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핵심 민간조직이 주도하는 지자체 정책 설계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11/15 15:31
- 조회 13
‘사람과 조직 중심의 농정 전환’ 절실
주민자치회 농촌정책 핵심주체로 인정
민간조직 스스로 성장해 문제 해결
농촌정책 영역에서 최근에 자주 등장하는 중간지원조직은 “조례에 설치근거를 둔 행정사무”에 해당한다. 이것은 독자적인 법인이 아니고, 행정이 수행해야 할 공적 사무라는 뜻이고, 단일 사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조직 형태로 수행해야 할 정도의 규모 있는 사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당연히 지자체마다 제정되어 있는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조례”에 따라 적절한 절차를 통해 공개모집으로 수탁법인을 선정한다.
중간지원조직은 수익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기에 ‘재정적 독립’이나 ‘자립적 성장’을 운운하는 것은 제도적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 중간지원조직과 수탁법인은 조직 실체가 엄연히 다른 것이고, 이를 구분할 줄 알아야 농촌정책의 민간주도성이 발휘될 수 있다.
시군 단위로 조례에 근거하여 설치되는 중간지원조직과 달리 읍면 단위에서는 공적 역할을 읍면사무소(행정복지센터)가 직접 담당한다. 법령에 근거한 조직으로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주민자치회가 있다. 나머지 20~30개 있는 민간의 기관·단체들은 흔히 자생단체라 불리고, 새마을중앙회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자유총연맹 등의 지회 형태 조직도 여기에 포함된다. 영농조합이나 농업회사, 협동조합 등은 영리 활동(수익사업 포함)을 담당한다. 다르게 말하면 주민 스스로 민간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설립한 ‘비영리’ 조직은 읍면 단위에서 아주 드문 셈이다.
그래서 읍면 지역사회 발전을 주도할 실천조직으로 ‘비영리 네트워크 법인’은 꼭 필요하고, 이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쟁점들이 있다.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이 지면을 통해 부분적으로 소개한 바가 있다. 한국 농촌사회가 아직 가본 적이 없는 경로이기에 쟁점은 아주 많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농촌 지방자치가 아주 열악하고 읍면자치가 중단된 지 60년 이상이 흐른 상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때로는 비상식이 상식이라 착각하는 것이 아닌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 자체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 질문하게 된다. 적어도 농촌재생을 논의하자면 이러한 쟁점 토론이 아주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관행대로 이런저런 공모사업을 열심히 수행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과 조직’ 중심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관점이 민간도 행정도 필요하다. 사업(활동) 자체는 농촌문제가 심각할수록 하향식으로 많이 제시될 것이다. 지금은 ‘일할 사람’, ‘실천할 민간조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활동가나 실천조직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와 전략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실천주체를 튼튼하게 하려는 전략을 가지지 못한다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사상누각(砂上樓閣)에 그칠 뿐이다. 외부에서 드나드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현장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민간조직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촌정책 측면에서도 단순 슬로건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 중심의 농정 전환”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민간주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방교부금이 삭감되어 예산이 부족하단 소리가 많지만, 예산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에 어떻게 집중하느냐가 중요하다.
운영도 되지 않을 거점공간 건물만 지어 ‘폭탄 돌리기’ 하는 관행을 멈추고, 또 용역사에만 의존하는 주민 동원식 역량강화사업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누가, 어떻게 이런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전환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누군가가 치열하게 움직여야 한다. 행정 공무원 개개인의 뼈를 깎는 혁신도 여전히 기대하지만, 민간조직 스스로의 성장을 통해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만들어내는 전략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핵심적인 민간조직으로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행정리 마을자치회가 가장 기본이고 기초가 된다. 마을 내부에서 민주주의가 작동될 수 있도록 이장의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다양한 후주민(귀농귀촌인)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약속(자치규약)을 정해야 한다.
둘째, 읍면 주민자치회를 농촌정책의 핵심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행정리 마을자치회에서 선출한 위원이 1명씩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도록 하고, 여기에 기관·단체에서 추천하는 활동가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경제분과를 반드시 설치하여 읍면 단위에서 지역농업도 논의하고, 로컬푸드와 먹거리복지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비영리 네트워크 법인(앵커조직)이 당면과제로 가장 중요하다. 민간단체 칸막이를 극복하면서 의결조직으로 주민자치회를, 실천조직으로 앵커조직을 설립해야 한다. 보조금 개혁만 전제된다면 전업 및 반상근 일자리도 많이 제공할 수 있고, 운영 자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넷째, 문제해결형 영리법인도 많이 필요하다. 신활력플러스사업 같은 기회를 활용하여 농업경제와 주거복지, 경관환경, 교육문화, 통합돌봄 등을 담당할 조직이 촘촘하게 등장하고 성장해야 한다.
다섯째, 시군 단위 농촌정책의 민간주체로 중간지원조직을 수탁운영할 수 있는 법인이 꼭 필요하다. 출발 당시에는 명망가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읍면 단위로 다양한 앵커조직이 등장하고, 문제해결형 영리법인도 성장하면 이들의 네트워크 성격을 강화해야 대표성과 전문성, 공공성을 존중받을 수 있다.
이러한 민간조직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성장해야 농촌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할 수 있고, 또 민간과 행정 사이의 대등한 협력관계도 형성할 수 있다. 상향식으로 접근하자면 행정리 마을자치회에서 출발하여 읍면 주민자치회와 비영리 법인, 시군 수탁법인으로 성장하는 경로가 된다. 마을 민주주의를 실천하면서 이런 성장과정이 차근차근 이루어져야 좋은 선진사례도 만들어낼 수 있다. 지역마다 그동안 축적된 실천성과가 다르기 때문에 우선과제나 발전경로는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하향식 접근도 병행되어야 한다.
하향식 접근에서는 민간조직이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행정 제도개혁과 우호적인 정책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중앙정부에서 광역 및 기초 지자체로, 또 읍면 단위까지 이런 우호적 정책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고, 정책 칸막이를 극복하면서 읍면 단위로 협업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행정 칸막이가 중간지원조직은 물론이고 민간조직 사이의 칸막이를 확대재생산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성해야 한다. 농촌재생의 길은 우리에게 여전히 열려 있지만, 5년, 10년 앞을 내다보며 실천하는 주체가 절실한 시점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356)
주민자치회 농촌정책 핵심주체로 인정
민간조직 스스로 성장해 문제 해결
농촌정책 영역에서 최근에 자주 등장하는 중간지원조직은 “조례에 설치근거를 둔 행정사무”에 해당한다. 이것은 독자적인 법인이 아니고, 행정이 수행해야 할 공적 사무라는 뜻이고, 단일 사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조직 형태로 수행해야 할 정도의 규모 있는 사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당연히 지자체마다 제정되어 있는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조례”에 따라 적절한 절차를 통해 공개모집으로 수탁법인을 선정한다.
중간지원조직은 수익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기에 ‘재정적 독립’이나 ‘자립적 성장’을 운운하는 것은 제도적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 중간지원조직과 수탁법인은 조직 실체가 엄연히 다른 것이고, 이를 구분할 줄 알아야 농촌정책의 민간주도성이 발휘될 수 있다.
시군 단위로 조례에 근거하여 설치되는 중간지원조직과 달리 읍면 단위에서는 공적 역할을 읍면사무소(행정복지센터)가 직접 담당한다. 법령에 근거한 조직으로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주민자치회가 있다. 나머지 20~30개 있는 민간의 기관·단체들은 흔히 자생단체라 불리고, 새마을중앙회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자유총연맹 등의 지회 형태 조직도 여기에 포함된다. 영농조합이나 농업회사, 협동조합 등은 영리 활동(수익사업 포함)을 담당한다. 다르게 말하면 주민 스스로 민간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설립한 ‘비영리’ 조직은 읍면 단위에서 아주 드문 셈이다.
그래서 읍면 지역사회 발전을 주도할 실천조직으로 ‘비영리 네트워크 법인’은 꼭 필요하고, 이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쟁점들이 있다.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이 지면을 통해 부분적으로 소개한 바가 있다. 한국 농촌사회가 아직 가본 적이 없는 경로이기에 쟁점은 아주 많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농촌 지방자치가 아주 열악하고 읍면자치가 중단된 지 60년 이상이 흐른 상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때로는 비상식이 상식이라 착각하는 것이 아닌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 자체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 질문하게 된다. 적어도 농촌재생을 논의하자면 이러한 쟁점 토론이 아주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관행대로 이런저런 공모사업을 열심히 수행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과 조직’ 중심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관점이 민간도 행정도 필요하다. 사업(활동) 자체는 농촌문제가 심각할수록 하향식으로 많이 제시될 것이다. 지금은 ‘일할 사람’, ‘실천할 민간조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활동가나 실천조직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와 전략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실천주체를 튼튼하게 하려는 전략을 가지지 못한다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사상누각(砂上樓閣)에 그칠 뿐이다. 외부에서 드나드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현장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민간조직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촌정책 측면에서도 단순 슬로건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 중심의 농정 전환”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민간주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방교부금이 삭감되어 예산이 부족하단 소리가 많지만, 예산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에 어떻게 집중하느냐가 중요하다.
운영도 되지 않을 거점공간 건물만 지어 ‘폭탄 돌리기’ 하는 관행을 멈추고, 또 용역사에만 의존하는 주민 동원식 역량강화사업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누가, 어떻게 이런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전환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누군가가 치열하게 움직여야 한다. 행정 공무원 개개인의 뼈를 깎는 혁신도 여전히 기대하지만, 민간조직 스스로의 성장을 통해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만들어내는 전략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핵심적인 민간조직으로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행정리 마을자치회가 가장 기본이고 기초가 된다. 마을 내부에서 민주주의가 작동될 수 있도록 이장의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다양한 후주민(귀농귀촌인)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약속(자치규약)을 정해야 한다.
둘째, 읍면 주민자치회를 농촌정책의 핵심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행정리 마을자치회에서 선출한 위원이 1명씩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도록 하고, 여기에 기관·단체에서 추천하는 활동가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경제분과를 반드시 설치하여 읍면 단위에서 지역농업도 논의하고, 로컬푸드와 먹거리복지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비영리 네트워크 법인(앵커조직)이 당면과제로 가장 중요하다. 민간단체 칸막이를 극복하면서 의결조직으로 주민자치회를, 실천조직으로 앵커조직을 설립해야 한다. 보조금 개혁만 전제된다면 전업 및 반상근 일자리도 많이 제공할 수 있고, 운영 자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넷째, 문제해결형 영리법인도 많이 필요하다. 신활력플러스사업 같은 기회를 활용하여 농업경제와 주거복지, 경관환경, 교육문화, 통합돌봄 등을 담당할 조직이 촘촘하게 등장하고 성장해야 한다.
다섯째, 시군 단위 농촌정책의 민간주체로 중간지원조직을 수탁운영할 수 있는 법인이 꼭 필요하다. 출발 당시에는 명망가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읍면 단위로 다양한 앵커조직이 등장하고, 문제해결형 영리법인도 성장하면 이들의 네트워크 성격을 강화해야 대표성과 전문성, 공공성을 존중받을 수 있다.
이러한 민간조직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성장해야 농촌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할 수 있고, 또 민간과 행정 사이의 대등한 협력관계도 형성할 수 있다. 상향식으로 접근하자면 행정리 마을자치회에서 출발하여 읍면 주민자치회와 비영리 법인, 시군 수탁법인으로 성장하는 경로가 된다. 마을 민주주의를 실천하면서 이런 성장과정이 차근차근 이루어져야 좋은 선진사례도 만들어낼 수 있다. 지역마다 그동안 축적된 실천성과가 다르기 때문에 우선과제나 발전경로는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하향식 접근도 병행되어야 한다.
하향식 접근에서는 민간조직이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행정 제도개혁과 우호적인 정책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중앙정부에서 광역 및 기초 지자체로, 또 읍면 단위까지 이런 우호적 정책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고, 정책 칸막이를 극복하면서 읍면 단위로 협업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행정 칸막이가 중간지원조직은 물론이고 민간조직 사이의 칸막이를 확대재생산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성해야 한다. 농촌재생의 길은 우리에게 여전히 열려 있지만, 5년, 10년 앞을 내다보며 실천하는 주체가 절실한 시점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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