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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지자체 농정 시스템 전환과 2026년 6월 지방선거|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10/01 11:30
    • 조회 74
    예산·연속성 없는 정책사업에 불신 커져
    보조사업만 늘어 자치농정 실현 ‘거리’
    농정시스템 바꿀 정책협약 미리 준비해야

    농업·농촌 분야에서 가장 큰 법정계획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기본계획(이하 농발계획)이다. ‘2023~2027 농발계획’은 이미 작년 4월에 발표되었고, 이 내용에 따라 도와 시·군 계획도 거의 수립되었다.

    하지만 국가계획도 지자체 계획도 재원조달 방안이 불명확하고, 추진체계도 정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보조사업만 잔뜩 나열되어 있다. 이런 문제점은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지만 시정되지 않고, 그래서 흔히 ‘책상 서랍 속 보고서’라는 비판이 많다. 행정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만 추진되고 나머지 계획 내용은 기억조차 남지 않는다.

    이외의 법정계획으로 ‘삶의질계획’, ‘농촌공간 기본계획’이 있다. 또 신활력플러스나 농촌협약처럼 법정계획은 아니지만 가이드라인에 기본계획을 당연히 수립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 주민참여 절차와 정책위원회 및 행정협의회, 중간지원조직 등의 추진체계를 대부분 포함한다.

    하지만 농발계획과 마찬가지로 기본계획 승인 이후에는 원래 약속했던(기본계획에 명시했던) 내용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를 너무 쉽게 접한다. 지자체 현실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포기하기에는 에너지 낭비가 너무 많다. 기본계획은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담은 ‘약속’인 셈인데, 지켜지지 않는다면 결국 막대한 용역비를 낭비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농촌 지자체 행정을 “믿지 못하겠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 기본계획은 대체로 4~5년 단위 중기계획인데, 계획 기간 중에 담당 공무원이 2~3번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공모사업 선정, 기본계획 수립, 사업 집행, 사후관리와 감사, 이런 과정에 등장하는 공무원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어떻게 행정의 책임성과 전문성, 연속성에 대한 신뢰가 생기겠는가? 이런 현실에서 ‘공무원 순환보직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상, 행정에 대한 불신감은 커지고 협치농정은 실현될 수 없다.

    이런 문제점은 이번 ‘농촌공간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도 여전히 반복될 우려가 높다. 게다가 10년 장기계획이기 때문에 더더욱 신뢰하기 어렵다. ‘농촌다움의 복원’과 ‘농촌공간의 계획적 관리’, ‘관련 정책사업의 연계·협력’ 등 법률이 지향하는 목적은 누구나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기본계획 수립부터 시작되는 전체 절차 자체가 법령의 규정과 달리 현실에서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 충분히 예견된다. 읍·면을 포함하는 139개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데, 용역비만도 각각 5억 원 이상으로 권장되고, 계획 수립비만 전국 총계로 7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경험을 반성한다면 이제는 뭔가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몇 가지 정책사업으로 농업·농촌의 발전을 기대할 여건이 아니다. 우연찮게 어떤 지자체에서 좋은 사례가 나온다면 그것은 “좋은 운(運)이 겹치고 겹쳐 나타난 특수사례”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법률 제정의 취지와 목적을 살리면서 농촌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까? 개별 문제는 쉽게 보이고, 또 해결방향도 비교적 빠르게 합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행동하는 그룹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에도 칸막이가 너무 심각하고, ‘각자도생’처럼 주장한다.

    한때 지역농업, 자치농정이란 말이 유행했다. 지자체마다 농업과 농촌 실정이 다르므로 지역 실정에 맞는 농업체계와 농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지방자치가 부활되어 30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중앙농정을 따라가고, 타 지역 우수사례를 흉내 내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공약이 계속 제기되지만, ‘또 다른 보조사업’ 목소리만 클 뿐이다. 농어민수당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는 농정의 시스템 전환, 패러다임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점을 내버려두고 희망을 ‘고문’하는 오류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지난 4월에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내후년인 2026년 6월 3일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단체장과 의원, 교육감 등 4천 명 이상을 투표로 선출하는 날이고, 동시선거로는 1995년 이래로 아홉 번째가 된다. 그동안 많은 선출직을 주민투표로 선출하였지만, 자치농정은 실현되지 못하고 보조사업 가짓수만 계속 늘었다. 읍면자치가 사라져 주민들의 의사를 정책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는 있지만, 유권자에게 주어진 1인 7표는 여전히 소중하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무슨 기준으로 투표할 것인가?

    지방선거 이야기를 이렇게 지금 시점에 꺼내는 이유는 실제로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약 1년 8개월 정도(오늘 날짜로 611일)에 불과하다. 농정의 제도적 시스템은 실제로 단순하지 않고, 민간 내부의 합의과정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하여 내년도 사업(활동)계획에 이런 방향성을 담아야 한다.

    그런 후에 지역농업과 자치농정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방법, 수단 등에 대해 충분한 토론과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2026년 상반기부터 정책협약 같은 행위를 조직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 항상 닥쳐서 움직이니 합의도 없고 내부 동력도 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몇몇 단체나 명망가가 주장하는 보조사업 이슈로 귀결되어버린다.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은 공공성 차원에서 민간의 합의도출 과정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한바탕 잔치처럼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되고, 선출된 후보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4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다만 시군 단위 선거는 간접선거에 가까워 후보자를 알기 어렵다는 점, 보조‘사업’ 중심이고 제도적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찾기 어렵다는 점, 민간단체 스스로 합의하여 정책협약까지 시도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 등 반성할 부분이 많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간단체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후보자와 정책협약까지 시도하는 사례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런 힘들이 모인다면 9개월 후인 2027년 3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법률 제·개정과 제도 개혁까지 도전해볼 수 있을 것이다. 풀뿌리에서 시작해보자.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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