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주민 삶의 질, 법만으로는 나아지지 않는다 l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10/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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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책사업에도 생활만족도 낮아
시장 떠난 자리 ‘주민 봉사’로 채울 수 없어
공급주체에 직접적 재정 지원 이뤄져야
2023년 통계청 농림어업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농촌 전체 고령인구 비율이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전국 고령인구 비율 18.2%와 비교하여 약 3배나 높은 수준이다. 농촌소멸 위험은 행정리 단위 마을을 넘어 읍면 전체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국 1404개 읍면에 농촌소멸위험지수를 적용한 결과 726개 면(51.7%)이 소멸 위험·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이 가운데 농촌소멸 고위험지역이 227개, 농촌소멸 위험지역은 499개로 나타났다.
정부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협상(UR) 타결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대응, 도시와 농어촌 간 불균형을 개선하고 농어촌 주민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법적 근거로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약칭 삶의질특별법)’을 2004년 3월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2005년에는 ‘제1차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2020년 제4차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올해까지 시행 중이다. 삶의질특별법 시행 20년, 현재 농어촌 주민 삶의 질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통계청에서 5년 단위로 조사하는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서는 2020년 기준으로 전국 3만7563개 행정리 가운데 73.5%인 2만7609개 마을에 식품 소매점이 없고, 약국이 있는 행정리 마을은 3231개(8.6%), 보건진료소(공중보건의가 배치되지 않고 보건진료원이 진료하는 의료시설)가 있는 행정리 마을은 3157개(8.4%)에 불과했다.
보건의료, 복지서비스, 기초생활 기반, 경제활동 여건 등 농촌 주민 삶의 질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고려할 때, 생활만족도는 이전과 비교하여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년간 ‘삶의질특별법’에 근거하여 다양한 정책사업을 추진했지만, 농촌 주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만족도는 여전히 낮다는 것이 각종 통계에서 확인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 지역공동체 기반 경제·사회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약칭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을 제정, 2024년 8월 17일부터 시행 중이다. 의료·복지와 돌봄, 일자리 등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경제·사회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에서 “주민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참여와 공동체의 연대·협력을 통한 경제·사회서비스 제공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법적 취지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의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대응, 사회적경제조직이 경제·사회서비스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지원 방향은 서비스 제공 주체에 대한 인건비 등 직접적인 재정지원보다 교육·컨설팅 등 간접적 방식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의 자생적 생태계 구축’에 집중할 예정이라 한다.
농촌에 세탁소, 목욕탕, 이·미용실, 식당과 마트까지 왜 문을 닫은 것일까? 인구감소 현상이 일상이 되며 면 단위 ‘시장’이 붕괴된 탓이 크다. ‘시장’이 떠난 자리를 이제는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채워야 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에서 말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의 자생적 생태계’는 어떻게 구축되는 것일까? 수익이 발생하지 않던 가게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운영하면 없던 수익이 발생하여 자생력이 생기는 것인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시장이 떠나고 행정이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주민들의 ‘희생과 봉사’에 기대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농촌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 활동가는 “행정은 헌신적인 활동가들을 값싼 노동력쯤으로만 생각하는 듯하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중간지원조직에서 근무하는 한 중견 활동가도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 외부 전문가, 용역사 모두 대가를 받고 일하면서, 왜 주민이라는 이유로 봉사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한다. 한 마을활동가는 “한두 번은 마을주민들을 위해 기꺼이 봉사할 수 있지만, 봉사만으로는 활동을 지속 이어갈 수 없다”고 못 박는다.
농촌 교육·문화·복지 등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누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정부가 사업을 직접 수행할 경우 행정비용의 비효율적 집행은 물론, 사회서비스 내용 측면에서도 주민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많다. 농촌 사회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행정과 시장 모두 적절한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농촌형 사회적경제에 주목하는 것이다.
농촌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사회서비스 제공 확대, 농촌형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행정의 인식전환이 먼저 필요하고, 관련 제도개혁을 통해 농촌 경제·사회서비스 공급 주체들에게 직접적인 재정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1415)
시장 떠난 자리 ‘주민 봉사’로 채울 수 없어
공급주체에 직접적 재정 지원 이뤄져야
2023년 통계청 농림어업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농촌 전체 고령인구 비율이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전국 고령인구 비율 18.2%와 비교하여 약 3배나 높은 수준이다. 농촌소멸 위험은 행정리 단위 마을을 넘어 읍면 전체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국 1404개 읍면에 농촌소멸위험지수를 적용한 결과 726개 면(51.7%)이 소멸 위험·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이 가운데 농촌소멸 고위험지역이 227개, 농촌소멸 위험지역은 499개로 나타났다.
정부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협상(UR) 타결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대응, 도시와 농어촌 간 불균형을 개선하고 농어촌 주민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법적 근거로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약칭 삶의질특별법)’을 2004년 3월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2005년에는 ‘제1차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2020년 제4차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올해까지 시행 중이다. 삶의질특별법 시행 20년, 현재 농어촌 주민 삶의 질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통계청에서 5년 단위로 조사하는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서는 2020년 기준으로 전국 3만7563개 행정리 가운데 73.5%인 2만7609개 마을에 식품 소매점이 없고, 약국이 있는 행정리 마을은 3231개(8.6%), 보건진료소(공중보건의가 배치되지 않고 보건진료원이 진료하는 의료시설)가 있는 행정리 마을은 3157개(8.4%)에 불과했다.
보건의료, 복지서비스, 기초생활 기반, 경제활동 여건 등 농촌 주민 삶의 질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고려할 때, 생활만족도는 이전과 비교하여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년간 ‘삶의질특별법’에 근거하여 다양한 정책사업을 추진했지만, 농촌 주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만족도는 여전히 낮다는 것이 각종 통계에서 확인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 지역공동체 기반 경제·사회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약칭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을 제정, 2024년 8월 17일부터 시행 중이다. 의료·복지와 돌봄, 일자리 등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경제·사회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에서 “주민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참여와 공동체의 연대·협력을 통한 경제·사회서비스 제공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법적 취지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의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대응, 사회적경제조직이 경제·사회서비스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지원 방향은 서비스 제공 주체에 대한 인건비 등 직접적인 재정지원보다 교육·컨설팅 등 간접적 방식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의 자생적 생태계 구축’에 집중할 예정이라 한다.
농촌에 세탁소, 목욕탕, 이·미용실, 식당과 마트까지 왜 문을 닫은 것일까? 인구감소 현상이 일상이 되며 면 단위 ‘시장’이 붕괴된 탓이 크다. ‘시장’이 떠난 자리를 이제는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채워야 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에서 말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의 자생적 생태계’는 어떻게 구축되는 것일까? 수익이 발생하지 않던 가게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운영하면 없던 수익이 발생하여 자생력이 생기는 것인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시장이 떠나고 행정이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주민들의 ‘희생과 봉사’에 기대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농촌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 활동가는 “행정은 헌신적인 활동가들을 값싼 노동력쯤으로만 생각하는 듯하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중간지원조직에서 근무하는 한 중견 활동가도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 외부 전문가, 용역사 모두 대가를 받고 일하면서, 왜 주민이라는 이유로 봉사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한다. 한 마을활동가는 “한두 번은 마을주민들을 위해 기꺼이 봉사할 수 있지만, 봉사만으로는 활동을 지속 이어갈 수 없다”고 못 박는다.
농촌 교육·문화·복지 등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누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정부가 사업을 직접 수행할 경우 행정비용의 비효율적 집행은 물론, 사회서비스 내용 측면에서도 주민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많다. 농촌 사회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행정과 시장 모두 적절한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농촌형 사회적경제에 주목하는 것이다.
농촌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사회서비스 제공 확대, 농촌형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행정의 인식전환이 먼저 필요하고, 관련 제도개혁을 통해 농촌 경제·사회서비스 공급 주체들에게 직접적인 재정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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