 유기재배 농민이 여기에 머물게 되면 본래 유기농업이 근원적으로 품고 있는 생명 살림살이의 감화와 변화의 움직임은 실현키 어렵다. 유기농을 한다는 것에는 행복의 기준을 물욕의 만족도에 두지않고 생명이 생명답게 살게 하는데 둔다는 의미도 갖고 있는데 정작 자기 생명은 돌 볼 줄 모르고 우리농업과 자신의 생명을 죽이는 수입식품이나 화학첨가제가 든 식품도 값싸고 편리하다고 하여 먹는 삶을 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유기농산물을 값을 더 받을 수 있는 특수작물로 생각한다 하더라도 안정적인 판로확보를 위한 소비자의 높은 신뢰를 얻기 위한 생명가치에 따라 생활하기는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에서는 유기농산물 인증조사를 할 때, 물을 오염시키는 생활이나 화학첨가물이든 음식을 먹는 등 반 생태적인 생활을 하면 아예 논밭조사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런 나라의 유기식품이 수입되어 우리 유기농산물보다 격조 높은 제품임을 선전한다면 우리는 무슨 이야기로 우리 유기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선택해 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물론 아무리 제대로 생산된 유기농산물일지라도 수입과정에 지구온난화를 유발시켜 생명 절멸의 위기를 가중시키게 되고, 고갈을 앞둔 이동수단인 석유에 의존한 먹을거리 공급선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우리 식량생산 기반을 위해서 우리국민이 선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뭇 동식물과 무기물까지 일체를 사랑하고 가까이 사귀어 감화, 변화, 진화시켜, 일체의 생명을 살리고 협동과 화해를 일구어간다’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이라는 말이 있다. 이왕 하는 유기농업이라면 우리 전통농사의 조상들이 들판에서 가졌던 마음을 자신의 생명살림 살이에서부터 실천하여 온 세상을 접화군생하는 결과를 낳으면 일거양득이 될 수 있는 일이다. 이 일은 FTA 국면 속에서 꺼져가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우리농업에 우리 국민들이 안정적인 생명안전망과 삶의 학교로서 우리 농업 살림의 애정을 새롭게 불러일으키는 계기도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폐화된 농업 들판에서 지난 수십여 년 동안 농업살림의 희망을 만들어온 우리 유기농업 농민이 다시 한번 유기농심을 밝게 하여, 농업살림, 생명평화 새 희망 만들기에 나서보자.

    [출 처 : 흙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